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하지만 2인자가 정말 슬픈 것은 1인자'만'을 기억해서가 아니라 1인자를 '통해서만' 기억되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처럼 말이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등장으로 무너져가는 살리에르(최수형)의 모습을 통해 보다 쉽게 필부의 공감을 끌어낸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등장으로 무너져가는 살리에르(최수형)의 모습을 통해 보다 쉽게 필부의 공감을 끌어낸다.
ⓒ HJ컬처

관련사진보기


모차르트를 통해서만 기억되는 살리에르

살리에르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그나마 알려진 정보는 모두 모차르트와 관련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한 음악가로 기억한다. 그는 당시 빈의 궁정악장으로서 모차르트에 비해 확고한 위치에서 음악활동을 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 사망 당시 경쟁관계에 있던 살리에르가 그의 독살을 사주했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이를 뒷받침할만한 명확한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모차르트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 살리에르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와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살리에르를 기억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뮤지컬 <살리에르> 관람은 혹여 이 작품이 살리에르에 대한 오해를 푸는데 작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바람에서 출발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천재로서의 재능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기를 원하는 인간 모차르트의 모습을 그려낸다. 반면에 뮤지컬 <살리에르>는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다고 믿었던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의 등장으로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을 통해 보다 쉽게 필부의 공감을 끌어낸다.

 모차르트(박유덕)의 음악은 살리에르가 밤낮없이 몰두해 작업한 음악을 너무도 쉽게 벼랑 끝에 세운다.
 모차르트(박유덕)의 음악은 살리에르가 밤낮없이 몰두해 작업한 음악을 너무도 쉽게 벼랑 끝에 세운다.
ⓒ HJ컬처

관련사진보기


두 음악가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감상하다

혜성처럼 등장해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살리에르가 밤낮없이 몰두해 작업한 음악을 너무도 쉽게 벼랑 끝에 세운다. 누구보다 살리에르 자신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사랑한다. 그의 음악에 마음이 움직이면서 점차 스며드는 불안을 감지한다.

여기서 모차르트의 재능과 그의 음악에 대한 살리에르의 질투를 캐릭터화한 젤라스(Jealous)가 등장한다. 젤라스는 살리에르의 행동과 감정변화의 중심추로 작용한다. 나아가 살리에르를 종용하며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젤라스는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메피스토 펠레스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의 최대강점은 음악이다. 젤라스와의 대립에서 비롯되는 살리에르의 내적갈등을 오롯이 담아낸다. 사랑과 질투, 연민 등의 감정이 뒤섞인 살리에르의 내면을 음악으로 풀어낸 탓에 음악은 다소 무거우나 우울하지는 않다.

지금껏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살리에르의 음악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비교해가며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산이라도 한 듯 흐트러짐 없이 단정해 오히려 답답한 느낌마저 드는 살리에르의 음악, 오선지 안에서 음표들이 춤추듯 자유롭고 감정적인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들의 작곡방식만이 아니라 성격까지 닮았다.

 모차르트의 재능과 그의 음악에 대한 질투를 캐릭터화한 젤라스(김찬호)의 등장은 살리에르의 행동과 감정변화의 중심추로 작용한다.
 모차르트의 재능과 그의 음악에 대한 질투를 캐릭터화한 젤라스(김찬호)의 등장은 살리에르의 행동과 감정변화의 중심추로 작용한다.
ⓒ HJ컬처

관련사진보기


거울을 전면에 배치한 무대 또한 살리에르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나와 내가 원하는 나 사이의 차이가 빚어내는 이질감, 여기서 싹트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들의 소용돌이는 거울에 다시 반사되어 살리에르 자신을 비춘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지금껏 모차르트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살리에르를 역으로 조명한다. 그에 대해 막연하게 품어온 편견에서 벗어나 모차르트의 재능에 가려져있던 살리에르의 노력, 음악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슬픈 고백, 이제 당신이 들어줄 차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