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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친딸로부터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 받은,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를 보고 있자니 장 자크 루소의 생애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프랑스 대혁명에 큰 영감을 준 혁명적 사상가와 보수 교육감 후보 사이에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둘 다 교육과 관련된 업적을 쌓거나 쌓으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돌보지 않았고,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루소는 1762년에 <에밀>을 출간한다. 소설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근대교육의 한 획을 그은 수작으로 평가 받는다. 루소 시대의 아동들은 독립된 인격체로 대접 받지 못했다.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에 루소는 <에밀>에서 아동중심주의를 역설한다. '아동의 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에밀>은 당시 프랑스 사회의 아동 교육 문화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신의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보낸 '아동중심 교육자'

루소는 <에밀>에서 아동중심주의 교육을 역설한다.
▲ 에밀 루소는 <에밀>에서 아동중심주의 교육을 역설한다.
ⓒ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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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동중심주의 교육방법을 역설했던 루소의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루소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았을까?

놀랍게도 루소는 자신의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보내고 말았다. 루소의 아이들은 그의 아버지가 역설한 '아동중심주의 교육'을 구경도 못해 봤던 것이다. 대단히 역설적이다. 아동중심주의 교육법을 강력히 주장했던 이가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돌보지 않았으니.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는 등 루소가 아무리 불후하게 성장을 했고, 또한 그 이후의 삶도 팍팍했다고 하지만 다섯 아이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낸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관대하지 않았다. 손가락질을 했다.

왜? 그가 <에밀>이라는 아동중심주의 서적을 저술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피붙이도 잘 양육하지 못한 인물이 교육에 대해서 운운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의 애들 교육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개입하지 말고, 당신 애들이나 잘 챙겨!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누구를 가르치려고 그래!"

이런 비판은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제로 루소가 직면했던 비판의 화살들이다. 또한 지금까지도 그에게 붙여진 꼬리표다. 쉽게 떼어지지 않는 꼬리표.

그럼 이러한 비판의 화살들이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게 조준된다면? 고승덕 후보가 느긋할 수 있을까? 물론 프랑스 부르봉 왕가 시절을 살았던 루소와 201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고 후보의 처지를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딸의 폭로를 '정치공작'으로 만든 고승덕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
ⓒ 고승덕 후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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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후보의 경우는 루소의 경우와 달리 이혼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가족사의 아픔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고 후보는 '고시 3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스펙을 쌓았고, 이후 재벌가인 포스코 박태준 회장의 사위가 됐다. 하지만 이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나 보다.

고 후보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재벌가의 사위되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고시 3관왕도 재벌가 앞에서는 그저 그런 '스펙'이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고 후보는 동정표를 얻었을지 모른다. 아이들을 미국 시민권자로 키우려고 했던 재벌가와 그것을 막으려고 했던 사위간의 다툼에서 처절하게 패배해, 그로 인해 아이들을 빼앗겼다면 그것 자체가 동정 여론일 것이다.

"미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길래 제 딸과 아들을 빼앗아갔나 하는 생각에 저는 미국 땅을 밟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인간 고승덕의 고뇌까지 읽혀질 정도였다. 그런 인간적인 고뇌의 대목을 읊조리며 고승덕 후보가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서 사퇴를 했으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진짜 동정여론을 얻었을지 모른다. 차기 광역단체 후보 등 더 큰 정치적인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승덕 후보는 문용린-박태준가의 '정치공작'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후보직 사퇴를 거부했다.

스스로를 폭로한 루소 vs. 딸이 폭로한 고승덕

장 자크 루소가 자신의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외부의 폭로 때문이 아니었다. 그 자신이 폭로를 했던 것이다. 루소는 말년에 <고백록>,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등의 참회록들을 연이어 저술하는데 그런 서적들에서 자신의 치부와 모순을 스스로 드러냈다. 이런 자신의 모순에 대한 스스로의 비판과 성찰은 오히려 루소의 사상과 작품을 더 빛나게 해주었다.

하지만 고승덕 후보의 경우는? 자신의 딸이 직접 페이스북에서 폭로를 했다.

필자는 고승덕 후보가 교육감으로 선출되는 것이 무척 우려스럽다. 재임기간 내내 이런 꼬리표가 따라 붙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남의 애들 교육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개입하지 말고, 당신 애들이나 잘 챙겨!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누구를 가르치려고 그래!"

덧붙이는 글 | 안녕하세요? 역사트레킹 마스터 곽작가입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태그:#루소, #에밀, #아동중심주의, #고승덕,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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