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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징계냐 중징계냐. 금융사 임원 200여명의 운명이 다음 주에 결정된다.

26일 역대 최대 규모의 징계가 예상됐던 금융감독원(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KB사태, 카드정보유출 등 핵심 안건을 결론내지 못하고 끝냈다.

이날 금감원은 제재심에 상정됐던 안건 15건 가운데 6건만 심의·의결했다. 나머지 안건에 대해서는 오는 3일 열리는 제재심에 다시 상정해 재논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당초 이날 200여명의 징계를 모두 결론짓겠다고 예고했었다. 그러나 징계 대상자들이 적극 해명에 나서면서 예상보다 소명시간이 길어져 재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루 만에 (200명의 제재를) 결정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여러 안건과 입장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며 "제재 양형을 결정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경우 소명 진술을 청취만 했다"며 "추후 제재심의에서 질의응답 등 다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상 초유의 대규모 징계인 만큼 금감원 1층 로비는 금융권 인사들과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중징계 확정시 거취질문엔 "너무 예단하지 말라"

이날 최대 관심 대상은 케이비(KB)제재였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사전 통보된 대로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KB금융 수뇌부가 동시에 사퇴 압박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제재심에서 직접 소명하기 위해 금감원에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제재심은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약 6시간가량 진행됐다.

임 회장은 소명을 끝낸 뒤 6시 50분께 기자들과 만나 "제재심의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KB직원들이 거리로 나앉지 않도록 최대한 선처를 부탁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임 회장은 3시 50분께 금감원에 출석했을 때만해도 "충분히 소명하겠다"며 짧은 대답을 한 뒤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소명을 끝낸 뒤 선처호소를 하는 등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거취 여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행장도 이날 열리는 제재심을 앞두고 오후 5시 20분께 금감원에 도착했다. 올 초 다리를 다친 이 행장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 들어왔다.

이 행장은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거취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징계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예단해서 얘기하지 말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이 행장은 "(제재심에서) 성심껏 제 입장을 전할 것"이라면서도 소명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 행장이 금감원 1층 로비에 입장하려 하자 윤영대 KB국민은행 제3 노조위원장이 "정신 차려라! 이건호"를 외쳐 한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은행을 다 말아먹고 두 다리를 뻗고 자는 이 행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은행 직원으로서 창피하고 이 행장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병기 감사 "착잡하다"... 이건호 오는 3일 다시 금감원으로

정병기 상임감사위원도 이날 제재심을 마치고 나와 "착찹하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제재심 분위기가 순조롭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정 감사위원은 금감원 11층에서 소명을 마친 뒤 바로 9층으로 이동해 이 행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은 최근 주 전산시스템과 관련해 사외이사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KB금융과 국민은행 직원들 역시 금감원의 결정을 기다리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KB금융 관계자는 "회장은 어제 준비한 소명을 모두 진술한 것으로 안다"며 "KB국민이 위기상황인 지금 경영진의 중징계 통보는 유감이고 제재심에서 잘 해결되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오는 3일 열리는 제재심에 다시 출석해 소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태그:#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정병기 상임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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