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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중개업을 신용보증기금 유의업종에서 제외시켜달라는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이사장 권영길, 아래 조합)의 목소리가 한층 더 힘을 얻고 있다.

체인조합은 이달 28일 열릴 예정인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등 주류중개업을 사치향락업종으로 규정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줄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신용보증기금(아래 신보)의 보증서 발급정책에 따르면, 주류와 담배를 포함해 도박, 사행성 게임, 사치, 향락, 부동산 투기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보증지원을 제한해왔다.

신보의 이런 정책에 대해, 조합 측은 "회원사로 있는 체인사업자들은 가정용 주류만을 동네슈퍼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유흥업소용 주류를 유흥업소에 공급하는 종합주류도매상과 동일시해선 안 된다"며 "신보는 체인사업자의 주류중개업을 사치향락 유의업종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신보의 한 관계자는 지난 21일 가진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류중개업이든 주류도매상이든 국민의 건강 보호와 함께 사회적 통념상 주류를 유의업종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현재 주류가 제한업종보다 한 단계 낮은 유의업종이기 때문에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경우 보증서 발급도 일정부분 가능하다"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또 "실제로 지난해 시행된 중소기업청의 공동구매사업에서는 주류 관련 단체에게 신보의 보증서가 발급된 사례도 있다"며 "신보가 유의업종이라고 해서 보증서를 무조건 발급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라고 애써 당부했다. 하지만 신보 측은 중기청의 공동구매사업외 또 다른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료를 더 찾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가

하지만 조합은 신보의 이런 주장에 대해 "논할 가치가 없으며, 그럼 왜 우리가 신보의 상급 기관을 상대로 주류중개업에 대한 유의업종 제외를 줄기차게 요청했겠느냐"며 "개별적인 보증 신청은 현실적으로 원천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조합은 지난해 12월 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금융 분야 손톱 밑 가시 간담회'에서 가정용 주류를 사치향락업종으로 보는 신보의 잘못된 시각과 또 신보의 일관성 없는 보증정책의 문제점을 강하게 제기하며, 주류중개업을 유의업종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조합의 이러한 건의에 대해 최 원장 명의로 된 한 통의 서신을 보내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원장은 이 서신을 통해 "특히 이사장님께서 제출하신 '주류중개업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취급 유의업종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대하여는 관계기관(신용보증기금)에 건의사항을 전달하여 업무에 참고토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보 측은 "내용은 알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측은 "신보의 상급기관이 금융위원회인데, 금감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중기중앙회를 통해 조합의 건의사항을 이미 받았으며, 이번 간담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또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신보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이며, 간담회 전까지 과도한 규제이면 풀 것인지, 아니면 기존대로 둘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에서 검토된 대다수 건의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그동안의 사례를 보더라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류중개업에 대한 신보의 보증정책이 사업 주체에 따라 됐다, 안됐다 하는 일관성이 없었던 점과 정부의 규제완화가 전 부처의 주된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금융위원회 간담회에 거는 조합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증발급 양대 기관... 유의업종 기준 달라

이번 간담회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유의업종을 바라보는 정부기관의 각기 다른 시각도 문제다.

주류중개업과 주류도매업을 동일시하고 유의업종으로 묶어둬야 한다는 신보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지자체 예산으로 운용되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은 지난 2011년 서민생활형 가정용 주류를 취급하고 있는 주류중개업을 유의업종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신보는 이런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와 통화했던 신보의 한 관계자는 "거기에 대해선 전혀 들은 바가 없다"라고까지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신보의 자체 유의업종 기준과 관련해, 신보 직원조차 주류전문소매점을 제외한 가정용 주류판매소매점이 유의업종에서 제외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신보의 업무방법서에 따르면, 소매점 중 주점, 주류전문소매점을 제외한 일반 가정용 주류를 판매하는 종합소매업, 대형 종합소매업, 슈퍼마켓, 편의점 등은 서민생활형 주류 판매처로 향락성 판매업종으로 구분되지 않아 유의업종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신보 측은 "신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보증서를 발급하고, 지역신용보증재단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증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기금 운용 측면에서 업무 특성이 다를 수 있다"며 "주류소매가 유의업종에서 제외된 사실은 확인해봐야 겠다"라고 말했다.

신보는 또 "국가 예산을 운용해야 되는 신보 기금의 특성상 좀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유의업종에 대해선 신중하게 보증서를 발급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공성을 띤 두 개 기관에서조차 유의업종 기준이 서로 다르다보니, 조합의 원성과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권영길 이사장은 "체인사업자는 지난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유통근대화 정책에 발맞춰 공산품과 주류를 동네슈퍼에 공급해왔지만,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출현 이후 동네슈퍼와 체인사업자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며 "이에 정부에서도 골목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대형유통사와의 공동구매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공동구매에 필요한 자금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동구매 사업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선 원활한 자금회전이 필수인데, 이는 신보의 보증을 통한 금융권 대출로 해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주류중개업을 사치향락업종으로 보는 잘못된 금융 규제 때문에, 이도 여의치 않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권 이사장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사치향략업종 지정에 따른 폐단과 함께, 기존 체인사업자들은 가정용 술만 슈퍼에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즉, 체인사업자의 주류중개업을 유흥업소에 술을 공급하는 종합주류도매상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권 이사장의 복안으로 보인다.

주류 면허 관련 규정을 보면, 주류종합면허를 가진 종합주류도매상은 가정용과 유흥업소용 술을 모두 취급할 수 있지만, 주류중개면허를 가진 체인사업자는 가정용 술만 취급할 수 있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태그:#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 #보증 유의업종,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중기청 공동구매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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