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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에서 진행된 '퀴어문화축제'를 보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나라가 망하려고 그러는 거다"라며 비난하셨다지요. "(동성애) 좋으면 혼자서만 그러면 되지. 게이 퍼레이드, 왜 하느냐"고요?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도 억압받고 있는 듯합니다. 군부독재시대에 좋은 시절을 누렸던 이 두 분께서는 그 때에 대한 향수병이 생겼는지 자꾸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고 하시네요. 대한민국은 현재 2014년이 맞습니까?
 최근 한국에서 진행된 '퀴어문화축제'를 보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나라가 망하려고 그러는 거다"라며 비난하셨다지요. "(동성애) 좋으면 혼자서만 그러면 되지. 게이 퍼레이드, 왜 하느냐"고요?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도 억압받고 있는 듯합니다. 군부독재시대에 좋은 시절을 누렸던 이 두 분께서는 그 때에 대한 향수병이 생겼는지 자꾸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고 하시네요. 대한민국은 현재 2014년이 맞습니까?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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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한가운데, 아침부터 천둥, 비, 해, 다시 비, 바람, 해, 천둥의 순으로 날씨가 아주 가관입니다.

'날씨가 이래서 어디 축제하겠나...'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평소 날씨보단 꽤 궂은 날씨였기 때문에 저는 우산과 우비까지 챙기곤 레즈비언-게이축제(Lesbisch-Schwulen Stadtfest)가 열리는 놀랜도르프 플라츠(Nollendorf Platz)로 향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SNS를 보니 이번에 한국에서 개최된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화제입니다. 전자발찌를 찬 퀴어문화축제 반대시위자를 비롯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 축제에 대해 "나라가 망하려고 그런다"라고 했다지요?

그렇다면 2001년, "나는 게이입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습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커밍아웃한, 현 베를린 시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Klaus Wowereit)의 지원 아래 지난 6월 14~15일 동안 개최된 '22회 베를린 레즈비언-게이축제'에 대해선 문 후보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심지어 일본의 극우정치가로 꼽히는 아베 총리의 부인 역시 '도쿄 게이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는 요즘, 시대와 동 떨어지는 발언만 하는 문창극씨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박근혜 정부의 안목이 심히 걱정됩니다.

구경꾼이 따로 없는 모두의 축제

마침 축제 현장에 도착하자 내리던 비도 차츰 멈췄습니다. 그런데 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축제장 입구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이번 축제이름은 '레즈비언-게이축제'라고 되어있지만, 이른바 LGBT(Lesbian,Gay, Bisexual,Transgender)로 묶이는 다양한 성적 소수자들의 부스들이 존재했습니다. 또 총 5개의 테마무대, 30개의 퀴어 동호회, 31개의 축제 참가 부스, 각종 먹을거리와 맥주 부스를 비롯해 경찰과 응급의료까지 갖춘 채 놀랜도르프 플라츠 동네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모든 퀴어동호회와 참가부스를 설명하고 싶지만 너무 많은 관계로 몇 가지만 추려 보려합니다.

일단 초입부에는 각종 직업군별 퀴어동호회들이 늘어서 있고 무지개 빛깔 십자기가 있는 종교부스와 경찰, 공무원, 선생님, 축구선수들의 퀴어동호회가 눈에 띕니다. 그 중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부스에서 한스(Hans)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현직 교사이고, 학교 내에 커밍아웃과 공개적인 토론의 장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의 '커밍아웃'이 때론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기도 하지만,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활동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겨우 군중을 빠져나오니 베를린 FM 라디오 98.8로 실시간 생중계되는 무대 앞입니다. 노래방기계가 앞에 있는 걸 보아하니 '전국노래자랑 콘셉트'의 무대인가 봅니다. 곧이어 사회자가 근육질의 건장한 청년 제이미를 불러냅니다.

"남자친구와 뉴욕에서 왔고요. Gloria Gaynor 의 'I will Survive'를 부르겠어요!"

