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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금감원 중징계 제재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교체 사업을 항상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금감원 중징계 제재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교체 사업을 항상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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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지주 조직원들은 '열심히 일해야겠다' 이게 아니라 '누구한테 줄서지'가 더 중요해요. 낙하산 인사들이 오면 자기 사람 만드느라 정신없으니까요."

회장과 행장이 극심한 갈등을 빚다가 결국 모두 불명예 퇴진한 KB금융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의 말이다. KB금융 내홍의 배경에 낙하산 인사와 줄서기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KB금융 내홍의 주인공인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4개월이 넘도록 갈등을 빚었다. 이 두 사람이 다툼을 하는 동안 리딩뱅크라는 국민은행의 지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추락했다.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동안 경영진은 권력다툼에 여념이 없었다.

ⓒ KB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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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KB금융이 아닌 외부출신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임 회장은 재무부 출신의 대표적인 관피아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2010년 KB금융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사장 시절 이경재 KB이사회 의장에게 공을 들이면서 회장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곧 자신의 발판이 됐던 KB사장직을 없애면서 지배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장을 KB금융지주 이사회 멤버에서 제외시키면서 권력을 점차 키웠다.

반면 이 행장의 경우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국민은행에서 부행장으로 2년밖에 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 정부의 금융권 실세 인맥으로 알려지면서 작년 7월 행장으로 취임했다.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도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권 낙하산 인사다. 서로 다른 출신의 낙하산 인사인 임 회장과 이 행장의 화합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낙하산 인사의 측근 이사진들도 퇴진해야"

정부의 지분이 없는 순수 민간 기업인 국민은행에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문제는 계속됐다. 연초부터 정보유출사태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 계속되는 사고를 수습하지 않고 두 사람은 주전산기교체를 두고 갈등만 표출했다. 이들은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권력 투쟁과 단기 실적에 집착했고 결국 조직원들은 본연의 업무보다는 줄 대기에 치중하게 됐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두 사람 모두 낙하산 인사로 KB금융에 애정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10년 이상 KB조직에 몸담은 사람이었다면 사태를 이 지경까지는 끌고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7월 3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7월 3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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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주전산기교체의 경우 이사회와 경영진이 충분히 합리적으로 조정 가능한 사안이었지만 서로 외부에 휘둘리다가 내부 갈등을 표출한 것"이라며 "조직이 아닌 자신의 안위만 생각한 낙하산들끼리의 싸움이다"라고 꼬집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의 무능을 지적했다.

전 교수는 "행장과 회장을 견제하고 회사의 살림을 하는 이사진들은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가 일을 키웠다"며 "임 회장의 측근으로 이뤄진 이사진들은 권한만 챙기고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일부 책임이 있는 이사진도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권 등에서 낙하산 인사가 오지 못하도록 엄격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최고 경영진뿐 아니라 그들이 데려온 측근들도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자격 요건을 만들어 줄서기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임영록, #이건호, #KB금융지주, #KB국민은행,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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