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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예뻐 죽겠어! 으이그~ 귀여워~!"

딸내미가 아이를 낳은 후 입에 달고 사는 말입니다. 저도 귀여워 죽겠습니다. 손자 녀석 서준이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귀엽고, 예쁘고, 신납니다. 무언가 골치 아픈 일이 있어도 녀석만 보고 있으면 시름이 싹 가십니다. 딸내미가 "귀여워 죽겠다"고 할 때마다 덩달아 "나도, 귀여워 죽겠다"고 말합니다. 할애비인지라 너무 드러낼 수 없어 소위 절제된 감정을 가슴으로 삭이며, 속으로 "나도, 나도"를 연발합니다. 바보짓이라는 거 아는데 자꾸 그러게 되네요.

손자 녀석 서준이... 귀여워 죽겠어요"

손자 녀석 서준이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귀엽고, 예쁘고, 신납니다.
▲ 귀요미 서준2 손자 녀석 서준이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귀엽고, 예쁘고, 신납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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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예뻐 죽겠어! 으이그~ 귀여워~!”
▲ 귀요미 서준1 “아이, 예뻐 죽겠어! 으이그~ 귀여워~!”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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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이 훨씬 지나서야 아이 백일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유명한(유명한 데 맞나?) 포토갤러리에 가서 사진을 찍었답니다. 근데 그 사진들이 귀여워 죽을 지경입니다. '죽겠다'라는 표현이 적당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길이 없지만, 그것보다 더 강도 높은 표현이 있다면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귀여워 돌아가시겠다."
"예뻐 미치겠다."
"고와서 눈부시다."
"사랑스러워 자지러지겠다."
"예뻐 놀라 자빠지겠다."
"귀여워서 맨붕이다."
"귀여워서 못 살겠다."
"깨물어주고 싶도록 귀엽다."
등등

우리말은 부정적 표현이 극도의 칭송이 되는 게 흠이긴 합니다. 귀염둥이 서준이를 향한 이 할애비의 설렘을 표현하라면 종일이라도 할 것 같습니다. "허허! '손자 바보'라더니 맞네!" 하실 분, 맘대로 놀리세요. 얼마든지 상쾌하게, 그리고 통 크게 받아들일 의향이 넘칩니다. 제 속에 저도 모르게 오그라들 듯 자리하는 이 아름드리 감정이 무엇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바보짓'이라 해두죠.

서준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충만합니다. 요샌 참 좋은 세상입니다. 서준이가 곁에 없어도 서준이가 곁에 있습니다. 무슨 시 구절 같죠? 서준이가 울고 있어도 웃습니다. 서준이가 똥을 누고 있어도 까르르 까르르 재롱을 떱니다. 뭔, 소리냐고요? 하하하. 인터넷, 스마트폰 등, 발달된 신기술 말입니다.

딸내미가 수시로 N드라이브에 서준이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놓거든요. 물론 제 것과 연동이 되고요. 실시간으로 서준이 일거수일투족을 블로그와 카카오스토리를 통하여 본답니다. 그러니 서준이가 곁에 없어도 있는 거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서준이는 자기 집(딸 내외의 집) 서울에, 저는 아내와 함께 사는 제 집, 세종특별자치시에 있거든요. 그러나 서준이는 늘 제 곁에 있습니다.

예뻐서 귀여운 거라고요?... 아닙니다

딸내미가 “귀여워 죽겠다”고 할 때마다 덩달아 “나도, 귀여워 죽겠다”고 말합니다.
▲ 귀요미 서준3 딸내미가 “귀여워 죽겠다”고 할 때마다 덩달아 “나도, 귀여워 죽겠다”고 말합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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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충만합니다.
▲ 귀요미 서준4 서준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충만합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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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가 귀엽다 보니 바보짓을 자주합니다. '귀여운 게 뭐지?'하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 왔습니다. "남자에게 참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던 어떤 사장님 광고 카피처럼, 표현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종일이라도 표현한다니까요. 그런데 '귀엽다'는 말이 뭘 말하는 건지 뉘앙스가 궁금해졌습니다.

뻔히 아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는 바보짓을 감행했습니다.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란 뜻이랍니다. 이 사전의 풀이는 원래 예쁘고 곱거나 아니면 애교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사랑스럽고 귀엽게 여겨진다는 거지요. 원본이 고와야 해석이 곱다는 말입니다. 텍스트가 좋아야 콘텍스트가 좋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할애비 감히 이 사전의 뜻에 이의를 제기하는 바입니다. 저는 서준이가 예쁘고 곱거나 애교가 넘치는지 객관적인 시험을 거치는 것 자체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누가 뭐래도 예쁩니다. 누가 딴지를 걸어도 곱습니다. 누가 애교가 없다고 해도 사랑스럽습니다. 이게 '바보짓 작렬'이 아니고 뭐겠어요.

