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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비정규직 충남세종지부 우의정 지부장이 비정규직대회에서 사회를 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 충남세종지부장 우의정 전국학교비정규직 충남세종지부 우의정 지부장이 비정규직대회에서 사회를 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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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의정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충남도의원 후보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나긴 대학시절을 마감하고 공주에 내려와 공익근무를 할 때였다. 남는 시간에 봉사활동을 하려고 근처 지역아동센터를 찾았고, 거기서 그곳의 사무국장인 우의정 후보를 처음 만났다.

지역아동센터 '공주 푸른학교'에서 처음 봉사활동을 할 때, 우의정 후보의 첫째 아들 치우는 기어다닐 나이였다. 업어서 재워주던 치우가 이제 초등학생 2학년이 되고 그 밑으로 동생도 2명 더 생겼으니, 세월의 빠름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나 싶다.

세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만도 삶의 커다란 변화일 텐데 우의정 후보는 그 사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장이 됐고, 지금은 도의원 후보가 돼 있다. 세 아이의 엄마, 지역아동센터의 사무국장, 비정규직노조 지부장, 도의원 후보. 우의정 후보를 수식하는 말들 중에 가벼운 것이 어느 하나도 없다.

너무 가까워서 평소에 미처 물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3일 시민기자와 선거 후보자로서 우의정 후보를 만났다.

8개월 딸 두고 20일 단식투쟁... "비정규직 살리는 정치 하고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고문제가 발생해서 농성과 일인시위를 진행했는데 아빠와 놀고 싶어서 딸이 울고 있다.
▲ 남편과 딸 올해도 어김없이 해고문제가 발생해서 농성과 일인시위를 진행했는데 아빠와 놀고 싶어서 딸이 울고 있다.
ⓒ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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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번 충남도의원 선거에 비례대표 후보로 나오셨는데요? 선거 출마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장입니다. 2011년부터 학교비정규직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 결국은 정치의 문제에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우리의 사용자인 교육감과 우리의 예산을 결정하는 도의회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었지요.

초중고 학교에 학생 수가 줄면 비정규직은 바로 해고의 대상이 됐습니다. 노조가 생기고 그런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긴 했지만 매년 겨울 해고는 계속됐습니다. 2013년 겨울에도 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해고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그 추운 날 20일간 단식까지 하면서 노숙농성을 했습니다. 셋째 딸이 8개월 때였는데 다른 무엇보다 딸을 보고 싶은 마음과 미안함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곡기를 끊고 목숨을 걸어서야 겨우 해고를 면할 수 있는 비정규직들의 처지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이 땅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하는 정치, 그들을 살리는 정치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고민 속에서 출마를 결정했습니다."

- 요즘 통합진보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사퇴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반기는 분위기도 있지만 냉랭한 비판과 차가운 시선도 있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다행인지 아닌지 충남에는 도지사 후보가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지지하고 믿었던 충남도지사 후보가 지금시기에 사퇴를 한다면 저 또한 많이 실망하고 화가 났을 겁니다. 우리 통합진보당 후보들 선거 한번 나오려면 돈 걱정, 육아 걱정, 심지어 이혼까지도 걱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돈을 모으고 해서 선거에 임하는데 사퇴라니요. 정말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후보 사퇴 뉴스를 보면서 울컥했다니까요. 하지만 저 역시 후보인지라 이에 대해서 논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고뇌는 후보가 했을 테니까요.

그냥 제 오빠 이야기를 할게요. 오빠가 경기도에 사는데요. 이번 선거 이야기를 하면서 통합진보당 지지를 부탁했더니 자신의 지지가 다른 안 좋은 결과(새누리당 당선)를 가져올까봐 걱정하더라고요.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권을 심판하는 성격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아이의 엄마로 많이 울고 많이 답답했어요.

후보가 아닌 엄마의 마음으로 새누리당이 당선되는 것을 특히나 경기도에서 본다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시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도 소중합니다. 선거 후에 꼭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차 내고 선거운동 함께하는 조합원들... 감동의 연속"

어느 지회장이 자신이 다니는 절에 등을 달고 매일 기도를 하신다고 한다.
▲ 지회장이 절에 달아놓은 등 어느 지회장이 자신이 다니는 절에 등을 달고 매일 기도를 하신다고 한다.
ⓒ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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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선거기간 막바지인데요.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우리 노조 조합원들 대다수가 40, 50대 아줌마입니다. 정치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많은 연령대이지요. 그런데 노동조합을 하면서 변했습니다. 처음에 당 이야기하고 정치 이야기하면 실눈을 뜨고 바라보던 조합원이 이제 스스로 그 필요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십니다.

어느 지역 지회장님은 제 당선을 위해 다니는 절에 등을 달아놓고 절을 하면서 매일 기도하신다고 하더라고요. 보내주신 사진 속 등에 걸린 제 이름을 보고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간부님은 선거운동을 위해 연차를 8일이나 내셨어요. 급식실에서 일하면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그 몸 치료하고, 휴식을 취해야 할 연차휴일을 반납하고 선거운동을 뛰는 모습을 보니 제가 부끄럽고 죄송하더라고요.

진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선거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사용자를 뽑는 교육감 선거가 충남과 세종에서 있습니다. 매일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교 방문과 조합원 모임과 총회를 진행하면서 몸은 힘들지만 감동의 연속입니다."

- 세 아이의 엄마라고 알고 있는데, 남편분도 같이 노동조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하는 게 어떤지요?
"저는 지부장이고 제 남편은 조직국장입니다. 제가 직급으로는 더 높습니다.(웃음) 하지만 (남편의) 전체적인 판단과 시야가 정확하고 넓어서 제가 조언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남편과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장점이 많습니다. 공과 사 구분이 없긴 하지만 어디서건, 심지어 잠자리에서도 사업에 대한 논의와 고민을 함께 나누고,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삶의 반려자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나쁜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육아문제입니다. 일정의 거의 겹치니 누가 누구에게 부탁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아들 둘, 딸 하나 이렇게 세 아이가 있는데 애들한테는 정말 미안합니다. 한창 엄마 아빠의 사랑이 필요한 때에 현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농성에, 단식에, 투쟁에 정신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둘째 아이는 장래희망이 노동자라며 저를 자랑스러워하며 응원하고 힘을 줍니다."

교육감 선거와 도비례 선거를 하면서 현장방문하며 만난 조합원들이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 급식실에서 만난 조합원들 교육감 선거와 도비례 선거를 하면서 현장방문하며 만난 조합원들이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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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질문 드릴게요. 이번 선거 결과 조심스럽게 점쳐보면요?
"하. 어려운 질문이네요. 우리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사람 좋고 정책 좋은데 당이 별로네' 이런 말이랍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통합진보당 아니면 돈 없고 빽 없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노동자인 제가 비례후보 1번이 될 수 없습니다.'

이번 선거 여러 모로 힘들었습니다. 출마 자체가 도전이고 완주 자체가 도전이었습니다. 원래 후보는 만나는 사람마다 지지한다고 말해서 결과를 잘 모른데요. 저도 만난 사람들 반응만 보면 당연히 당선이겠지요.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노동자, 농민, 서민의 이야기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새로운 꿈을 꿨던 것 그 자체가 성공적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대 양당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생각으로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존재가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2%의 소금처럼 이 사회를 여전히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의 성과이겠지요. 그래서 선거결과는요? 음… 우리 조합원과 국민들을 믿겠다는 말로 대신할게요."


태그:#지방선거, #충남도비례, #우의정, #학교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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