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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글쓰기> 책표지.
 <대통령의 글쓰기> 책표지.
ⓒ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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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를 읽었다. 2월 25일자로 초판 1쇄본이 나왔다. 손에 쥔 책은 발행일이 5월 1일자인 24쇄본이다. 많은 이가 읽었다. 언론에서는 이 책이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저런 서평들에 이끌렸다. 호기심이 꽤 일었다. '대통령의 글쓰기'라니 어떤 특별함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책 사는 일을 차일피일 미뤘다. '대통령의'라는 수식어 때문이었다. '대통령'이라는 말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평범한 나와는 다른 세계의 글쓰기를 말할 것 같았다.

이 책이 '대통령의 글쓰기'에 관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핵심은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인공이었다.

저자는 두 전직 대통령을 대한민국 통치자 중 가장 뛰어난 연설가이자 문필가로 평가한다. 저자에게 두 대통령은 글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고, 그 글에 전심전력을 다한 사람들이었다.

두 대통령은 글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다고...

김 전 대통령은 옥중에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사형을 언도받은 상황에서 껌 종이, 과자 포장지에 못으로 깨알 같이 눌러썼다." 노 전 대통령은 죽음 직전까지 글을 썼다. 유서에 남긴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가 그 생생한 증거물이다.

'난쟁이'인 저자에게 김 전 대통령은 '거인'이었다. 저자는 생각과 사색과 성찰이 깊은 김 전 대통령을 뛰어난 '사상가'로 보기도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연설비서관실에 간간이 글쓰기 지침을 내려 주었다고 한다. 그 글쓰기 지침을 정리한 32가지는 '글쓰기의 모든 답'을 담고 있을 정도로 완벽한 것이었다. 모두가 두 대통령의 타고난 능력 덕분이었을까.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 한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나오는 게 글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저자가 빌려온 것이다. 두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연습했을까.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 보자.

무엇보다 두 대통령은 책을 많이 읽었다. 저자가 보기에 독서와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저자는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고 말한다.

독서 없이 글을 잘 쓸 수 없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그랬다. (46쪽)

김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연설문 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단어 하나를 놓고 몇 시간 동안 씨름하기도 했다.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전 동교동 자택 지하실 서고에 1만5000권의 장서와 신문철을 두고 자료를 찾았다고 한다.

두 대통령은 메모광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언론이 '국정노트'로 부른 메모 노트를 퇴임시 27권이나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손바닥 두 배 크기의 메모지를 양복 안쪽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썼다. 이지원(e知園)이라는 청와대 내부 전산망 안에 '실마리 파일' 기능을 만들어 온라인 메모를 하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글쓰기와 메모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적자생존'.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적는(메모하는) 자가 살아남는 법이라며 저자가 만든 말이다. 메모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 책에는 실용적인 글쓰기를 위한 알짜배기 팁이 골고루 풍성하게 담겨 있다. 몇 가지 훑어보자. 먼저 횡설수설의 문제. 횡설수설은 글 쓰는 모든 이에게 '공공의 적'이나 마찬가지다. 저자에 따르면 횡설수설은 두 가지 이유에서 생겨난다.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거나, 할 얘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횡설수설하는 글은 길어지고, 느끼해지며, 공허해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네 가지를 제시한다. ▲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자 ▲ 거창한 것,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자 ▲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등이다.

말이나 글의 첫머리 시작 방법도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시작은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 서론보다 본론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글의 시작은 유혹이며, 유혹은 짧을수록 좋다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첫 단어, 첫 문장 쓰는 일을 특히 어려워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첫머리에서 긴장하는 이유를 글에 대한 눈이 높거나 남의 눈을 의식하는 데서 찾는다. 이를 막는 데 저자가 정리한 다음 16가지를 융통성 있게 활용해 보면 어떨까.

소감, 개인적인 인연이나 에피소드, 행사 장소에 대한 의미 부여, 겸양, 관계자에 대한 감사 표시, 의표를 찌르는 시작, 질문으로 시작, 최근 사건 및 뉴스 언급, 통계 자료 제시,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시작,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 유익 강조, 정의, 이어 받기, 속담이나 격언 인용, 침묵.

노 전 대통령, 자신의 메시지를 함축하는 한 단어로 찾기위해 노력

글을 길게 쓰는 것도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다. 'KISS'. 'Keep It Simple Short'의 머리글자를 딴 표현이다. 말과 글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메시지를 함축하는 한 단어, 한 문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짧은 말, 짧은 글의 힘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군더더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글을 쓸 때는 더 넣을 것이 없나를 고민하기보다는 더 뺄 것이 없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글이 좋은 글이다. 군살은 사람에게만 좋지 않은 게 아니다. (163쪽)

사람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이유가 비슷하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국어 교사다. 수업 시간에 글쓰기 활동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때마다 학생들이 묻는다. '어떻게 써야 해요. 어려워요.'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무렇게나 써. 너희 맘대로, 편하게!'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나 역시 늘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다. '무엇을'도 불분명하고, '어떻게'는 더욱 그렇다. 도대체 무슨 글을 써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래도 일단은 덤빈다. 썼다가 지우고, 없앤 걸 되살린다. 앞쪽 문단을 떼내 뒤로 보낸다. 한자어를 썼다가 고유어로 바꾼다.

그러다 보면 글 한 편이 완성된다. 머리가 쓴 건지 손이 쓴 건지 모를 정체불명의 글이 내 눈을 어지럽히고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절망과 좌절이 오는 순간이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츠로 쓰면 되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271쪽)

저자가 김 전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을 '글'에 대비해 다시 풀어놓은 것이다. '자기 글'의 중요성을 담고 있는 말이다. 자기만의 관점, 자기 스타일 등과 같은 것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생각과 스타일이 있다. 자신감을 갖고 그 생각과 스타일을 글로 내보이면 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역사의 진보를 '한 사람, 혹은 소수가 누리는 권력이나 지위를 좀 더 많은 사람이 나눠 갖고 함께 누리는 것'으로 정의했다. 저자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라고 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고 있다. 대통령 연설문 쓰는 노하우를 누구든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글쓰기의 '성역'을 무너뜨리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민주주의는 말이고 글이다. 말과 글을 통하지 않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민주주의 시대 리더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리더는 자기 글을 자기가 쓸 줄 알아야 한다. (310쪽)

덧붙이는 글 |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지음 / 메디치 / 2014. 2. 25. / 327쪽 / 16,000원)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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