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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 청년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형 생활주택(의무 공동관리 대상 외) 관리비는 내역공개에 대한 법적장치 부재로 피해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 악용해 집주인은 추가월세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청년들의 높은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룸관리비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민달팽이유니온이 나섰다. 그 프로젝트를 지면에 싣는다. [편집자말]
LH 대학생 임대주택에서 사는 장형남(25)씨는 관리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주인이 월세를 더 받으려고 관리비를 받는 것 같다"는 것. 장씨는 "관리비와 월세를 합쳐서 집주인 계좌로 한 번에 입금하기 때문에 사실상 구분이 안 된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전주에서 서울로 학교를 오게 되어 자취를 하는 김승호(24·가명)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TV와 인터넷,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사용료를 명목으로 관리비를 받는다, 그런데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으며 낮은 층이라 엘리베이터도 쓰지 않는다"라며 "물론 차도 없으니 주차장도 필요없다"라고 관리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덧붙여 "관리비 항목을 개인이 선택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망설임 없이 관리비를 납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자취를 시작한 김청송(24)씨는 좀 다르다. 3만 원의 관리비가 있는 원룸에 살고 있지만 주인과 협상을 해서 관리비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 반면 같은 원룸 건물에 살고 있지만, 다른 세입자들은 관리비를 내고 있었다. 이처럼 세입자가 실제 사용하는 비용과 관계없이 주인 마음에 따라 관리비가 달라지는 게, 원룸 관리비의 실상이다.

인터뷰 도중 김씨는 수도요금을 터무니없이 많이 낸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원룸 1층에 혼자 사는 김씨의 친구 A씨는 매달 수도요금 명목으로 2만 원을 내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A씨는 그 이유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원인은 앞마당 잔디밭에 깔린 스프링클러 때문이었다. 집주인이 스프링클러에서 나오는 수도요금을 1층 세입자들에게 청구한 것.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앞마당에서 잔디 키우는 돈을 내고 있었던 셈이다.

본인도 모르게 집 앞 잔디를 키우고 있었던 원룸세입자

원룸 관리비, 얼마 내세요?
 원룸 관리비, 얼마 내세요?
ⓒ 신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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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는 실제로 드는 비용보다 얼마나 부풀려져 있을까? 대부분의 원룸 관리비는 실제 관리를 할 때 드는 비용과 크게 관련이 없는 듯하다. 싼 곳은 3만 원부터 비싼 곳은 10만 원까지 종잡을 수 없다. 관리비는 보통 지역별로 집주인들의 담합과 같은 형태로 정해진다.

월세를 보충하기 위한 집주인의 '꼼수'로 이용되기도 한다. 관리비의 투명성도 문제다. 어떤 항목이 포함되어 있는지 세입자들에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한 번에 돈을 걷어 가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식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어 있어 관리비를 결정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법에 의무 사항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임차인대표회의는 법에서도 권고사항으로만 해놓았기 때문에 원룸에 사는 청년들은 세입자들을 대표하는 회의를 구성하지도 않고, 사실 관심도 적다.

대다수 청년들은 1, 2년 단위로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관리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도 어렵다. 주택법은 150세대 이하의 건물에 적용되지 않아 원룸에 사는 청년들이 법적 테두리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법과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경제적 약자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만한 자치 조직도 없는 상태다.

언론에서는 1997년부터 아파트 관리비 부풀리기에 대한 보도가 줄을 이었다. 오피스텔 관리비 문제 또한 1999년부터 다루었다. 서울시는 작년에 '아파트 관리비 내리기 길라잡이'를 발간하고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에서 아파트 동별로 관리비를 공개해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오피스텔 관리비와 관련해서는 '집합건물법 개정안'이 나왔고, 2013년 12월에 서울시는 오피스텔 주민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집합건물 관리규약'을 만들었다. 그러나 원룸 관리비에 대한 보도는 2013년에야 처음 나오기 시작했다.

기사 수도 적고, 기사의 내용은 "원룸 관리비가 부풀려져 있다", "집주인 마음대로 고무줄 관리비다" 등 단순히 문제점을 고발하는 정도에 그쳤다. 언론과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여전히 청년들은 부풀려진 원룸 관리비로 고통 받고 있다.

베일에 싸인 원룸 관리비, 청년들이 파헤친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원룸 관리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원룸 관리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신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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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말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 임대인에게 뭔가를 직접 요구하고 항의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 또한 대구에서 올라와 4년째 자취생활을 하고 있지만 매달 6만 원씩 내는 관리비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좀 비싼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 뿐. 주변에 물어봐도 어떻게 관리비가 정해지는지 아는 친구들은 없었다.

조금 살다가 다른 곳으로 옮길 텐데 주인이랑 싸워봐야 뭐할까 하는 생각에 그냥 관리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들로 원룸 주인은 대부분 몇 만 원씩의 관리비를 받고 있다.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도 그다지 관심이 없고,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원룸 관리비의 실체는 뭘까? 관리비에 대한 대한 내 의문은 점점 커져갔다.

그래서 일을 벌이기로 했다. 나를 포함한 민달팽이유니온(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한 단체) 조합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 민달팽이유니온은 7월 7일부터 6주에 걸쳐 '표준 원룸관리비 기준표 개발과 실태조사' 프로젝트를 벌인다. 원룸 관리비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민관을 통틀어 이번 프로젝트가 처음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임경지 세입자네트워크 팀장과 연구원 5명이 결합했다. 원룸 관리비를 각 항목별로 원가를 계산해보고, 청년 1·2인 가구 원룸 관리비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표준 원룸관리비 기준표를 개발하고 공정한 관리비를 책정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목표이다.

본 프로젝트가 원룸 관리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관리비 인하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 몰린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달팽이유니온 활동, 어떻게 진행되나?
민달팽이유니온은 각 항목별로 원룸 관리비의 원가를 계산해보고, 청년 1·2인 가구 원룸 관리비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8일에는 원룸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함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세입자가 실제로 느끼는 관리비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더 많은 청년들의 주거 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만들었고, 8월 1일부터 설문을 받을 계획이다. 8월 5일과 8월 9일에는 각각 관악구와 신촌에서 청년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다. 8월 11일에 당사자들의 오픈테이블을 거쳐, 8월 18일에는 최종 발표회를 열고 원룸 관리비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수도권 청년가구의 주택 관리비에 관한 실태조사, 참여하러 가기


태그:#원룸 관리비, #민달팽이유니온, #관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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