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현장 모습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현장 모습
ⓒ 박다예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4일 오전 10시 12분]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함께 준비하는 친구들과 면접 연습까지 하고 왔는데 면접은 없었어요. 상담만 듣고 가네요. 그런데 이런 정보는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건데…, 많이 아쉽네요."

면접을 기대하며 파주에서 두 시간 걸려 왔다는 최미화(26)씨는 허탈함을 드러냈다.

7월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여성가족부 공동주최로 열린 '2014 시간선택제 박람회'는 각계각층의 구직자들로 붐볐다. 관심과는 달리 박람회 현장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불만과 원성이 높았다. 현장 채용은 드물었고, 면접 기회조차 얻기 힘들었다.

"대기업, 사실상 박람회장에서 면접은 힘들어"

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 채용박람회의 보도자료. 박람회에서 38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 채용박람회의 보도자료. 박람회에서 38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 고용노동부

관련사진보기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채용박람회에서 "180여 개 기업이 참여하여 약 380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롯데 등 아홉 개 그룹, 59개 대기업 계열사는 채용박람회에서 26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채용을 실시하는 대기업은 전무했으며 면접을 진행하는 대기업 계열사는 열두 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온라인으로 사전 지원을 한 사람에게만 면접 기회를 부여하는 곳이 대다수였다.

또한 보도자료에 어느 기업이 면접과 채용을 실시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승무원을 지망하는 최민혜(26)씨는 H기업의 계열사 부스 앞에서 "저는 면접을 볼 수 없었어요, 미리 지원하고 합격한 사람들만 면접을 볼 수 있더라고요"라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취업준비생인 이찬미(28)씨 또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기서 채용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왔는데 면접 기회조차 거의 없었어요. 있다고 해도 사전 정보를 알려주는 수준의 면접이었어요. 온라인으로 알아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

면접 실시하는 대기업은 열두 곳뿐

속 타는 구직자들과는 달리 행사를 주최한 정부 부처는 태평한 모습이었다. 김두경 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창출지원단 사무관은 "대기업은 따로 채용 절차가 있다, 사실상 대기업은 박람회장에서 바로 면접을 보기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채용박람회의 첫째 목표는 (채용이 아니라)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보도자료와는 상반된 이야기를 했다.

기업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면접 부스조차 설치하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김진성 롯데그룹 홍보팀 수석은 "실질적이고 정식적인 면접은 이뤄지지 않는다"라면서 지원서는 온라인으로 따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박람회에 참가한 목적을 묻는 질문에 '홍보 차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성현 신세계그룹 홍보팀 부장은 "대부분 상담 위주로 이뤄진다, (박람회에는) 설명과 상담을 해주기 위해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다른 대기업 부스에 가서 물어봐도 대부분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삼성그룹 에스원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밝힌 채용 인원이 박람회 참가를 위해 추려진 건 아니다, 이력서 접수는 삼성커리어넷에서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정보검색만 할 줄 알면 박람회장에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면접을 실시하는 대기업은 SK그룹 계열사(10곳)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신세계), 에어코리아(한진 계열) 공항지상직 등 열두 곳이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뽑는다고 한 2600명 중 이들이 채용하겠다고 밝힌 인원은 395명. 15% 남짓에 불과하다.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현장 모습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현장 모습
ⓒ 박다예

관련사진보기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박람회장에서는 구직자들에게 면접기회를 주지 않았다. 면접을 진행한다고 해도 현장 접수자들이 면접 볼 기회를 잡기는 어려웠다. 에어코리아 공항지상직의 경우, 면접 대상은 이미 사전등록을 거친 1차 면접통과자들이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현장에서 면접을 봐도 온라인 등록이 필수였다. 힘들여 면접을 치러도 온라인 지원을 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SK그룹은 각 계열사 인사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면접 실시 여부가 갈렸다. 지원을 해도 면접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번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는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일대일로 상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호평이 나왔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발표와는 달리 '정보 위주의 박람회'여서 구직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박람회장 앞에서 만난 정희정(26)씨는 "면접을 볼 수 있을 줄 알고 대구에서 KTX 타고 왔는데, 사전 등록하고 이력서를 제출한 사람만 면접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라면서 "이력서만 내고 간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인터뷰에 응한 다른 구직자들 또한 '다음 채용박람회에 또 참가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태그:#시간선택제, #채용박람회, #일자리 , #시간제, #코엑스 박람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