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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투표하러 들어가는 시민들
 투표하러 들어가는 시민들
ⓒ 오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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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할 사람?"
"뭔데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던 도중 선생님께서 봉사활동할 사람 없냐고 물으셨다. 지방선거 투표소에서의 봉사활동. 재미있겠는데? 나와 친구들은 흥미를 느끼고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지방선거 당일인 6월 4일. 출근하기 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부산히 준비하는 어른들 옆에서 나도 나갈 준비를 했다. 어른들은 투표하러, 나는 봉사활동하러.

투표소에 도착한 나는 놀랐다. 투표시작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표하는 날 만큼은 주인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과연 그 말이 맞는 듯했다.

출구조사에 응하는 시민들
 출구조사에 응하는 시민들
ⓒ 오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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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이라고 해봤자 투표소 안내를 해주는 것이었다. 말이 안내해 주는 거지, 사실 그냥 서있는 거다. 주민들이 한두 번 투표해 보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척척 투표소로 찾아갔다. 할 일 없이 멀뚱멀뚱 서있기만 한 내가, 옆에서 대학생 형 누나들이 하는 출구조사에 관심을 가진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안녕하세요,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안해요."
"10초 밖에 안 걸려요. 껌도 드려요."
"아, 그래요?"

출구조사는 투표하고 나오는 사람 중 5번째로 나오는 사람마다 물어보는 형태였다. 그렇게 시간 가는지 모르고 흥미롭게 출구조사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저희가 출구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에이구, 안해요 안해."

그 분은 기어이 쫓아오는 형 누나들을 뿌리치고 가는 것이었다. 출구조사를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그 옆으로 다가가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르신 말하길.

"출구조사, 그거 공정하지도 않잖아."

그렇게 답하는 것이다. 몇몇 사람은 나이와 성별을 체크하라고 했더니 꺼려 하며 가버렸다. 정치적인 입장을 공개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다. 어떤 사람은 출구조사하는 것을 보고 "저거 연령별로 골라가며 하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들 터무니 없는 오해였다.

이번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보니 진보 측에 다소 유리하게 나왔다. 방심할 수 없는 것은 위의 사례처럼 출구조사 투표를 거부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단 것이다. 그 사람들 대부분이 50대~60대로, 출구조사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출구조사는 실제 결과보다 진보 측에 조금 더 유리하게 나온다. 진보 측에 유리하게 나왔다고 안심하지 말고 끝까지 개표 결과를 지켜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abask08)에도 싣습니다.



태그:#출구조사, #지방선거, #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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