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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가 3년 만에 준대형세단 에스엠7(SM7)의 부분변경모델을 내놨다. SM7 노바는 최근 SM 시리즈에 적용된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됐다.
 르노삼성차가 3년 만에 준대형세단 에스엠7(SM7)의 부분변경모델을 내놨다. SM7 노바는 최근 SM 시리즈에 적용된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됐다.
ⓒ 카리포트 임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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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런스(DIFFERENCE, 차이 또는 차별성)'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지난 4일 르노삼성차의 준대형 세단 '에스엠7(SM7) 노바'를 타고 내렸을 때까지 그랬다. SM7이 돌아왔다. 이 차는 르노삼성에서 내놓는 차 중에 가장 크고, 비싸다. 지난 2004년에 첫선을 보인 후 준대형차 시장에서 나름 선전을 해왔다. 2005년에 2만5675대를 팔았고, 2011년까지 매년 1만7000대 전후로 꾸준히 팔려나갔다.

하지만 그때까지였다. 르노삼성은 자동차 뼈대(플랫폼)를 닛산에서 르노로 탈바꿈한 후 새로운 SM 시리즈를 시장에 내놨다. SM7도 2011년에 새 모습으로 나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SM7은 2012년에 가까스로 5000여 대를 팔더니 작년엔 3587대로 추락했다.

SM7뿐 아니었다. 르노삼성차는 이 기간 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렸다. 시장에선 회사를 둘러싼 온갖 억측과 추측이 나돌았다. 그새 수백 명의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르노삼성은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올 상반기 르노삼성차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까이 급증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국내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제품 개발에 나선 탓이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 큐엠3(QM3)를 비롯해 중형차인 에스엠(SM)5 디젤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부활 움직임은 그동안 '잊혀져왔던' SM7을 살려내는 바탕이 됐다. 이 회사 황은영 상무는 "이런 날이 올줄 몰랐다"고 했다.

박동훈 영업총괄 부사장은 "(SM7이) 2011년 이후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 내부의 자신감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달라졌다"면서 "무엇보다 우리만의 '디퍼런스(차이)'가 충분하다"고 했다. 그리고 시장을 흔들어보겠다는 야심도 내비쳤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의 앞에는 철옹성 같은 현대차의 그랜저부터 다양한 수입차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디자인과 편의사양] 얼굴만 성형하는 것으로 일단 끝?

르노삼성차의 SM7 노바.
 르노삼성차의 SM7 노바.
ⓒ 카리포트 임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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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7 노바가 3년 전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차량 앞면이다. 자동차의 얼굴이다. 예전과 사뭇 다르다. 대신 최근 몇 년 새 SM 시리즈에 적용된 앞면 그릴이 SM7에도 보인다. 또 보닛 후드 역시 변화를 줬다. 회사 쪽 설명에선 '볼륨감', '근육질', '남성미'라는 표현과 함께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유러피언 프레스티지'라는 말도 나왔다. 이 표현은 3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앞모습과 달리 옆모습이나 뒷모습은 큰 변화가 없다. 개인적으로도 옆 모습은 세련됐다고 본다. 타이어에 들어가는 18인치의 알로이 휠도 나름 고급스럽다. 하지만 트렁크에 달린 후방카메라는 여전히 '옥의 티'다. 깔끔한 후면부 디자인 점수를 깎아먹는 듯하다.

실내 디자인 역시 큰 변화는 없다.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안정감을 준다. 회사 쪽 자료는 '유럽 대저택의 거실을 연상시킨다'라고 쓰여있다. 글쎄다. 대신 SM7이 그랜저 등 경쟁차들에 비해 실내공간 면에선 경쟁력이 있다. 12개 스피커가 들어간 보스(B0SE) 사운드 시스템이나 뒷좌석까지 개별 온도 조절이 가능한 에어컨 등 고급 편의사양도 있다.

SM7 노바의 실내 모습. 내부디자인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처음으로 와이파이 통신을 활용해 탑승자의 스마트폰과 연계시킨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을 선보였다.
 SM7 노바의 실내 모습. 내부디자인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처음으로 와이파이 통신을 활용해 탑승자의 스마트폰과 연계시킨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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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와이파이(Wi-Fi) 통신을 활용해서 스마트폰과 차량 모니터 사이 양방향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남형훈 부장은 "모바일 시대에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비게이션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거의 모든 기능을 차량 모니터를 통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쓰려면 별도의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깔아야 한다. 내비게이션도 에스케이텔레콤의 티맵(T-map)이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전용이다. 아이폰 사용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쉬운 부분이다.

