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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금 대한민국 모든 어른들은 상제가 될 자격도 되지 못할 만큼 중죄인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모든 어른들은 상제가 될 자격도 되지 못할 만큼 중죄인이 되어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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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 다 죽는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만나면 헤어진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지금 대한민국 모든 어른은 상제(喪制)가 될 자격도 없을 만큼 큰 죄를 지은 중죄인이 되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 자신이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지 알게 됐습니다. 세월호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울컥거리며 목이 메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컴컴한 철벽 속 어둠에서 희생자들이 느꼈을 불안, 온몸을 적시며 점점 차오르는 물에서 겪었을 공포, 어떻게라도 살아야겠다는 절규와 발버둥, 손끝이 뭉그러지도록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 철문에 대한 원망, 미끄러질 때마다 느꼈을 절망감… 아! 정말 미치겠습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끔찍하고, 비참하고, 잔인하고, 불쌍합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그렇게 되어 가는 걸 멀뚱멀뚱 바라만 봐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고, 가슴 아프고, 슬퍼서 이젠 화가 납니다. 살점이 부르르 떨릴 만큼 부화가 치솟습니다.

상장을 대신해 엄숙한 각오 짚어야

그 옛날, 지극한 슬픔으로 장사를 치르던 어른들께서는 상장(喪杖, 대나무나 버드나무로 된 지팡이)이라는 걸 짚었습니다. 상장을 짚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먹고 자지 못 함으로 지친 몸을 지탱해 견디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먹지 못하고 자지 못 함으로 상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자칫 넘어질 수도 있는 몸을 추슬러 예를 다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어슴프레하게 어둠이 깔리면 더더욱 그리워 질겁니다. 평생 동안 두고두고...
 어슴프레하게 어둠이 깔리면 더더욱 그리워 질겁니다. 평생 동안 두고두고...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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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야속하고, 가슴 아프고, 너무나 슬퍼서 치가 갈리지만, 상장을 짚고라도 몸을 추스르려 예를 다하려 했던 옛 어른들처럼 우리 또한 상장을 짚는 비통함으로 오늘의 이 비극적 참화를 내일을 위한 계기로 엄숙히 승화시켰으면 좋겠습니다.

불교 용어 중에 '중음(中陰)'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이 죽은 다음, 그다음 세상에서 생을 받는 순간까지의 중간 시기로 갈 곳을 잃은 영혼(靈魂)이 하염없이 떠돌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숨을 거둔 후 49재를 지내는 날까지의 시간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곧바로 저세상으로 가는 게 아니라 49일 동안 중음에 머물다 다른 세상에서 태어난다고 합니다. 지금은 세월호와 함께 졸지에 불귀의 원혼이 된 사람들이 바로 중음에 머무는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서러운 원혼이 돼 중음에서 떠돌고 있는 그 사람에게 살아남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들이 다시 태어날 다음 세상, 49일 후에 새로 맞게 될 세상이 더 이상 절망적인 세상이 아니라 살 만한 세상이 되도록 챙겨주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6·4 지방선거가 있는 날, 49재 후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는 6월 3일까지는 사고 당일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이 중음 머무는 49일에 해당하는 기간입니다. 따라서 다가오는 6월 4일은 그들이 새로 태어날 세상이 다시금 시작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새 세상을 열어 주어야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계기가 마련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6월 4일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날입니다.

텅빈 뗏목에 희망을 싣고 싶습니다
 텅빈 뗏목에 희망을 싣고 싶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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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잘해야 합니다. 잘 뽑아야 합니다. 무능한 지도자 한 명이 내 손자 같고 내 아들 같은 아이들을 정말 무책임하게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지금 여기서 몸서리 쳐지도록 똑똑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끼리끼리 권력과 이익의 사슬만을 형성해 가는 사회, 부정과 비리가 판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라, 죽는 순간까지도 어른들을 믿고 따르던 아이들이 다시 또 믿고 따라도 괜찮은 세상을 열어줄 그런 지도자들을 뽑아야 합니다.

슬픔 속으로 모든 것 풍덩 던져야

영화 <달마야 놀자> 중에서 큰스님(김인문 역)은 조직폭력배인 재규(박신양 역) 일당에게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라고 합니다. 재규 일당은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기 위해 죽어라고 물을 퍼나르지만 밑 빠진 독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마침내 재규 일당은 밑 빠진 독을 통째 호수에 담그는 방법으로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웁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너나 할 것 없이 슬퍼합니다. 슬픔을 넘어 분노합니다. 밑 빠진 슬픔이며 채워지지 않을 분노입니다. 이런 슬픔을 달래고, 저런 분노를 삭이는 방법은 '달마야 놀자'에서 재규가 그러했듯이 슬픔과 분노가 넘실대는 현실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나와 내 자식이 사는 지역을 4년 동안 책임질 단체장, 선장 역할을 할 자치 단체장을 제대로 뽑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모피아'가 등장하고 '해피아'가 등장하더니 이제 '관피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분명 문제가 있는 조직들입니다. 철퇴를 휘둘러서라도 발본색원해야 할 사회적 악인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책임 회피형 권력을 정점으로하고 있는 '권피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은 불빛 없는 등대가 될것입니다.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은 불빛 없는 등대가 될것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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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뽑은 기관장 한 명 때문에 내 자식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십시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일입니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으로부터 의리가 없다는 말을 들어도 괜찮습니다. 무책임하고 출세 지향적인 인간들로부터는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들어도 괜찮습니다. 정말 냉정하게 판단해 올바르게 투표해야 합니다.

