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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7월 12일 소사구청에서 조별로 정책을 토론하고 있는 모습
▲ 부천시 청소년 참여예산 토론 모습 7월 12일 소사구청에서 조별로 정책을 토론하고 있는 모습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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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부천 소사구청에서 '청소년 참여예산'(부천연대 주최, 부천시 후원)이 열렸다. '청소년 참여예산'이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주민 참여예산 제도의 '청소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주민 참여예산이 말 그대로 예산을 편성하는 데 반해 '청소년 참여예산'은 조별 토론과 정책 수립, 발표에 중점을 둔다. 물론 그중 채택되는 정책은 시상과 함께 실제 부천시의 정책으로 수립된다. 참가자들은 정책을 세우기 전 참여예산에 관한 이해를 위해 간단한 강의를 듣게 되는데, 올해 부천 청소년 참여예산은 7월 12, 13, 19, 20일 4일의 주말을 이용해 참가자들이 각 조별로 정책을 준비했다.

청소년들이 토론을 통해 조별로 준비한 정책을 지난 7월 20일 마지막날에 발표했다. 그리고 참여 학생들의 투푤르 통해 1등을 선정했다. 1등으로 선정된 정책을 낸 조원들은 부천시의장상을 받았다. 그러나 상을 받은 조가 낸 정책이 부천시의 정책에 바로 반영되는 건 아니다. 7월 31일, 참여예산 졸업식(부천시청)에서 부천시장님 앞에서 정책을 발표한 뒤 부천시에서 채택을 해야 정책으로 반영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책이 공식 채택되면 시장 상도 받게 된다.

7월 31일 청소년 참여예산 졸업식-부천 시장 앞에서 각 조의 조원들이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 부천시 청소년 참여예산 졸업식 최종 발표 7월 31일 청소년 참여예산 졸업식-부천 시장 앞에서 각 조의 조원들이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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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부천시청에서 열린 졸업식에는 김만수 부천시장님과 여성청소년과 과장, 부천연대 대표, 부천 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등이 귀빈으로 참석했다. 귀빈들은 청소년들이 준비한 정책들을 듣고 평가했다.

시장님은 졸업식을 시작하며 "학생들이 귀한 시간을 내서 생각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정책이 채택이 되든 못 되든 간에 좋은 자리가 될 것이다, 기대가 된다"라고 말하며 청소년 참여예산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부천연대의 장형일 대표님은 "기대했던 인원보다 많이 참여했다"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자체 발표에서 높은 표를 받은 조 순서대로 발표를 진행했다. 제일 처음으로 시 의장상을 받은 고3조의 발표가 있었다. 고3조의 정책은 '학교 학사일정을 정하는데 있어서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을 포함시키자'였다. 이에 따른 기대효과로는 학생들의 민주정치 의식 향상과 학생 만족도를 들었다.

2등을 했던 2NE1조는 요즘 교육계의 핫 이슈인 '등교시간 늦추기'를 정책으로 준비했다. 이어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한 쓰레기통과 봉사프로그램 설치'를 하자고 한 조가 있었다. 중등 8조는 사교육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적당한 가격대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없다며 '청소년 쉼터 건립'을 주장했다. 그 외에도 청소년 의견 반영 의무화, 혁신학교 도입, 체육시설 확충 등의 정책들을 발표했다.

발표를 들은 후 부천시 여성청소년과 이춘구 과장과 부천 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는 정책을 듣고 평가와 느낀 점을 말했다. 여성청소년과 과장은 "청소년이 생각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캐치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시장 상은 정책 검토 후 대략 9월 중에 시상하고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청소년 참여예산이 확산돼야 하는 이유

청소년 참여예산은 청소년이 단순히 정책을 만든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의 말을 들어주는 정치인은 흔치 않다. 청소년들의 불편한 점이나 원하는 것들이 정책에 잘 반영이 안 되는 것이다. 청소년이 이런 방식으로나마 정책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향상을 나타낸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참여확대의 역사였다. 학교나 그 밖의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의 의견은 배제돼 왔다. 그러나 이 행사는 청소년도 자신과 밀접한 정책 결정의 기회를 준다. 그리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청소년이 정책 수립,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이 행사는 청소년들의 지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직접 정책 수립을 하면서 청소년과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도 어느 정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청소년 참여예산'은 투표권이 있는 어른들의 '주민 참여예산'제도보다 훨씬 수 자체가 적다. 그리고 정작 학생들에게 지자체보다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육청은 참여하지 않아 사실상 반쪽자리 '청소년 참여예산'이 되고 있다. 이런 아쉬운 점들이 개선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진보교육감 전성 시대를 맞아 교육감과 지자체장들에게 제안드리고 싶다. 청소년의 권리 신장과 의견 반영, 민주주의 의식 향상을 위해 청소년 참여예산을 지역별로 활발히 개최하는 건 어떨까요?


태그:#청소년 참여예산, #참여예산, #부천시, #부천연대, #학생 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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