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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공원)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 <상화 시비>
 대구 달성(공원)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 <상화 시비>
ⓒ 추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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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 우곡중학교 학생들이 대구로 역사 체험학습을 왔다. 지난 10월 17일, 학생들은 대구공정여행A스토리협동조합의 안내를 받아 국가사적 62호인 달성-조선 시대 전국 3대 시장이었던 서문시장-한강 이남 최초의 2층 학교 건물인 계성학교 아담스관-<동무생각>의 작곡가 박태준 노래비-1919년 3.1운동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시인 상화 고택-한강 이남 최초의 서양식 성당 건물인 사적 290호 계산성당을 중점적으로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세계 최대의 한약재 거래처인 약전골목의 한방체험관을 방문했다.

학생들의 첫 출발 지점은 달성의 동쪽 복개도로였다. 정만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파견예술인의 해설과 함께 우곡중 학생들의 역사 체험학습이 시작되었다. 해설가는 복개도로에서 달성의 절벽 같은 성벽을 바라보며 이곳이 국가사적 62호로 지정된 근거에 대해 설명했다.

복개도로 옆의 달성 성벽
 복개도로 옆의 달성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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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복개가 되어 있지만 본래 이곳은 해자였지요. 해자는 성 아래로 물길이 흘러 적군이 쳐들어오기 어렵도록 되어 있는 지형을 말하지요. 그리고 달성은 절벽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 다시 흙을 얹어 성벽을 높이고, 또 돌을 쌓았지요. 261년의 일입니다. 풍납토성과 더불어 우리나라 고대 축성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옛날 성이지요. 자, 성벽 위를 한번 거닐어 볼까요?"

학생들은 정문으로 들어가 사슴과 얼룩말부터 보았다. 이어서 곧 관풍루에 당도했다. '관풍루'는 민중들의 풍속을 살피는 누각이라는 뜻으로, 본래는 경상감영의 정문이었다. 그런데 1906년 친일파 대구군수 박중양이 일본인 상인들의 장사를 돕기 위해 대구읍성을 파괴할 때 철거되어 이곳으로 옮겨졌다. 그 이후 점점 낡아 1970년에 다시 중수했다.

관풍루
 관풍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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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이 달성공원으로 변신한 것은 1905년 이래의 일이다. 연도상으로는 조선 고종 때 사건이지만 사실상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서려 있는 달성을 단순한 유원지로 전락시키려는 일본의 정치적 의도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해설가는 "고령 주산성, 경주 월성, 부여 부소산성, 공주 공주성 등 모두 '성'으로 끝나지만 달성은 '공원'으로 끝나지 않습니까? 대구읍성이 파괴된 것과 마찬가지로 달성이 공원으로 변한 것 역시 일본인들 때문이지요. 우리는 달성에서 국가와 민족의 자주독립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곰과 호랑이굴을 지나자 이번에는 민족시인 이상화의 시비 <나의 침실로>가 나타났다. 이 시비는 1948년에 세워졌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라는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아직 중학생들이 이상화에 대해 배운 바가 없기 때문에 그가 대구 출생이고, 192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항일 저항시인이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같은 명작을 남겼다는 기본 설명이 제공되었다. 해설가는 시비 뒷면에 '김소운'의 이름이 새겨진 까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상화 시비 앞에서 기념 촬영
 상화 시비 앞에서 기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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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닭장, 코끼리굴, 원숭이 철책을 지났다. 달성서씨 유허비와 서침나무를 통과하자 이른바 '순종 나무'가 나타났다. 좌우로 나란히 서 있는 일본향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순종이 심었다고 여겨져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해설가가 "이토 히로부미, 알지요?"라고 하자 중학생들은 우렁차게 "예!"라고 답변했다. 해설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909년 1월 12일입니다. 이토가 순종을 강제로 이곳에 데리고 와서 일본향나무 두 그루를 기념 식수 했지요. 그리고 그날 순종에게 신사 참배도 시켰습니다. 일본 천황에게 우리나라 황제가 절을 한 것이지요. 역시 달성은 우리에게 민족 의식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역사체험장인 것 같습니다."

순종나무
 순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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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해설가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순종나무를 뽑아버리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그냥 두고 오늘처럼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 좋을까요? 어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답니다. 우리 민족의 사적 안에 일본향나무가 무성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놔두고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순종나무에 대해 한 편의 글을 써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원을 달성 안에 두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역시 글을 써볼 일입니다. 학교에 돌아가면 꼭 실천을 하시기 바랍니다."

해설가의 당부를 들으며 학생들은 달성공원 정문을 나섰다. 그리고 서문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문시장에는 먹을거리들도 많으니 좋아하는 음식을 사 먹는 체험도 하겠습니다"라는 해설가의 말을 들으며 학생들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달성공원 정문
 달성공원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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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우곡중학교 학생들의 대구여행 동행기는 계속됩니다.



태그:#달성, #우곡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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