지난 2일 오후 3시, 상위 스플릿 첫 경기서 서울과 전북이 맞대결을 펼쳤다. 93분에 터진 카이오의 결승골로 전북이 1-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양 팀 모두 신중한 경기를 펼치기 위해 스리백 전술을 꺼내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시원스러운 공격 전개가 90분 내내 이어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양 팀이 보여준 경기 자체는 평소만큼 재밌지 못했다.

그런데 경기를 중계한 해설진의 활약으로 양 팀의 경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두 팀의 경기를 재미있게 수식해준 주인공은 MBC 스포츠 플러스의 신승대 캐스터와 이상윤 해설위원이었다. 이전부터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의 중계를 통해 호흡을 맞춰온 이 '듀오'는 지난 10월 26일, 전북과 수원의 경기를 시작으로 오랜만에 중계 마이크를 함께 잡았다.

특히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중계 마이크를 잡지 않았던 이상윤 해설위원은 마이크에 적응할 필요도 없이 변함없는 위트와 센스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많은 팬들이 돌아온 이상윤 위원의 유쾌한 해설에 찬사를 보냈다. 오랜 시간 그를 그리워했던 팬들은 'K리그 중계의 스타'가 복귀했다며 환호했다.

자신만의 중계 스타일이 뚜렷하기로 유명한 '가레스 상윤'(특유의 가래 끓는 목소리 때문에 붙은 별명, 유명 축구 선수 가레스 베일에서 따왔다), 이상윤 위원은 이미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축구 해설위원으로 통한다. 해외 축구 중계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데 반해 유독 K리그 중계에서는 팬들의 환호가 열띠다.

이렇듯 K리그 팬들 사이에서 유독 이상윤 위원이 더 많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레스 상윤',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몰랐다

OB 한일축구, 이상윤 대한축구협회 창립 75주년을 맞아 열리는 한일 OB 친선전을 하루 앞둔 18일 이상윤이 상암 서울월드컵 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OB 한일축구, 이상윤 축구선수에서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후, 그는 특유의 친근한 해설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9월 18일, OB 한일축구 시합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 연합뉴스


선수 시절 '팽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K리그 '일화 천마'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인 이상윤은 2000년대 후반부터, MBC 스포츠 플러스(당시 MBC ESPN)의 축구 해설을 맡으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많은 학생 축구 팬들이 선수 이상윤은 몰라도, '가레스 상윤'만큼은 기억할 정도로 그 인기와 붐은 굉장했다.

그의 해설 스타일이 마치 동네 슈퍼에서 작은 TV를 앞에 놓고 축구 중계를 보며 막걸리를 걸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 같다는 뜻에서 '막걸리 해설'로 유명해졌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K리그 중계로 연달아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특히 특정 팀과 선수에 대한 팬심을 중계 중에 가감없이 드러내는 바람에 '상윤날(상윤+아스널)', '사냐 아빠(아들의 롤모델로 아스널 FC의 바카리 사냐 선수를 꼽음)' 등 많은 별명이 붙었다.

이후 2013년, 그는 tbs 교통방송에서 FC 서울 홈경기 중계를 정기적으로 맡게 되어 숱한 어록을 남겼다. 당시 이상윤 해설위원의 중계를 듣기 위해 경기장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tbs 중계로 보겠다는 서울 팬이 일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4년, 그의 선수 시절 스승인 박종환 감독이 성남 FC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되고, 스승의 부름에 따라 성남의 수석코치로 부임하며 오랜 시간 중계 마이크를 놓아야 했다. 그가 떠난 뒤, MBC 스포츠 플러스는 장외룡 해설위원(현 KFA 기술위원회 수석 기술위원), tbs 교통방송은 신태용 해설위원(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코치)을 섭외하며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K리그 팬들의 만족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많은 팬은 이상윤 해설위원의 빈자리를 그리워했고, 그만이 가지고 있는 유쾌한 해설 스타일은 대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성남 FC의 수석 코치로 부임한 이상윤의 모습을 보며, 많은 팬은 그가 해설 마이크를 다시 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환 감독과 함께 코치진으로 몇 년간 성남에서 생활하며 지도자의 길에 집중할 것이 아니겠느냐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박종환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자진 사퇴하며 이상윤 수석코치는 급히 감독 대행직을 맡았다. 이후 어려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끝내 성적 부진의 책임을 면치 못하며 성남 FC의 코치진 자리에서 경질됐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는 이야기를 남겼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9월 30일 인터넷방송국 <아프리카 TV>를 통해 다시 해설계에 복귀했다. 대한민국과 태국의 인천 아시안게임 4강전 경기 중계를 시작으로 해설위원 이상윤이 돌아왔다.

중계 마이크를 다시 잡은 이상윤에게 적응의 시간은 필요 없었다. 그동안 발휘하지 못한 중계 센스와 위트, 유쾌함을 아낌없이 폭발시켰다. 아시안 게임 경기를 통해 한 경기에 무려 11만 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들인 이상윤은 기세를 모아 <아프리카 TV>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에도 참여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그리고 지난 10월 26일, 본래 중계에 참여했던 MBC 스포츠 플러스로 다시 돌아왔다. 이전 파트너였던 신승대 캐스터와 함께 전북 대 수원전을 중계하며 K리그 팬들을 찾아왔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서는 이상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그의 해설을 그리워했지만, 이후 그가 다시 해설계로 돌아오기까지는 예상외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복귀 이후 그가 남긴 활약상은?

<아프리카 TV>는 그동안 그가 맡아왔던 스포츠 채널들과 비교하면 한층 더 자유로운 중계가 가능하다. 중계 방에 있는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과 후, 하프 타임에는 직접 방송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프리카 TV>의 이러한 특징을 잘 활용한 이상윤 해설위원은 시청자들에게 더 큰 재미를 선물했다.

