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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양성반응이 나왔습니다. 위염도 있고요. 위염이 있을 경우 헬리코박터균을 없애야 합니다.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까 2주간 빠짐없이 드세요. 혹 한 번이라도 거르면 처음부터 다시 드셔야 합니다. 꼭 빠뜨리지 말고 드셔야 합니다."

2년 전 건강검진을 했을 때 의사에게 들은 말이다. 의사의 신신당부를 듣고 약을 받아 2주간을 그야말로 빠짐없이 복용하였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고, 목으로 쓴물이 올라오는 걸 감내하면서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2013년, 위에 염증도 없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도 없다는 기분 좋은 통보를 받았다.

헬리코박터균이 독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약을 먹는 동안 힘들었지만 참았다. 그렇게 내 위속에 살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기어이 박멸되었다. 이후로 어디에서 헬리코박터균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헬리코박터 무균자라고 자랑을 했다.

헬리코박터균이 없으면... 식도암, 천식, 알레르기 등이 온다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마틴 블레이저 지음 / 서지영 옮김 / 처음북스 펴냄 / 2014.09. / 1만6000원)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마틴 블레이저 지음 / 서지영 옮김 / 처음북스 펴냄 / 2014.09. / 1만6000원)
ⓒ 처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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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그리 잘한 일이 아니었다. 마틴 블레이저가 쓴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를 읽으면서 헬리코박터균 박멸을 위해 애쓴 보람이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저자는 헬리코박터균이 염증을 유발하는 데 기여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혹 헬리코박터균이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염증이 다 나쁜 게 아니다. 저자는 "위장의 염증은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생물학적 이점이 많기 때문에 헬리코박터균을 꼭 없애야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헬리코박터균이 없는 사람때문에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촘촘한 먹이사슬의 아래쪽이 대혼란에 빠진다.

위산역류로 인한 속쓰림 현상이 보균자보다 무균자에게 두 배나 높게 발생했다. 이를 방치하면 바렛 식도가 손상을 입어 식도암과 선암의 빈도가 높아진다. 역류질환은 천식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과 꽃가루 알레르기의 빈도도 높인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비염이 심하다. 아침이면 콧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느닷없이 나오는 재채기는 또 어떤가. 2~3년 전만 해도 이런 적이 없었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괜히 헬리코박터균을 없앴나?"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 책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산과 호르몬의 생산과 유지에 큰 기여를 한다. "위에 있는 조절T세포의 억제기능이 천식과 알레르기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고 말한다. 염증유발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불확실한 해악보다 없어서는 안 될 역할들을 감당한다. 헬리코박터균의 손실이 더 많은 질병들을 유발한다.

아이에게 미생물 전달 막는 제왕절개수술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이 내성을 키워 병을 치료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저자는 내성보다 더 심각한 게 미생물들을 죽여 생체 내 균형이 깨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안의 미생물군집이 건강을 지켜주는데, 미생물군집을 사라지게 하는 게 바로 항생제라고 말한다.

"미생물은 행성을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 죽은 생명체를 분해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기 중에 불활성 질소를 살아 있는 세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모든 동물과 식물에 꼭 필요한 유리질소로 변환하거나 고정시켜준다." (본문 33쪽 중에서)

우리는 흔히 미생물을 '유해균'과 '유익균'으로 나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거부한다. 엄마로부터 아기에게 전달되어야 할 미생물이 전달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 원인으로 제왕절개수술과 어렸을 때의 항생제 투여를 꼽는다. 제왕절개는 엄마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고 수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아기에게 전달될 미생물을 막는다.

"출생과 함께 시작된 면역시스템과 미생물 사이의 상호작용은 일생을 통해 형성된다. 몸속 상주 미생물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로 침입자에게 저항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본문 53쪽 중에서)

연인끼리의 키스나 성관계를 통해서도 미생물이 옮겨간다. 그러나 교란이 일어나는 게 아니고 시간이 경과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한다. 강제로 항생제를 투여하여 죽이지 않는 한 적정 미생물은 유지되고 이로 인해 건강도 유지된다.

성인에게 투여된 항생제보다 어린이에게 투여된 항생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저자는 어린이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의 소아성인병 발병 원인 중 하나로 항생제를 꼽는다. 이를 억제하는 미생물과 박테리아의 존립을 아예 막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무분별한 항생제 투여... 이젠 멈출 때다

2001년까지 세계적으로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던 나라인 프랑스는 2002년부터 '항생제 효능을 위한 국가적 계획'을 발표하고 억제에 나섰다. 2007년에는 26%나 덜 사용했다. 항생제는 증세완화의 목적으로 쉽게 남용된다. 제약회사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축에게도 성장촉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소량씩 사용한다. 가축에게 사용된 항생제 역시 그 가축을 섭취한 인체에 영향을 미쳐 내성은 물론 미생물의 세대전달을 방해한다. 우리의 인체는 나면서부터 어머니로부터 미생물을 물려받아야 한다. 또 이후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 인체는 미생물과 공존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런 자연법칙을 무너뜨리는 게 항생제다. 페니실린 이후 항생제는 인류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하지만 현대의 질병이 늘어나는 이유는 너무 위생적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인류와 공존할 때 인간은 건강할 수 있다. 사라진 미생물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너무 깨끗한 것,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 작은 통증을 못 참는 것,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하는 것 모두 건강에 유익하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이젠 이를 염두에 두고 적당히 미생물과 친해야 하리라.

덧붙이는 글 |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마틴 블레이저 지음 / 서지영 옮김 / 처음북스 펴냄 / 2014.09. / 1만6000원)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 왜 항생제는 모든 현대병의 근원인가?

마틴 블레이저 지음, 서자영 옮김, 처음북스(구 빅슨북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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