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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소재 정일품한옥호텔에서 인문학 강의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다. 밀양아리랑을 흥얼거리며, 신촌 즈음 올 때, 전 직장의 상사로부터 중앙시장 모 식당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도착하니 더 높은 상관도 있었다.

새 판에 고기를 구웠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였다. 두 분이 나의 '진급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말을 했다. 고맙지만, 달갑지 않은 소리다. 이미 마음을 비우고 최치원 선생의 나무꾼신서선(樵仙)의 길을 따르기로 한 지 오래다.

나는 "마음을 써주셔서 감사하다. 지금이 더 행복하니 신경 안 써줘도 된다. 말 타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는 말 고비를 잡아줘야 하지 않느냐… 마부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현재, 너무 행복하다. 흘러간 물 되돌릴 수 없는 것… 공적을 특별히 예우해 주지 않는 한 진급할 생각이 없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리고 "나의 세계, 일가를 이루었다. 위원장 정도면 친구할 뿐, 국장이나 처장은 친구하지 않는다"라고 호기를 부렸다.

자만일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공명선거 구현과 선관위 발전에 기여했다는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다만, 관운이 없고, 인사의 사각지대에 있을 뿐이라고 자위하기 때문이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나는 계산 후 창원까지 두 분을 모셔주겠다고 했다. 그 때 아내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항아 코피가 터져 멈추지 않는다. 병원에 가야겠다." 나는 "움직이며 피가 더 난다. 코, 이마의 주위에 얼음찜질을 하여 우선 피를 멈추게 해라"고 했다.

이 상황을 설명하고, 대리기사를 부르도록 요청했다. 잠시 후, "딸의 코피가 멈췄다"는 전화가 왔다. 상관에게 다시 모셔드리겠다고 말하고, 대리 기사를 취소하도록 했다. 내 차로 모시려고 했더니 상관이 자기 차를 운전하여 창원까지 가자고 했다. 내차로 가는 줄 알았다고 했더니, 나에게 시내버스를 타고 다시 중앙시장까지 되돌가라고 한다.

나는 밤이 늦어 버스도 없고, 2번이나 갈아 타야하므로 다시 대리기사를 부르자고 했다. 또한, 내일 정당의 경선으로 새벽에 출근해야 하므로 대리를 부르자고 청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차를 꼭 운전할 것을 명령했다. 화가 났다,

"사람을 어떻게 보고 이래, 내가 종인 줄 알아… 내가 언제 진급할려고 청탁했어… 너희 맘대로 해… "

고함을 지르고, 내차로 집에 와버렸다.

공직사회에서 진급을 하려면, '따까리를 하든지, 돈을 바쳐야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끼리끼리 한다. 많이 좋아 졌지만 잔재가 남아있는 것 같다. 과거 공직사회의 조직문화상, 고위직들은 이에 크게 벗어난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고위직을 존경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위직이 더 정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치원 선생은 "민본정치(국민에 의한)의 자질을 갖춘 '나비'는 벼슬을 피하고, 위민정치(국민을 위한)를 하겠다는 '벌나비'만 엿보는구나"라고 '촉규화'라는 시로 노래했다

이 문제는 공직사회에서 꼭 풀어야 할 과제다. 다면평가가 아니라 국민(민원인)의 평가를 반영해야 한다. 혹자는 불가하다고 하겠지만 '행정절차법'의 준수 여부로 평가하면 된다. 이 경우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가 180도로 변한다. 임명권자만이 아니라 평가자인 국민도 바라볼 것이다.

왜냐하면 공무원은 신하, 즉 임명권자만 바라보는 신(臣)이기 때문이다. 시급한 제도도입을 촉구한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방법이다.


태그:#석종근, #공무원승진, #국민평가, #민본정치, #위민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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