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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목사와 후보들은 많은 사람으로 붐비던 비서실을 피해 원로목사실로 자리를 옮겼다. 조용기 목사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기원하며 이들에게 안수했다.
 조용기 목사와 후보들은 많은 사람으로 붐비던 비서실을 피해 원로목사실로 자리를 옮겼다. 조용기 목사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기원하며 이들에게 안수했다.
ⓒ 뉴스앤조이 장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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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명성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볼 수 있었다.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연합기도회' 모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참석해, 조용기 원로목사에게 축복기도를 받았다.

'정교분리' 원칙 외치던 자들이 정치적 행동

일부 목사들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권과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다. 이들은 줄곧, 진보적인 성향의 교회와 단체 혹은 교단이 특정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면, 한결같이 '정치적'이라며, '정교분리의 원칙'을 외쳤다. 

집권여당을 지지하는 행동이나 여당 후보들에게 '축복의 기도'를 베푸는 '정치적'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행위는 철저히 종교적 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반대 견해를 가진 교회나 단체는 정치적이라고 비난을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한국교회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주된 내용은 한국교회 역시도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인 '황금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더군다나 '나 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라는 첫 번째 계명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물신(物神)을 섬겨왔다는 자성의 목소리였다. 한국교회가 지금처럼 대형맘몬주의를 추구하면, 더는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막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결국에는 '개독교', '먹사'에 이어 '목레기(목사 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등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진보진영이나 단체는 건강한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소위 대형 보수교회와 단체와는 다른 입장에 서 있던 소위 진보진영이나 단체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데 있다. 겉으로는 진보를 내세우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성명서도 내고, 운동도 하지만 그들 역시도 '황금만능주의'에 빠진 이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행태에 익숙해져 있다.

소위 '교단 정치'라고 하는데, 몇몇 단체의 장이나 임원이 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정치인이나 대형보수교회의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 교단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온갖 술수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일들도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것이다.

보수나 진보할 것 없이, 진정한 보수도 진정한 진보도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황금만능주의'의 논리를 신봉하는 이들이 한국 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길 잃은 한국교회, 희망이 있는가?" 되묻게 되는 것이다.

맹신적인 교인들이 더 큰 문제

그런데 한국교회의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게 된 데는 '맹신적인 교인'들이 있다. 그런 허튼짓을 하는 목사나 단체라 할지라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의 신이 되어버린 '교주',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이 믿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교주'다.

교주가 되어버린 목사,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문제가 다 보일 것 같은데, 맹목적으로 목사를 신봉하다 보니 그 판단력을 상실한 것이다. 자기 목사 혹은 교회나 단체를 위해서 헌신하는 것을 신앙적인 행동으로 믿는 사이비 신앙이 오늘날 한국교회 전반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구원파 신도들이 보여주는 모습도 그 일례라 할 수 있으며, 명성교회나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이나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이런 것들에 대해 비판도 하지 않는다.

이미 한국교회는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물신(우상), 소위 그들이 말하는 '사탄'이 그들을 점령한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이제 한국교회에 더는 희망은 없는 것이 아닌지 실로 답답하다.

무엇보다도 정치권력과 야합하면, 모든 희망은 사라지게 되는 법이다. 불의한 권력과 짝하여 흥한 역사가 있는가? 불의한 권력과 백주에 야합하고, 그 야합하는 모습에 감격스러워하는 교인들이 있는 한,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들풀교회> 목사입니다.



태그:#명성교회, #김삼환, #조용기, #정교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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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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