시묘살이하는 심정으로 2년 후까지 지금 각오와 슬픔 벼려야

부모가 돌아가시고, 초상을 치르고 2년 후면 대상(大祥)을 치릅니다. 대상을 치를 때까지 묘 근처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는 걸 시묘(侍墓)살이라고 합니다. 시묘살이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못다 한 효를 다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잘 받들겠다는 걸 다짐하는 자기 각오이기도 합니다.

2년 후 4월이면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모두는 시묘살이하는 심정으로 다짐하고 각오해야 합니다. 대한민국호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견제해 나갈 수 있는 역량 있는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상식(上食)을 올리며 곡을 하는 상주의 마음으로 다짐하고 절치부심해야 합니다.

출세와 입신을 위해 출마하는 자, 당론이라는 미명에는 절절 매는 하수인 정치꾼은 제 한 몸 살기 위해 그대로 내버려두면 꽃다운 아이들이 들어 있는 철벽이 차가운 바닷물에 수장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팽개치고 도망을 친 그 선장과 다를 게 없는 족속들입니다.

이 새도 누굴 기다리나 봅니다.
 이 새도 누굴 기다리나 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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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죽을 각오로 국민을 위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보는 이의 눈시울이 뜨거워질 만큼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밋밋한 가슴으로 대충 행사한 내 기표 하나가 내 자식이나 손자를 죽일 수도 있는 철천지원수를 탄생시키는 악마의 눈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합니다.   

공산당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뼈아픈 슬픔을 겪고 또한 지금도 겪고 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도 공산당 때문에 겪어야 했던 수난이었습니다.
<백의의 아픔> -육영수 여사 추도문집- (1977.8.1, 미문출판사)

박근혜 대통령이 어머니 육영수 여사 2주기를 맞아 발행된 추도문집 <백의의 아픔>에 기고한 글 중 일부입니다. 기고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비록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언제나 나의 고향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라고도 했습니다. 자식들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땅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부모들은 가슴에 묻는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총으로 쏴 죽인 문세광(공산당)이 참 미웠을 겁니다. '원수'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원수였을 겁니다.

원수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내 부모 내 자식을 죽이거나 죽게 만든 사람이 원수입니다. 열 달 동안 배에 품었다 낳고, 십수 년간 뒷바라지 해가며 기르던 아이들을 졸지에 죽게 하거나, 죽어 가는 걸 그대로 내버려둔 자들이 원수입니다. 살려 달라는 절규를 무능력하게 외면하면 그 나라도 원수입니다.

가족의 마음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가족의 마음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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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거 한 가지는 잊으면 안 됩니다. 내가 잘못 뽑은 지도자가 내 자식이나 손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걸 가슴 절절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하등한 짐승들도 제 새끼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무리를 지도자로 선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잊지 말아야... 세월호 다시 생기지 않아

어떤 문제가 생기면 금방 절단이라도 낼 것처럼 핏대를 올리고, 펄펄 끓어오르는 양은냄비처럼 여론 또한 뜨거워지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금방 식어버리는 걸 봐왔습니다. 때문에 이번 세월호 사건 또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냥 기억 속에만 머무는 한 사건으로 치부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없는 바도 아닙니다.

그래서 부탁합니다. 내가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심판과 응징은 제대로 하는 선거뿐입니다. 좋은 게 다 좋은 건 아닙니다. 비록 가까운 일가친척이라 할지라도 돼서는 안 될 사람에게 표를 줘서는 안 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 가족들이 살 붙이고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호를 책임지고 운항할 선장은 정말 제대로 뽑아야 합니다.

훨훨 타오르는 산불은 그 화력이 제아무리 세다 해도 제어되지 않고 타오르는 불이기에 산림만을 망칠 뿐입니다. 장마철에 범람하는 강물 또한 그 힘이 제아무리 세다 해도 절제 없이 흐르는 물이기에 산천만을 망칠 뿐입니다. 하지만 화력과 수력을 잘 조절하면 그 힘을 전기 에너지로 바꿀 수 있고, 전기 에너지는 뭔가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그저, 그저 눈물만 흐를 뿐입니다.
 그저, 그저 눈물만 흐를 뿐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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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힘들고 어렵다는 거 잘 압니다. 심해의 어둠보다도 더 어둡고 무거운 슬픔, 활화산보다도 더 뜨겁게 솟구치는 분노지만 정말 냉정한 이성으로 오늘의 슬픔과 분노를 한꺼번에 흘려버리지 맙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에너지, 더이상 이런 아픔을 가져오지 않는 세상을 가져오고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일꾼을 뽑는 투표권 행사로 엄중히 승화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살아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입니다. 향불을 대신해 사를 수 있는 자기 각오라 생각됩니다. 너무나 착한 아이들이 어른들 말을 들어서 손해 보는 세상, 이 더럽고 추악한 세상이 훌떡 뒤엎어지며 경천동지할 만한 세상을 열어갈 멋진 선거 한 번 보고 싶습니다.

명운을 달리한 모든 고인들 영전에 통곡하는 마음으로 심상의 삼배를 올립니다. 생사가 가늠되지 않은 모든 실종자 분들이 하루빨리 그 존재를 보여주시길 갈망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생때같은 자식, 피붙이 가족들을 잃고 황망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든 피해자 분들에게 가슴 먹먹한 위로를 조심스레 전합니다.

두 주먹 불끈 움켜쥐고 다시 한 번 더 49재를 지내는 비통함으로 지방선거에 임하고, 대상(大祥)을 치르는 각오로 20대 총선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통곡하듯이 외쳐 봅니다.


태그:#세월호, #49재, #시묘살이, #단원고,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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