오랜만에 해설에 복귀한 경기였던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는 '막걸리 해설'이라는 별명에 맞춰 직접 막걸리를 준비해오는 정성까지 보였다. 물론 실제 중계에서 막걸리를 마시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색깔의 탄산음료로 기분을 내는 모습을 보여 큰 웃음을 안겼다.

지난 2010년 K리그 경기를 중계하면서 있었던 'VIP 식사권' 일화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당시 이상윤 해설위원은 경기장 전광판에 경품으로 발표된 '패밀리 레스토랑 VIPS(빕스) 식사권'을 'VIP(브이아이피) 식사권'으로 읽어 신승대 캐스터와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다시 언급한 이상윤 해설위원은 실제로 패밀리 레스토랑 VIPS에서 인증사진을 찍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에는 프리미어리그 중계에서 맹활약 중이다. 첼시와 퀸즈파크의 경기에서는 전반전이 끝난 하프 타임 때, 특정 선수의 스폐셜 영상을 보며 격한 감탄사와 놀라움을 표현했다. 놀랍게도 이 스폐셜 영상은 이상윤 본인의 선수 시절 스폐셜 영상이었다. 자신의 골 장면을 보며 아낌없이 "이야~ 이타적인 움직임이에요!" "로빈 반 페르시~!"를 연발하는 이상윤 해설위원의 모습을 보며 많은 시청자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식사 모습을 방송으로 보여주며 '먹방'을 펼치기도 하고, 마이클 올리버 주심을 보며 머리를 올리브로 발랐다고 표현하는 등 시청자들은 그의 해설을 '꿀잼'으로 표현한다.

지난 2일, 빅매치였던 서울과 전북의 경기에서도 그의 활약은 빠지지 않았다. 특히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어록은 "스페인산 오스마르"와 "고요한은 고요하지 않아요!", "최철순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최강희 감독입니다" 등 부지기수다. 이러한 농담이 시청자와 신승대 캐스터마저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흘러나와 뜻밖의 즐거움을 주었다.

계속해서 중계 중 퀴즈를 내보내는 이상윤 해설위원의 멘트를 들으며, 신승대 캐스터는 그를 '퀴즈왕'이라고 표현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이 남기는 어록은 신승대 캐스터의 반응과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루며 90분 내내 경기가 주는 긴장감과는 또 다른 재미를 시청자에게 선물했다.

그가 해설계에 복귀한 지 아직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특히 K리그 경기는 이제 막 두 경기를 중계한 것에 불과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축구 팬들에게 이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건 이상윤 해설위원만의 능력이다.

유독 K리그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윤 해설위원은 분명 K리그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K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위원 중 단연 '넘버원'급 인지도다. 이렇듯 이상윤 해설위원이 유독 K리그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해설 스타일, 그리고 K리그를 향한 애정과 열정에 있다.

일반적인 해설위원들은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냉철하게 분석하고, 비판을 가한다. 그래서 특정 선수의 잘한 부분에 대한 칭찬보다는 실수한 부분에 대해 따끔한 지적이 오히려 주를 이룬다. 대부분의 해설위원이 비판과 비평을 중심으로 해설을 진행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이러한 분위기에 불만을 느끼는 축구 팬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불만을 느끼는 팬들이 바라는 것은 기존의 비판 위주의 해설보다는, 있는 그대로 경기를 즐기며 마치 현장에 있는 듯 경기의 분위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주는 해설이다.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흥을 돋울 수 있는 유쾌한 스타일의 해설을 기다렸다. 특히 K리그 경기를 중계할 때는 누구보다도 리그에 대한 애정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해설 위원의 존재를 꿈꿨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이상윤 위원만큼 제격인 인물이 없다.

물론 타 해설위원에 비해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유쾌하고, 때로는 의미를 알아듣기 힘든 뜻밖의 농담을 주고받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영어를 잘 못해서 발음을 틀리는 경우도 잦다. 그럼에도 팬들이 이상윤 위원에게 많은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있다. 그만큼 K리그의 재미와 열기를 팬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에게까지 실감 나게 전달해줄 수 있는 해설위원의 존재를 많은 이들이 바라왔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언제나 K리그 경기의 중계를 빼놓지 않았다. 늘 꾸준하게 K리그 팬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0년대 후반부터 축구 중계를 시작한 그는 해설계를 잠시 떠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K리그와 함께했다. 한 경기, 한 경기의 중계가 소중한 K리그에서 언제나 TV를 통해 팬들을 찾아온 이상윤 해설위원은 어느덧 '익숙한 인물', '친구 같은 인물'로 팬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그는 K리그에 대해 꾸준한 애정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자, K리그의 열기와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보는 이들에게도 흥을 돋우는 유쾌함이 느껴지는 해설 스타일의 소유자다. 이상윤 해설위원이 K리그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다. K리그 중계에는 언제나 이상윤이 있었다. 이상윤은 밝고 유쾌한, 긍정적인 매력으로 K리그의 열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내용상으로 한층 더 발전해가고 있는 이상윤 해설위원의 해설을 많은 축구 팬이 응원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축구 경기의 유쾌함과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해설위원이었고, 특히 K리그의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물임을 팬들은 알고 있다.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축구 해설계의 풍토에서 확실히 자신만의 개성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그다.

중계 마이크를 잡는 동안, 그가 공공연히 밝힌 꿈은 월드컵 메인해설이었다. 월드컵 경기의 즐거움과 열기를 중계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언제나 K리그를 위해 힘 써주는 모습에 감사하며, 그의 월드컵 중계 꿈이 이루어질 날이 언젠가 오기를 응원한다. 그의 해설은 언제나 "남바완이에요(넘버원이에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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