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탄식을 쏟아냅니다. 반주가 이어지고 제이미가 노래를 제법 잘 불러재낍니다. 그러자 어느새, 저를 포함한 다양한 성,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이구동성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레즈비언-게이축제에서 콘돔 나눠주는 독일정당

아쉽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다른 곳을 이동해 봅니다. 이번에는 독일의 각종 정당들이 모여 있는 부스입니다. 이곳에는 독일 여당인 기민당(CDU), 베를린 시장을 배출한 사민당(SPD), 녹색당(Die Grünen), 좌파당(Die Linke), 해적당(Piraten) 심지어 보수정당인 자민당(FDP)등 독일에 존재하는 정당 중 소위 나치정당이라 불리는 NPD를 제외하고 거의 다 나와 있습니다.

각 정당부스에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정책 리플릿과 자료들이 있고, 정당 관계자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정책 설명합니다. 곳곳에서 몇몇 사람들은 정당가입카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민당(SPD)부스에서는 '100% 대등함, 그곳에 우리가 있다'라는 문구가 적힌 콘돔을 사람들에게 나눠줍니다. 아니나 다를까 빨간색 사민당 유니폼을 입은 한 활동가가 저에게 '동성애혐오 반대'라고 적힌 리플릿들과 콘돔을 한 아름 안겨줍니다. 녹색당(Die Grünen)부스의 한 여성은 씨익, 웃더니 '나를 다채롭도록 냅둬'라고 적힌 무지개 스티커를 제 옷에 붙여줍니다.

한국의 몇몇 유명하신 분들이 동성애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을 이들이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요?

 지난 14~15일 이틀간 놀랜도르프 플라츠에서 열린 '22회 베를린 레즈비언-게이축제' 모습
 지난 14~15일 이틀간 놀랜도르프 플라츠에서 열린 '22회 베를린 레즈비언-게이축제' 모습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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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만의 퀴어축제일 거란 예상은 버려라

또 다른 무대에서는 60세는 훌쩍 넘어 보이는 트랜스젠더 어르신들이 나와서 독일 유명가수 헬레네 피셔(Helene Fischer)의 복장을 하고 독일 최신 유행가인 'Atemlos durch die Nacht'(직역: 숨가쁜 밤을 지나)를 맛깔스럽게 부릅니다. 참고로 헬레네 피셔는 한국으로 치면 이효리 정도라고나 할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40~50대로 구성된 70년대 컨트리댄스 동호회가 무대 위로 올라와 엉덩이를 들썩이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주변으로 몇몇 커플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춰 신들린 듯한 춤 솜씨를 뽐냅니다. 이에 질세라 그 옆에 있던 7살 꼬마아이도 현란한 스텝을 밟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온 레즈비언부부가 깨소금 돋는 키스를 나눕니다.

밤늦도록 해가 지지 않는 베를린의 여름, 축제를 즐기다 보니 벌써 시간이 늦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철로난관에 무지개 깃발이 길게 걸린 놀랜도르프 플라츠 전철역으로 향합니다. 역 입구에는 1933년, 바로 이곳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사회주의에 의해 희생당한 자들을 위한 기념비가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 놀랜도르프 플라츠 전철역 앞에 세워진 동성애자 기념비
 독일 베를린 놀랜도르프 플라츠 전철역 앞에 세워진 동성애자 기념비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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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오늘 날, 베를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자유롭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고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과오'를 잊지 않고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한편에서는 독일의 성소수자들 역시 아직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날카로운 편견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국가의 대표 정치정당들이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장밋빛 노을이 지는 베를린 슈프레강가에 앉아 수줍게 키스를 나누는 젊은 청년들이 보입니다. 차창으로 보이는 베를린의 풍경이 온통 핑크빛입니다. 새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타깝지만 한국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습니다. 그리곤 혼자 읊조려봅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태그:#퀴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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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공미술가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연구하였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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