글과 함께 올라온 제 손자 사진을 보는 독자들 중에는 "얘가 뭐가 귀여워!?" 하실 분 두 명(?)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무조건 서준이가 귀엽습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비룡소 펴냄)에서 사사키 마사미가 그걸 알려줍니다.

"귀여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귀엽게 태어난 게 아니라 엄마 아빠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 귀여운 것입니다. 귀여움을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잘못을 했을 때에도 순순히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사기 위해 엉뚱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귀여움을 받는 것입니다."(위의 책 206쪽)

아셨죠? 아이를 귀여워하면 귀여운 아이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서준이가 귀엽다는 거지요. 딸 내외도, 저희 내외도 귀엽게 여기잖아요. 시집식구들 또한 그렇고요. 그러니 무조건 귀여운 겁니다. 서준이는 실제로도 귀여우니 이걸 어째요. 이제 딴지 걸지 마세요. 서준이는 지금도 귀엽고, 귀엽게 클 거고, 성인이 되어서도 귀여울 겁니다.

빌리언 달러 베이비 유괴작전 Vs. 바보짓 작렬작전

영화 <BB프로젝트>에서 아기가 울자 달래느라고 쩔쩔매고 있습니다.
 영화 <BB프로젝트>에서 아기가 울자 달래느라고 쩔쩔매고 있습니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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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훔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뚱땅(성룡 분)과 난봉(고천락 분)이 그런 친구들입니다. 도박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듀오, 빚에 쫓기던 이들이 이름 하여 'BB프로젝트(빌리언 달러 베이비 유괴작전)'에 돌입합니다. 거금을 준다는 말에 아이를 유괴하기로 한 거죠.

결국 그들은 솜씨 좋게 한 아이를 유괴합니다. 거금을 손에 쥘 생각에 들떴지만 그것은 잠시, 힘든 아이 돌보기의 난관에 봉착하고 맙니다. 아이 달래기가 만만한 게 아니잖아요. 싼 거 갈아주고, 배고프다 칭얼대면 먹이고, 졸리다고 보채면 안아주고.... 그러다 아이가 사랑스러워집니다. 영화 <BB프로젝트>(2006, 진목승 감독)의 내용입니다.

둘은 나중에 유괴를 시킨 갱조직의 목적은 아이를 죽이는 거란 걸 알게 됩니다. 유괴의 목적인 돈벌이는 어디로 가고 둘은 아이의 보디가드가 되어 갱조직과 싸웁니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아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아무리 좀도둑, 난봉꾼이라 해도 그 아이를 보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죠. 이 영화에선 아이는 예뻐서 귀여운 거라고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제 손자 서준이는 그런 차원이 아니랍니다. 귀여운 아이 귀엽게 여기는 건 누구나 한답니다. 뚱땅과 난봉처럼 말입니다. 안 예쁜데 예쁘다고 하는 건 꽃할배만 하는 거지요. 별거 아닌 짓을 해도 "귀여워 죽겠다"라며 연발총을 쏘는 건 어미나 하는 거지요. 'BB프로젝트(바보짓 직렬작전)'에 저는 딸내미와 의기투합하기로 했답니다.

영문도 모르고 방긋방긋 웃는 아기와 매번 생사를 넘나들며 몸을 날리는 두 도둑의 콤비 플레이가 압권이었던 <BB프로젝트>는 지금, 저와 제 딸내미에 의해 'BB프로젝트(바보짓 직렬작전)'로 리바이벌 되어 서준이를 이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이로 재탄생시키고 있답니다. 사사키 마사미의 말처럼, 제 손자 녀석 서준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귀여운 사람으로 자라길 소망하면서.

귀여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귀엽게 태어난 게 아니라 엄마 아빠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 귀여운 것입니다.
▲ 귀요미 서준5 귀여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귀엽게 태어난 게 아니라 엄마 아빠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 귀여운 것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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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손자 바보 꽃할배 일기]는 시리즈로 계속됩니다. 이전 글과 함께 읽으시고, 앞으로의 글을 기대해 주시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태그:#손자 바보 꽃할배 일기, #서준, #육아일기, #외손자,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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