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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군 실내체육관 입구에 신원 미확인 인양 시신 인상착의가 안내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군 실내체육관 입구에 신원 미확인 인양 시신 인상착의가 안내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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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학교 졸업하기 며칠 전 언니를 잃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언니에겐 모진 시간이었을 텐데 방심했다는 자책과 막을 수 있었는데 막지 못한 부모를 원망하며 고등학교 3년을 힘들게 방황했습니다.

단장의 슬픔을 겪은 부모는 더 힘들었겠지요. 하지만 나는 장례식 후 중학교를 졸업했고 한 달 뒤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법 모범생으로 학교 생활을 했으니 누구도 내 속에서 불타고 있던 불덩이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은 가슴을 쥐어 뜯으며 울었지만 나는 숨어서 우는 걸 배웠습니다. 몇 번의 자살 충동을 느꼈지만  절망하는 부모 앞에서 나는 더 모범생처럼 행동해야 했습니다. 부모에게 다시 한 번 그런 몹쓸 짓을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울 만큼 생과 사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입학해서 며칠 되지 않은 날 노크 없이 화장실 문을 열었던 선배에게 덤벼들어 사고를 치려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딱 한 번 '누구든지 걸리기만 해봐라'하는 마음으로 반항심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그해 대학에 입학했던 오빠는 몇 달 후 끝내 자퇴하고 말았습니다. 매일 술에 취해 살았다는 것을 나중에 친구들에게 전해들었습니다.    

할반지통, 이 또한 어떻게 치유해야 하나요

지난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 안타까운 조문객들 지난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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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대학생인 큰 아이와 안산 임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마침 유가족분들이 들어오셨습니다. 부축하여 간신히 걷는 부모 곁에 검은 상복을 입은 형제로 보이는 학생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형제의 사진을 보는 학생의 들썩이는 어깨를 바라보며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기 전까지 나 자신, 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입장만 생각했습니다. 단장의 슬픔, 참척의 고통만을 생각했습니다. 할반지통(割半之痛)의 고통을 잊고 있었습니다. 몸의 반쪽을 베어 내는 고통이라는 뜻으로 형제, 자매의 죽음을 일컫는 말인 할반지통을 겪을 그 아이와 수많은 또 다른 아이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 까요.

그날 본 그 아이는 아마도 학교에서 인정하는 장례일이 지나고 이제 등교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금방 친구들과 선생님의 관심 밖이 되면서 혼자 내색 않고 괴로워 할 것입니다. 부모 앞에서 쉽게 울지 못할 것입니다. 주변인들이 모두 부모를 위로할 때 아이는 슬쩍 뒤로 물러나 훌쩍일 것입니다.

가슴 속에 불덩이를 안고 사춘기를 보내야 할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부모보다 더 시급하게 위로하고 달래 줘야 하는 것이 어쩌면 아이들의 형제 자매들일지도 모릅니다. 그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12년 11월 열아홉 살 조카를 사고로 잃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조카의 페이스북에 친구들이 글을 남기고 수시로 조카가 있는 납골당에 친구들이 찾아옵니다. 조카의 생일날을 기념하고 시시때때로 자신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기록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만 집중된 위로를 아이들에게 나눠야 할 이유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위로할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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