[주행성능] SM의 정숙, 편안함은 여전... 달리기 성능에 변화도

기자가 탄 차는 2.5리터급 알이(RE) 모델이다. 각종 편의사양이 모두 들어가 있다. 6기통의 닛산 브이큐(VQ)엔진이 올라가 있다. 자동변속기도 6단짜리다. 3년 전과 엔진이나 변속기는 차이가 없다. 온라인에선 이를 두고 '사골 엔진'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한마디로 구형 엔진을 여전히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세계 자동차회사 가운데 엔진 부문에서 좋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르노-닛산그룹이다. 다양하고 좋은 가솔린과 디젤 엔진 등을 내놓고 있다. 남형훈 부장은 "SM7의 엔진은 구형이 아니라 이 차에 가장 적합한 엔진"이라고 했다. 남 부장의 말을 100%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경쟁차인 그랜저는 이미 디젤모델까지 내놓은 상태다. SM5에는 이미 르노의 디젤 엔진이 올라가 있기도 하다.

SM7 노바에는 닛산의 6기통 브이큐(VQ) 엔진이 들어갔다. 부드럽고 정숙성이 뛰어나다. 내구성도 입증된 엔진이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3년전과 같다.
 SM7 노바에는 닛산의 6기통 브이큐(VQ) 엔진이 들어갔다. 부드럽고 정숙성이 뛰어나다. 내구성도 입증된 엔진이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3년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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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아봤다. 이번 테스트 코스는 고속도로와 일반 국도, 급한 곡선과 언덕 구간 등 다양했다. 평지 등에서 가속페달에 약간 힘을 줘보니, 어느새 속도계는 시속 120킬로미터 근처를 향하고 있었다. 정숙성은 여전했다. SM시리즈의 상징처럼 돼 있다. VQ엔진 자체가 조용한 데다, 엔진 회전음이나 바람소리, 각종 기계음 등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승차감은 전보다 약간 단단한 느낌이다. 이 회사 기술부문 관계자는 "서스펜션을 조정하고 차량 내부 마그네슘 합금 등을 사용해 전과 다른 승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그네슘 소재가 사용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했다. 뒷좌석 파워시트와 트렁크에 맞닿는 부분만 씌였지만 기존보다 무게를 1.4킬로그램이나 줄이는 효과를 냈다고 한다.

핸들링(조향성능)도 좋은 편이다. 각도가 큰 곡선 구간에서의 쏠림 현상이나 고속으로 달리다가, 급히 제동을 걸 때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스포트(SPORT) 모드에선 좀 더 달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경제성] 연비는 아쉬워... 굳이 3.5보다 2.5리터 LE 모델 적당한 듯

그렇다면 경제성은 어떨까. 이날 기자는 2.5리터급 차량으로, 100여 킬로미터 구간을 달렸다. 도심 평균 연비는 1리터당 6.5킬로미터였다. 국도 편도 2차선에, 높은 언덕과 곡선 구간이 많았고, 에어컨까지 켜고 달렸다. 고속도로 구간에선 평균연비가 리터당 11킬로미터 수준이었다.

회사가 내놓은 연비는 리터당 10.2킬로미터(복합연비 기준)이다. 물론 3.5리터급 차량의 경우 연비는 좀 더 떨어진다. 차값은 3040만 원부터 시작해서 3870만 원까지다. 3년 전과 비교하면 40여 만 원 올랐다.

르노삼성차의 준대형세단 SM7 노바. 엔진 등 파워트레인은 3년전 그대로다.
 르노삼성차의 준대형세단 SM7 노바. 엔진 등 파워트레인은 3년전 그대로다.
ⓒ 카리포트 임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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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7을 산다면, 2.5리터 LE 모델 정도가 나을 듯하다. 값은 3240만 원이다. 거의 모든 편의장치가 들어가 있다. 스마트미러링 시스템 등도 들어있다. 각종 세금 등까지 더하면 3500~3600만 원 정도다. 여기에서 1000여 만 원을 더 줘가며 3.5리터급으로 갈 이유는 별로 없을 듯하다.

준대형 세단을 찾는 소비자라면 분명 현대차 그랜저와 비교할 것이다. 2015년형 그랜저 가솔린 모델은 3024만 원(2.4리터)부터 3875만 원(3.3리터)까지다. 디젤모델(2.2리터)은 3254만 원부터다. 차 값만 따지면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연료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디젤모델이 없는 SM7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 분명하다.

박동훈 부사장은 "현대차의 그랜저 등은 국내보다는 미국시장을 위해 개발된 차"라며 "(SM7은) 프랑스 회사가 순수하게 한국시장 만을 위해 개발한 준대형 세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차별성'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자, 이제 다시 돌아가자. 르노삼성은 3년 만에 우리에게 잊혀졌던 SM7을 다시 들고 나타났다. 이번에도 '디퍼런스(차이)'를 들고 나왔다. '유러피언 프레스티지'라는 구호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디자인 변화도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에 자동차와 접목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겼다. 나쁘진 않다. 시장은 '다시 살아난' SM7을 어떻게 평가할까. 두고볼 일이다.


태그:#르노삼성차, #SM7 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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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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