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송된 MBC <리얼스토리 눈>은 최근 서세원이 부인인 서정희를 폭행한 내용이 담긴 CCTV 화면과 딸에 대한 폭언이 담긴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리얼스토리 눈>은 최근 서세원이 부인인 서정희를 폭행한 내용이 담긴 CCTV 화면과 딸에 대한 폭언이 담긴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 MBC


지난 2월, 목사 서세원은 "똥같은 상업영화(<변호인>) 때문에 한 국가와 시대, 민족이 잘못된 집단 최면에 빠지고 있다"고 했다. 영화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시나리오 심포지움' 자리에서였다. 당시 그는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영화의 연출을 자처하며 한국영화계에 폭언을 쏟아냈다.

그 '감독 서세원'을 위한 자리는 지금 없다. 부인 폭행 논란에 휩싸였던 서세원은 최근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여론의 융단폭격을 받는 처지가 됐다. 딸에게 폭언을 하는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그의 교회는 재정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고, 목사직도 소속 교단으로부터 제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서세원을 총감독직에 앉히려던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제작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 전광훈 목사는 방송인 서세원을 목사의 길로 인도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폭행 논란 이후 서세원은 교단과 추진위원회에 의해 총감독직에서 물러났다.

후임 감독은 아직 확정 발표되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감독과 배우를 뽑겠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시나리오도, 감독도, 배우도 확정되지 않은 이 영화는 그러나 '순항중'이란다. 10월 촬영이 목표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 제작비 조달 계획이 목불인견이다.

"장로 20만 명에게 1000만 장 팔겠다"...무서운 흥행 계획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자료사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자료사진) ⓒ 양태훈


"우선 이승만 영화 예매표 1000만 장을 장당 1만 원씩 팔 계획이다. 전국 20만 장로님들이 함께하기로 했다. 장로 1명당 50장씩 팔면 가능하다. 제작비로 300억, 홍보비로 200억을 쓸 것이다. 나머지 500억은 이승만 기념관을 짓는 데 투입된다. 이를 위해 매일같이 전국 각 교단 장로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최근 기독교 인터넷신문 <뉴스앤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흥행(?) 계획이다. 애초 "3000만 명 후원인"을 모집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꽤나 양보한 기운이다.

헌데, '3000만 후원인'인 아닌 '1000만 예매표'라고? 여전히 구체적인 숫자들도 혀를 내두르게 하지만, 그 세부적인 계획을 들여다보면 공포감이 들 정도다. 전국의 20만의 장로들이 1명 당 50장씩 팔아 1000만 장을 만들겠다는 저 무시무시한 전략. 전국 기독교인들을 티켓 아니 1만 원의 돈으로 보는 장사속이 다단계를 능가한다. 일말의 자존심이 남아 있는 기독교인들이라면 먼저 불매(혹은 거부) 운동이라도 펼쳐야 하는 건 아닌지.

제작비 300억도 충무로 영화사상 역대급에 속하지만, 홍보비로 200억을 쓰겠다는 발상도 참으로 통이 크다. 게다가 나머지 500억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쓸어 모으겠다니, 그 저의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하지만 10억을 목표로 하는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크라우드 펀딩 금액은 29일 현재 9명이 참여해 단 31만 원이 모였다. 

서세원·문창극 옹호하더니...<건국대통령 이승만>이 하느님의 뜻?

 현재까지 31만원을 모금한 <건국대통령 이승만> 크라운드 펀딩.

현재까지 31만원을 모금한 <건국대통령 이승만> 크라운드 펀딩. ⓒ 건국대통령이승만추진위원회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역사의식이 분명한 사람이에요. 성경적 역사관을 가진 거예요. 성경적 역사관은 가장 우수한 역사관입니다."

지난 6월 전광훈 목사가 본인이 목회를 하는 사랑제일교회 설교 중 한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일조를 하고 결국 낙마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에 대해 전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뒤 다 잘라 버리고 좌파 언론, 좌파 PD, 좌파 기자, 그런 놈들이 '(문 후보자가) 일본 (식민지배) 36년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6·25 전쟁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라고 떠들어. 내가 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야"라고 풀이했다.

한국사회는 물론 성경 역시 좌와 우로 나뉘어 해석하는 전 목사가 이승만 영화에 매달리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이 지금 좌파, 종북에 집단 최면 상태"에 빠졌다는 것. 그는 앞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심포지엄 자리에서 "우리나라 영화 제작, 영화 예술계에 있는 분들 90% 이상이 좌파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그 누구도 감독직을 수락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건국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이승만이 소환되고 있다. '인간 박정희'가 아닌 것을 감사해야 할까(다행인지 불행인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그녀에게>는 제작이 좌초됐다). 종교 영화인지 이데올로기 영화인지 모를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위해 왜 애꿎은 영화와 영화계가 좌파, 종북이라 욕을 먹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사실 기세등등한 종교를 업고 '천만 관객'을 우습게 본 것이 아니고서야 이런 허황된 계획을 내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이 전무후무한 티켓팔이를 가장한 후원금 장사에 동원 당할 미래 관객들의 주머니다. 이미 우파(보수) 종교인들을 3000만으로 산정해 후원인을 모집하겠다고 장담했던 이들이 4개월 넘게 모금한 금액이 단 돈 31만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디, 눈 뜨고 '호갱님'으로 전락하는 이들이 극소수이기를.

종교를 팔아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후원금 모금에 나선 이 일부 기독교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이들에게 먼저 영화 한 편을 보고 시작하기를 권하는 바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5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돼 8월 초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그 사람 추기경>이다.

전광훈 목사가 이 작품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지만, 다수의 관객들이 이미 두 가지는 명확히 알고 있을 것 같다. 이 땅에 존경할 만한 종교인 혹은 목사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반면 전광훈 목사나 서세원 전 목사 같은 이들은 적지 않다는 점 말이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서세원 전광훈 그 사람 추기경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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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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