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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 봉쇄는 집단 학살이다!" 17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 학살 반대, 팔레스타인 평화!’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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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난 17일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 학살 반대, 팔레스타인 평화!' 기자회견이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주최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스라엘의 학살 행위를 규탄하고자 모인 각계 시민단체 회원들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롯한 다수 아랍인들이 참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자행하고 있는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하라', '가자 지구 봉쇄를 즉각 해제하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과 식민화를 중단하고 즉각 철수하라' 등의 구호가 나왔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는 "신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이스라엘이 같은 신의 이름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에 분노한다"며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새라씨는 "사람들은 우리가 유태인들의 지혜와 창조적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스라엘의 행태를 보면 그런 말들이 이해가 안 간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살하고 점령하는 게 이스라엘의 창조적 기술이냐"고 비판했다. 새라씨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에 대한 지원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발언을 매듭지었다.

미국, 이스라엘에 미사일 요격체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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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의 주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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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미사일 요격체계인 아이언 돔(Iron Dome)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지구를 공습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공습으로 현재까지 2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1500여 명에 달한다. 한편,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지난 2011년 이후 올해까지 미국이 이스라엘에 지원한 아이언 돔 지원 예산이 7억 2천만 달러(한화 약 74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학살을 지원하는 미국도 규탄했다. 김종환 <노동자연대> 기자는 "지금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중동과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제국주의 국가들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백악관 대변인이 "이스라엘은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비판했다.

김 기자는 이어 "미국 ABC와 영국 BBC 등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식의, 완전히 거꾸로 된 보도를 하고 있다"며 "이에 영국 런던 시민들은 이스라엘 대사관뿐 아니라 BBC 앞에서도 (왜곡 보도에 대한) 항의시위를 했다"고 서방 언론의 편파보도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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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학살 반대, 팔레스타인 평화!’ 기자회견에 참가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발언을 경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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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언론의 계속되는 친 이스라엘 편파 보도

이경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과거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을 때 세계는 우리를 외면했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은 아이언 돔 개발을 적극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를 반대한다던 중국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100년 전 식민지배의 아픈 경험이 있는 우리는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라며, 국내 언론의 이스라엘 편향적인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언론은 아이언 돔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는 기사들을 내놓는다"며 "조만간 북한 미사일에 대비해서 아이언 돔을 수입하자고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언론이 비판 임무는 소홀히 하면서 첨단 무기체계 선전에만 골몰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국주의 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옮기느라 정신없는 언론인들은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마지막에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휴전을 거부했다며 이 모든 책임을 하마스에게 돌리지만, 중재를 자임하고 나선 이집트 정부는 가자 지구 봉쇄에 앞장 선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가자 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을 봉쇄하는 정책을 펴며 식료품·군수용품· 연료 등을 들여오던 지하터널 수백 개를 파괴하라고 지시했다"며, 휴전을 중재하는 듯이 행동하지만 사실상 이스라엘 편을 드는 이집트 정부를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 해제, 가자 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개방,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인 석방은 평범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최소한의 요구"임을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서울 파이낸스 센터 앞으로 이동해 오후 6시께부터 이스라엘 규탄 및 팔레스타인 희생자 추모 집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집회 장소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펼쳐 놓았다. 그 옆에는 이번 침공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 공간을 마련했다. 집회 참가 팔레스타인인들은 헌화 후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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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 국내 거주 팔레스타인인들이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희생된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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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로부터 차별받아 온 팔레스타인

집회에서도 다양한 발언들이 오갔다. 평화운동가이자 양심적 병역거부 경험이 있던 박정경수씨는 침략국가인 이스라엘 내의 양심세력들에 대해 언급했다. 박정경수씨는 "2003년 이스라엘의 공군 장교 27명이 공습을 거부했다"며 "민간인 학살을 할 수 없다고 항명에 나선 이들은 바로 직위 해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27명의 장교들이 이스라엘 국민들과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한 사실도 소개했다. 박정경수씨는 "이스라엘 내의 평화주의자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이스라엘을 평범한 국가로 바꾸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인 잇삼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잇삼씨는 자신이 팔레스타인에 살 당시 이스라엘로부터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소개했다. 가자 지구의 베들레헴 거주자였던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설치한 분리장벽 때문에 "집에서 일터까지 차로 15분 걸리는 거리를 5개의 검문소를 거치며 3시간에 걸쳐 가야 했다"고 말했다.

잇삼씨는 또 "매일 검문소를 거칠 때마다 짐 검사와 몸수색을 일일이 다 받아야 했다"며 "14년 전부터 요르단 강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예루살렘에 기거하는 것도 금지됐다"고 말했다. 잇삼씨는 오랜 기간 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차별해왔다는 요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잇삼씨는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침공 규탄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표한 이날 집회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