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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 종속된 젊은 세대를 분석한 책 '앱세대'에 나오는 실험 사례다.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쪽은 장난감을 어떻게 갖고 놀 것인지 정확히 일러준다. 다른 한 쪽은 몇 가지 놀이방식만 보여주고 아이들이 알아서 놀도록 자유를 준다. 결과는 극과 극이다. 후자는 아이들 스스로 노는 법을 응용해 몇 시간이나 장난감을 갖고 논다.

반면 전자의 경우, 아이들은 시킨 대로만 얼마 간 따라하다 곧 장난감을 치워버린다. 저자인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이 실험이 앱 의존으로 상상력이 가로막힌 오늘날의 모습을 은유한다고 설명한다. 수많은 앱의 도움을 받다보니 '생각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구체적 정보 전달이 오히려 역효과를 만든 셈이다. 이런 문제는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뉴스앱'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뉴스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앱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페이퍼'와 야후의 '뉴스 다이제스트'가 대표적이다. 이들 앱은 개인의 선호주제를 골라 관련 기사를 모아 전달하는 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뉴스 소비 패턴이 모바일로 이동하는 가운데 확실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신문 산업, 성장 동력이 필요한 중소 언론에게는 기회다. 뉴스앱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가 쏟아지는 건 그래서다. 언론은 '뉴스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뉴스가 찾아오는 시대'가 될 거라며 환영한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상황을 반가워할 것이 아니라 경계해야 한다. 뉴스앱은 뉴스 소비자에게 '생각의 제한'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에는 '의제 설정 기능'이 있다. 매체가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게이트키핑을 거쳐 뉴스의 중요도를 선별하는 거다. 이는 곧 뉴스 소비자에겐 '생각의 확장'이다. 독자들은 언론사의 의제설정을 통해 생각지 못한 관점과 지식을 습득하며 자연스럽게 사고 영역을 넓혀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퍼'와 같은 뉴스 큐레이션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이런 의제설정 기능은 제한받는다. 앱 편집자가 뉴스를 임의로 몇 개의 기사로만 '정제'해 전달하는 탓이다. 결국 각 언론사의 색깔이 반영된 의제설정은 사라지게 된다. 독자들은 생각 확장의 기회를 잃는 것이다. 기업은 철저히 이윤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뉴스앱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기사, 즉 돈이 되는 기사 위주로만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뉴스앱이 '다원적 사고의 제한'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걸핏하면 보수 진영에선 '종북좌파', 진보 진영에선 '수구꼴통'을 운운하는 대한민국이다. 뉴스앱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조금이라도 한쪽의 기사가 많아지면 좌편향이나 우편향 논란이 제기될 게 뻔하다. 정치적 갈등의 소지를 뉴스앱이 제공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뉴스 소비자를 더욱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가둔다. 대중은 다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생각의 제한' 중 하나다.

대중의 생각이 발전하지 않으면 사회는 후퇴한다. 기존 사고방식에 갇혀 서로 대립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결국엔 극단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지나친 이념대립 가운데 탄생한 '일베'는 그 사례다. 그들은 '다름'을 '틀림'이라 읽고, 약자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하기를 그만둔다면 우리는 언제든 악을 저지를 수 있다."

미디어의 기본 기능을 수호하면서도 변화에 발맞춰갈 수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 미디어 생태계가 변모한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맞춰가선 안 된다. 언론이 사회 발전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는 꼴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대중에게 '자정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미국 IT매체인 매셔블(Mashable)은 페이스북 '페이퍼'가 앱스토어 상위 100 무료 애플리케이션 순위에서 밀려났다고 전했다. 이번 달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에선 신문 고정 선호층이 여전히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은 대중의 자정능력을 발판삼아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영리하게 적응할 묘책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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