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담뱃세 인상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주민세 인상, 지방세 감면혜택 중단 등을 골자로 한 '2014년 지방세제 개편 방안'을 정부에서 발표했습니다. 그간 실효성 없이 무분별하게 연장되던 지방세 감면혜택에 대한 정비방안은 환영할 만합니다. 그러나 주민세 인상은 세부담의 공평성을 고려한 보다 종합적인 세제 개편의 틀에서 추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방재정 악화는 지방정부의 세입구조 왜곡과 더불어 폭증한 국고보조사업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인 지방재정 정상화 대책이 필요합니다.

무분별하게 연장되어서 관행처럼 여겨지던 지방세 감면혜택을 정비하겠다는 방안은 일견 긍정적입니다. 지방세 감면총액은 2011년 기준으로 15조1612억 원, 감면율 역시 22.5%로 대단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증가 속도 역시 빨라서 지방세수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8.8%씩 증가한 데 반해 지방세 감면액은 같은 기간 연평균 19.9% 증가하였습니다.

지방세 감면혜택의 폭발적인 팽창도 놀랍지만 지방세 감면혜택 증가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정책목적 달성에 따른 조치라는 점에서 지방정부에 유·무형의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방정부의 재원확보와 지방재정제도의 개선, 지방자치의 원칙 등을 고려하면 갈수록 비대해져만 가는 지방세 감면혜택에 대해서는 한층 적극적인 정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조치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겠지요.

반면 주민세 인상은 과세공평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정부에선 1999년 이후에 물가 상승폭이나 커진 경제 규모, 향상된 소득수준 등 달라진 시대상황에 비해 부과세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을 주민세 인상 근거로 들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더 살기 좋은 삶의 터전을 만들기 위한 상세한 밑그림과 동시에 이를 위한 구체적인 비용과 주민세 인상의 필요성, 향후 기대효과까지 깔끔하게 제시했어야 합니다.

또한 법인균등분의 경우에 부담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지방세제 개편에 따른 법인균등분의 인상폭은 미약합니다. 이런 부분 역시 현실화해야 해야 합니다. 이런 선행 과정이 결여된 일방적인 증세 방침은 국민의 조세저항을 자극하고 신뢰만 떨어트릴 뿐입니다. 주민세로 부과되는 세액이 적다고 해서 그 의미나 무게감까지 정부가 낮게 본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이번 지방세제 개편안의 배경이 된 지방재정 악화엔 국고보조사업의 폭발적인 증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방정부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국고보조사업은 2005년 359개 사업, 총액 23조원에서 올해는 956개 사업에 61조 784억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국고보조사업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른 지방 부담금의 지속적인 증가는 지방정부의 재정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방세수 확충 못지않게 국고보조사업 개편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이번 개편안은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입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지방세제 개편안은 지방재정에 부담을 끼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에 기초하기 보다는 지방세수 증대에만 치중한 반쪽짜리 대책입니다. 세부적인 지방세수 확충 방안에서 감면혜택 정비와 같은 일부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주민세 인상처럼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에 집착하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건전한 지방재정을 위한 재원확보와 공평과세, 기능배분과 세출구조 변화까지 포함한 보다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지방재정 정상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