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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힘이 정의고 힘이 평화라는 제국과 정글의 '힘의 논리'가 거짓임을 선포하고 참평화는 사랑만으로만 이룰 수 있다는 '사랑의 논리'를 가슴과 삶으로 가르치는 일이다."(p356) 라는 거창고 전성은 교장의 지론을 소개하면서 이제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더 이상 말만 할 게 아니라 그것을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이른바 '사후매수죄'라는 범죄행위 혐의로 교육감 직을 중도에 사퇴해야 했던 곽노현이다. '사후매수죄'는 일본에도 있는 모양인데 사문화되어 사실상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교육개혁을 위해 몸부림치던 곽노현 전교육감이 <징검다리교육감>이라는 제하의 책을 들고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진보적 교육감으로서 재임시절 공교육을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했다. 책은 취임 당시 물려받은 공교육의 현실,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 교육행정의 새 표준, 퇴임 이후의 성찰과 제언 등 총 네 개의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징검다리교육감> 겉표지.
 <징검다리교육감> 겉표지.
ⓒ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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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를 비롯한 학교폭력 문제

오쿠타히데오의 소설 <침묵의 거리에서>나 영화로도 소개된 바 있는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에서 보듯이 학교폭력은 너무도 내밀하고 섬세한 주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섣불리 손댈 수 없는 조심스러운 영역이다.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더욱 심각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생님들 또한 손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곽 전 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학교에서 연극하자>의 저자인 권재원, 구민정 교사를 만나 교육연극단을 꾸린다. 교육연극은 학교와 교실에서 일어나는 폭력상황에 대한 연구와 경험을 기반으로 한 토론연극방식으로 아주 특별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교육연극은 감수성 훈련이 목표인 민주시민교육, 특히 약자와 소수자의 처지에 대한 공감훈련이 우선인 인권교육에서 특별한 중요성과 활용도가 있다.'(p.81)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은 우리 초중고등학교 교실에 일상화되어 있는 물리적 감정적 폭력 예방을 위해 모든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 맞을 것이다.

무상급식을 넘어 친환경 무상급식

2010년 6.2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였던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에 따르는 너무도 상식적이고 당연한 제도로 민심에 의해 확인되었다. 당시 곽노현 교육감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친환경 쌀을 학교급식으로 사용하도록 제안한다.

이 외에도 저염, 저당, 저지방의 이른바 웰빙식단을 지향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서울의 학교들은 2011년에 농산물구입비의 60퍼센트를 친환경으로 구입한 이래 계속 그 비율을 늘려 2013년에는 70퍼센트를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교육청이 2014년부터 권장비율을 50퍼센트로 낮췄다고 하니 저자 말마따나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이 권장비율을 낮춘 이유가 궁금하다.

교육의 희망, 혁신학교

저자 곽노현 전 교육감은 우리가 익히 알고도 어쩌지 못하는 병든 학교의 일반적 모습을 묘사하면서 이 장을 시작하고 있다.

"아이들 다수가 잠들어 있는 교실수업, 토론 없이 전달 위주로 진행되는 교무회의, 그리고 매년 1만 건에 육박하는 공문처리에 분주한 학교행정"(p102)

'혁신학교 300개'를 선거공약으로 내 걸었던 곽 전 교육감은 학력주의와 획일주의로 대변되는 공교육의 구표준과 관료주의 학교문화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역설하면서 혁신학교 지정이 중단된 현재 서울에 총 67개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혁신학교의 모토는 '소통과 배려, 민주적 학교운영이라는 공통의 철학'이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세가지는 첫째, 학교의 관료주의 극복, 즉 학교문화의 민주화다. 공교육의 제1목표는 민주시민교육이기 때문이다. 둘째, 수업혁신이다. 토론수업, 협동수업, 프로젝트 수업이 수업의 새 표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셋째가 생활교육혁신 즉,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대한 구조조정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13년간 주당 30~40시간씩 수업을 받으면 당연히 민주시민으로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20년 후 사회의 주축이 될 그들이 교실에서 자고 왕따를 시키고 당하고, 선생님과 대면대면 해서야 무슨 미래가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제대로 된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이러한 파일럿 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하지 않을까.

단체수학여행 대신, 소그룹 테마여행

"200~300명이 한꺼번에 몰려가는 기존의 수학여행보다는 가급적 소규모 학급단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판단 아래 나는 2011년 3월 학기부터 초중고 수학여행은 아이들과 의논해서 테마와 장소를 선정한 후 학급단위로 갈 것을 권장하기에 이른다."(p135)

교사의 부담과 책임이 늘어나는 수고로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시군구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다양하게 일정과 지역을 선정해서 수학여행 본연의 학습과 체험기회를 살려보자는 취지는 학생과 학부모, 지자체 등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수학여행 자료집 <어깨동무>도 탄생했다니 만시지탄이긴 하나 이제라도 참고하여 수학여행이 행복한 체험교육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학생행복지수, 학생들이 매긴 학교성적표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하지 않은 학생집단이다. 매년 조사.발표되는 주관적 행복도 국제비교조사에서 우리아이들은 꼴찌에서 2등과도 현격하게 차이나는 확실한 꼴찌를 벌써 4년째 기록하고 있다."

곽 전교육감의 표현대로 공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다. 학생과 교사는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고 접촉하는 관계다. 우선은 이 두 주체가 행복해야만 학교는 너무도 가고 싶은 천국이 된다. 곽 전교육감은 관료 독주의 대안으로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이 교육관련 행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거버넌스는 '사회의 복잡화와 자원의 분산이 요구하는 권력 연성화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학비리의 3대 유형인 시설비리, 조달비리, 교사채용비리 또한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곽 전교육감이 소개하는 교육개혁 10계명이 공염불이 되지 않고 모든 교육계 종사자들에게 공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징검다리교육감>, 곽노현 지음, (주)메디치미디어, 2014년 4월 25일 발행



징검다리 교육감 - 곽노현의 교육혁신 701일

곽노현 지음, 메디치미디어(2014)


태그:#곽노현, #진보교육감,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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