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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는 '시민을 시장으로 모시겠다'고, 우동기 대구교육감 당선자는 '행복교육 꽃 피우겠다'고 다짐했다.
▲ 대구시장`대구교육감 당선자의 현수막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는 '시민을 시장으로 모시겠다'고, 우동기 대구교육감 당선자는 '행복교육 꽃 피우겠다'고 다짐했다.
ⓒ 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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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권영진, 우동기가 되지 않긋나."

6·4지방선거 전 대구 시내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답변이었다. 시민들은 "이제 대구도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새누리당 시장 후보와 보수 성향의 교육감을 선택했다.

학교폭력 막고 행복한 학교 만들 수 있을까?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교육감들의 성향을 보면 진보 13명, 중도 1명, 보수 3명이다. 교육감 당선자 지도를 보면 중서부 지역은 야당의 상징색처럼 파랗게 물들었지만 영남지역은 보수 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뒤덮였다. 대구에서는 보수성향의 우동기 현 대구시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했다. 우동기 당선자는 전국 교육감 당선자 중 가장 높은 지지(58.47%)를 얻었다.

2011년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뒤, 대구는 '학교 폭력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 뒤로도 우동기 당선자의 교육감 재임 시절 대구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세상과 작별했다. 학교폭력과 왕따, 입시경쟁과 가정불화에 시달리던 내 조카 또래의 아이들은 어디에 말도 못하고 꽃같이 예쁜 나이에 떠났다.

그 당시 교육청이 자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자 대구시교육청은 부랴부랴 '학교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말았다. 실제 아이들이 뛰어내린 곳은 자신의 집 옥상이나 아파트였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대처라는 비판도 거셌다. 

우 당선자는 이번 선거 슬로건으로 "대구교육, 행복 꽃피다"를 걸었다. 그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 시스템 구축'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폭력제로학교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 당선자는 자신의 공약대로 대구 교육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왕따나 폭력이 사라지도록 지금까지의 위기를 반전시키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처럼 눈치 보며 밥 먹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당선자가 4일 오후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승리의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당선자가 4일 오후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승리의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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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대구는 전국에서 무상급식 최하위(19%)를 기록하고 있다. 우동기 당선자는 교육감 재임 시절 저소득층 학생들에 한해 무료 급식 지원을 했지만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해왔다.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이 잘 시행되는 수도권·전남 지역을 볼 때면 부럽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우동기 당선자는 보수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그는 학교급식 정책을 전면 개편해 초등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중학교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함으로써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가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종례 시간에 '급식비 지원받을 사람 손 들어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이 다 지켜보고 앉아 있는 교실에서 '우리 집 가난해서 급식비 지원받아야 한다'며 손을 들어야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는 내게 '그런 건 나쁜 게 아니다'라고 위로했지만 어린 나이에 친구들의 눈치를 감당해야했던 나는 꽤나 힘들었고 위축됐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똑같이 급식비 지원받고 똑같은 밥을 마음 편히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먹는 것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진보 교육감들의 철학이 담긴 '무상급식' 공약을 우 당선자가 과연 어떻게 실현시킬지 기대된다. 당선 소감을 통해 '후보 시절 내건 공약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언한 만큼, 대구가 '꼴찌'라는 수식어를 벗을 수 있게 공약들이 꼭 이행되길 바란다.

'대구 혁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건 아니겠지?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당선자는 2000년대 그는 한나라당 초선의원들과 함께 소장파 그룹인 '미래연대'를 결성했다. 2004년 출마한 17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옷을 입고 서울 노원을에 출마했지만 상대 후보에 1.9%p 차이로 낙선했다. 그후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에 일조하면서 43세에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았다. 그는 취임해서 퇴임할 때까지 언론 및 시의회 등으로부터 역대 최고의 정무부시장이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권영진 당선자는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박빙' 양상을 보였다. '변화'를 바라는 대구 시민들의 표가 어디로 쏠릴지는 선거 당일 오전까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새누리당 후보지만 상당히 개혁적·쇄신적이라는 평을 받은 권 당선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심정으로 표를 던졌다.

권 당선자가 선거운동 초반 내건 현수막에는 '대구 혁신! 큰일 해낼 젊은 시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지난 4월 29일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선출된 그는 "대구를 혁신하겠다는 일념이 고등학교밖에 대구에서 나오지 않은, 아무 연고도 없는 저를 후보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후로도 권 당선자는 여러 차례 연설과 토론회를 통해 '대구 혁신'을 꾀했다.

권영진 당선자는 '공직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시청을 시민에게 개방하겠다'는 뜻으로 ▲ 시민원탁회의 신설 ▲ 시민정책 공모제 및 시민정책 평가제를 확대 ▲ 시민행복 콜센터 설치·운영 ▲ 친절도, 청렴, 전문성, 능력, 공정의 5대 기준으로 인사 혁신 ▲ 개방형 공모제를 확대, 낙하산 인사의 잘못된 관행 뿌리 뽑기 ▲ 현장소통 시장실을 월 1회 이상 운영 ▲ 시정관련 회의록, 시장결재문서 등의 정보 전면 공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들대로라면 대구의 '공직혁신'이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질 날이 머지않았다. 늘 시청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민원실만 드나들던 시민들이 이제는 '문지방은 없는데 문턱은 높은' 시청에도 들어가 시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이 없도록, 내세운 공약을 반드시 이행할 지 지켜볼 일이다.

'창조경제타운' 팽당하긴 싫어요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당선자가 4일 오후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당선자가 4일 오후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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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당선자의 공약집을 보면 유독 '경제'에 대한 공약이 많다. 대기업 및 글로벌기업(포춘 500대 기업 규모) 3개사를 유치하고 중기업은 300개·중견기업 50개 육성, 일자리는 50만 개를 창출한다는 뜻에서 3·3·5·5 일자리 정책을 1순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올해 말 경북도청이 이전하고 남는 빈 땅에는 창조경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창조경제타운'을 건립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청년들이 이 창조경제타운에서 마음껏 창업을 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에 창조경제의 옷을 입혀 경쟁력을 강화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창조혁신인력 1만 명을 양성하고 청년창업펀드 1천억 원을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청을 비롯한 공공기관 신규인력의 70%를 지역인재 우선 할당제로 선발하고 점차 민간 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무엇보다 국가산업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 혁신도시 등에 대기업을 유치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청년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20대 취업준비생인 내가 우려하는 것은 역대 대구시장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대기업 유치'를 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당선된 이후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허울 좋은 공약에 속은 대구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타도시로, 수도권으로 떠났다. 이제는 정말 '누굴 믿어야 하나' 싶다.

권영진 당선자가 정말 대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50만 개 창출해서 대구 청년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 의문이 훗날 기대와 확신으로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믿고 그에게 표를 준 청년들이 '팽당하는' 일이 없도록 그가 공약을 반드시 지키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박윤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 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권영진, #우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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