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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우주인배출사업 주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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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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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이소연 키즈는 없다.'

지난 2008년 4월 8일 20시 16분, 한국 최초 우주비행사인 이소연 박사를 태운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발사됐다.

이 박사는 열흘 간 우주정거장에 체류하며 무려 18가지의 기초과학 실험 임무를 진행했다. 기계공학 전공자인 이 박사에겐 다소 생소한 실험이었다. 더불어 잠자고 쉬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이 박사에게는 너무나 빠듯한 일정이었다.

항공우주연구원(아래 항우연)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문병호(인천 부평갑) 의원실에 제출한 이소연 박사의 열흘 간 일정표를 보면, 1~2일차에 우주환경에서의 식물발아 생장 및 변이연구, 초파리를 이용한 중력반응 및 노화유전자 탐색, 무중력환경에서의 소형생물배양기, 미세중력에서의 우주인 얼굴의 형상 변화 연구, 극하대기현상 관측, 제올라이트 결정성장, 금속유기 결정성장 등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어 3~4일차엔 앞서 진행된 실험 외에 우주에서의 안압측정, TV생방송, 미세중력상태에서 질량측정, 삼성카메라 성능 시험, 우주인의 날 기념 한국음식 만찬, 라디오 생방송, 메모리 실증 시험, 교육실험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5~6일차엔 기본 실험과 생방송 연결, 우주환경에서의 24시간 심전도 측정을 했다. 그리고 7~8일차엔 비공개 의학회의, TV생방송, 소음환경 문제 개선, 한반도 관측, 우주정거장 투어, 우주 강연, 우주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마지막 날인 9~10일차엔 기본 실험 외에 귀환 준비와 작별식이 이어졌다.

요약하면 이 박사가 우주에서 행한 대표적 실험은 식물생장, 초파리 유전자, 소형생물배양기, 얼굴부종, 우주식품, 제올라이트 결정, MEMS망원경, 지구관측, 소음측정, 메로리 반도체, 우주적응, 물의 현상, 표면장력, 우주볼펜, 운동 법칙 등이다. 단 열흘 동안의 우주관광으로 일궈낸 실험 실적이지만, 초보적인 실험에 불과했다.

항우연은 이를 토대로 한국형 유인우주프로그램 개발 등 기초과학 임무 18가지를 통한 논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연구원, 대학교, 민간 기업과 함께 각종 실험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구인에게 활용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는 건 역부족이었다. 이유인즉슨 기간과 비용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지구로 귀환한 후 최초 우주인 명칭을 부여받았다. 이후 4년간 235회에 이르는 강연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대국민스타로 발돋움한다. 덕분에 이 박사는 강연료 등의 부수입까지 챙길 수 있었다.

이 박사는 의무 선임연구원 재직 기간만을 채운 채, 돌연 MBA과정을 밟더니 결혼 후 항우연을 퇴사하기에 이르렀다. 이유는 단 하나, 일 보다는 가족이 우선이라는 것. 260억 원의 혈세가 들어간 우주인배출사업은 단 열흘 간 우주 관광으로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한국 우주인 관리 방향... 매니지먼트를 동원한 대국민스타로 발돋움?

한국우주인배출사업 이소연 박사 우주정거장 표류 활동 사진
 한국우주인배출사업 이소연 박사 우주정거장 표류 활동 사진
ⓒ 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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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페이지에 달하는 한국우주인배출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의 발전방향은 단기간의 소모적 활용이 아니라고 분명히 명시했다. 즉 한국 우주인은 장기적으로 국가 우주 개발, 과학 교육 홍보, 특히 청소년 교육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국가위상을 제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관리 방향의 기본 목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품위 있는 국민스타'로 재창출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우주인을 전문 매니지먼트사와 협약, 스타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별도 방안으로 제시되었다.

내용인즉슨 전문매니지먼트사의 활용을 통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 이에 대한 장점으로 전문적인 우주인 관리 지원가능(차량, 코디, 스타일리스트 등), 언론 홍보 및 이미지 관리의 체계적 수행, 다양한 수익활동 가능 등이다. 단 상업적 광고활동과 연계되는 점 등을 정부 또한 우려 사안으로 재검토를 명시해 놓았다.

결국 정부가 애초 밝힌 한국 우주인의 기본 임무인 우주과학자, 국민스타, 과학기술 홍보대사 중 국민스타만 성공을 거뒀을 뿐이다. 애당초 이명박 정부의 우주인 배출사업은 우주 관광으로 인한 전시 효과만 있었을 뿐이지, 기초과학 연구와 관련된 성과는 기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항우연이 제출한 한국우주인배출사업 사업비 집행내역을 보면 정부출연금 60억 원은 주로 인건비, 경상비, 우주인 선발비, 기타 잡비 등으로 지출됐다. 또 196억 원은 러시아 지불금으로 고스란히 바쳐야 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출연금은 우주인 선발 16억 원, 우주인 훈련지원 6억 원, 우주과학 임무개발 14억 원(장비 개발), 과학문화 저변확대 9억 원, 인건비 및 경상비 14억 원이 소요됐다. 러시아 지불금 잔액인 34억 원도 기타 경상비 등으로 지출됐다. 결국 정작 중요한 과학기술 연구개발 비용은 제대로 확보하지도, 써보지도 못한 것이다.

결국 당시 MB정부의 허술한 과학기술 체계로 인해 이소연 박사는 우주관광 홍보대사로 전락, 또 하나의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다. 이 박사를 통한 장기적 우주개발 마스터플랜은 고사하고, 후속 지원금 부족 등으로 제대로 된 연구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참고로 유인우주프로그램개발은 10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우주개발 사업은 한 분야에 미쳐야 통하는 법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애플의 1997년 광고, 스티브 잡스)

과학전문 블로거 A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소연과 이명박'이라는 주제로 우주인 사업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내용인즉슨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을 통해 26조 원의 혈세를 흘려보낸 것과 우주인 이소연이 260억 원의 혈세를 들고 집으로 향한 것이 똑같다는 비난이었다.

그는 이 박사를 두고 '그 정도의 사명감도 없었다면 애초 응시하지 말았어야 할 것', '이소연 키즈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다 준 것에 책임을 질 것', '국민의 염원과 기대는 저버린 채 오직 가족만을 위해 산다는 이기심의 발로가 더 나쁜 것', '직업의식에 대한 심각한 우려' 등을 비판했다.

그러며 그는 "국가지도자로서 공공의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가장 많은 사익을 챙긴 이명박 전 대통령,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서 국민에게 헛된 기대를 품게 해 혈세 260억 원을 먹튀, 공인임을 망각한 이소연 박사, 어쩜 이리 똑같은지 알 수가 없을 뿐"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제 이소연 박사는 더 이상 우주인이 아닌 한 가정의 엄마로 소박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물론 그 누구도 이 박사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대해 논할 자격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지난 6년간 이 박사에게 붙여졌던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상징성, 그것만으로도 우리 청소년들은 많은 희망과 기대를 품었었다는 것을 말이다.

소유즈 우주선 우주비행과정
 소유즈 우주선 우주비행과정
ⓒ 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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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정민 기자는 국회 문병호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소연, #우주인, #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자,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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