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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는 6.4 지방선거에서 '떼인 돈 찾기', '떼인 돈 받기', '떼인 돈 막기'라는 3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알바노조는 6.4 지방선거에서 '떼인 돈 찾기', '떼인 돈 받기', '떼인 돈 막기'라는 3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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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가 돌봐야 할 시민의 생활영역은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일은 먹고사는 문제다. 때문에 여야 각 정당 후보들은 일자리 등 경제 관련 공약을 앞세운다. 

그러나 노동하는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노동'은 먹고사는 일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는 중요한 일이다.

사실 지방정부가 시민의 노동권리를 보호해야 할 법적 책임은 없다. 최저임금이나 근로기준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지방정부에 노동문제 개입과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시민들이 서울시에 제기한 노동문제 관련 월 평균 민원 건수는 2012년 10.8건에서 2013년 25.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방정부가 노동정책을 마련해 도움을 줘야 하는 이들은 소위 아르바이트라 불리는 시급노동자들이다. 청년층, 여성, 고령자가 대다수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어렵다.   

지방정부에 노동문제 해결 요구 커져

이가현 알바노조 가톨릭대 분회장.
 이가현 알바노조 가톨릭대 분회장.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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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바람을 들어봤다. 가톨릭대 학생 이가현씨와 성공회대 학생 이장원씨가 의견을 줬다. 이들은 국내 처음으로 만들어진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조(위원장 구교현)의 대학 분회(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현씨는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알바노조 가톨릭대 분회장을 맡아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도 열심히다. 장원씨 역시 학내 카페테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가 다니는 성공회대는 진보적 학풍으로 학생들의 권리의식 높은 편이다. 약 70여 명의 학생이 장원씨를 도와 학내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권리신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부천시에는 약 5만4000개의 사업장이 있다. 약 25만 명의 노동자가 이곳에서 일한다. 경기도에서는 수원시 다음으로 큰 경제규모다. 부천시는 생활임금 조례를 통해 공공부문 저임금 노동자에게 현행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지급한다. '노사민정 협의회'라는 기구를 통해 지역 맞춤 일자리 사업을 벌이는 등 노사협력도 잘하는 편이다.

그러나 여러 사업장에서 노동권리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임금체불이 대표적이다. 2013년 부천시의 체불임금 등 노동 관련 신고 건수는 약 9400건이다. 이중 체불임금 사건은 5385건에 달한다.

임금체불 사건은 부천지역의 소규모 도소매업과 미용실, 학원, 편의점 등이 집중된 중동과 상동지역 주로 발생했다. 임금체불이 비정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주로 벌어진다는 걸 알려주는 대목이다.

"생활임금을 도입하고 이를 확대하겠다는 김만수 새정치민주연합 부천시장 후보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 이가현
"생활임금 공약이 좋기는 하죠.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사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화와 저임금 구조를 만든 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인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를 잘 이행할지도 의문이구요." - 이장원

김만수 전 부천시장이 시행한 생활임금 조례를 두고 이가현씨와 이장원씨의 평가는 엇갈렸다. 그러나 이들은 "공공부문 외 민간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저임금에 대한 지방정부의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은 아예 (노동)정책 자체가 없어요. 집으로 온 선거 공보물을 뒤져봐도 땅개발, 지하철 뚫기, 부동산 이런 공약밖에 없더라고요." - 이장원
"노동 관련해서 거의 들어본 게 없어요. 토론할 노동공약이 있어야 토론을 하죠" - 이가현

새누리당 후보들의 노동공약에 거는 기대를 묻자 이들은 한숨을 쉬었다. 실제 새누리당은 공식 지방선거 정책 공약집에 노동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한 정책을 단 한 줄 실었다. 광역지자체 후보자 중에서도 김기현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를 제외하면, 노동 정책을 낸 후보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부천시장 후보로 출마한 이재진 새누리당 후보는 부천지역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묻는 한국노총 부천지부의 정책질의에 "고용노동부와 협의하여 근로감독관수를 확충하겠다"고 답했다.

캠페인을 넘어 강제력 있는 압박 수단 필요

이장원 알바노조 성공회대 분회장
 이장원 알바노조 성공회대 분회장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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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애썼다고 하는데, 아르바이트 노동자 인권선언 발표나 홍대인근을 '알바 안심구역' 등으로 선포하는 것을 보면서 한계를 느꼈어요. 법에 있는 내용 다시 한 번 확인하자는 것뿐이잖아요." - 이가현

"지방정부에서 최저임금 준수 캠페인을 한다는데, 그게 시장이나 시의원이 할 일인가요? 강제력 있는 압박 수단을 만들어서 법을 지키게 해야죠. 캠페인은 알바노조에 맡겨주세요." - 이장원

이들은 한 목소리로 지방정부가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 문제에서 "법을 지키자는 캠페인 수준의 활동을 넘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권리구제에 대한 법률적 지원'이나, '근로기준 위반 사업장의 고시' 등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현실적 대안은 지방정부의 법률서비스 지원이다. 충남 아산시의 '노동사건 무료법률지원조례'가 모범이다. 아산시는 조례를 통해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에 대해 법률서비스를 지원한다. 서울시 역시 지역별 '노동복지센터'를 통해 노동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고기전문 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주휴수당과 휴게시간을 지급하지 않은 점주를 부천고용노동지청에 고발했어요. 점주는 몰랐다고 하더군요. 사업주도 법률 교육을 받아야 해요." - 이가현

가현씨와 가톨릭대 '알바노조'는 지난 해 학교 앞 유명 프랜차이즈 삼겹살 전문점을 주휴수당과 휴게시간 미지급 혐의로 부천고용노동지청에 진정했다. 사업주는 조사과정에서 주휴수당의 존재여부를 몰랐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후 사업주는 가톨릭대 알바노조와 주휴수당 지급은 물론 고기불판 등을 다루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안전에 대한 기본협약을 맺었다.

근로기준법, 점주도 모르고 알바도 몰라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임금체불은 큰 고통이다. 고용노동부에 체불임금을 신고하더라도 사건 해결은 더디다. 부천지역에서는 불과 20명의 근로감독관이 부천과 김포지역의 임금체불 사건을 담당한다.

부천지청 20명의 근로감독관은 1인당 체불임금 등 신고 사건을 1년에 약 470건이나 담당한다.(2014년 기준) 부천지청 근로감독관 1인당 사건수는 전국지청 중 1위다. 근로감독관 충원이 없는 상황에서는 가현씨의 고민처럼 사업주 교육을 통한 '사건, 사고' 예방만이 최선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을 파악해야죠. 시정부 차원에서 비정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전체 실태조사를 해야 합니다." - 이장원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파악이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를 제외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아르바이트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카페 포스(POS-금전등록기)를 두드리는데, 그날 매출이 안 떠요. 사장이 월급을 안 줘서 고민인데 내가 신고하면 사장이 망할지도 모르죠. 그럼 '에이 씨! 내가 그만두고 말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이장원

장원씨는 "지방정부가 자영업자의 열악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마련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횡포를 막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2014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알바노조, #부천시, #6.4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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