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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별이 노래하는 장면을 상상한 밤이 있었다. 어둠이 마냥 무섭지만은 않은, 그런 밤이었다.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고흐는 자신의 꿈이 진 빚으로 동생 테오에게 늘 미안해했지만, 나는 그의 그림들을 보며 문득문득 그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림의 풍성한 색감과 달리 그의 고단했던 삶의 그림자가 너무도 길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수 백여 통의 편지들에 얽혀있는 그림 속 이야기들을 토대로 고흐의 삶에 주목한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수 백여 통의 편지들에 얽혀있는 그림 속 이야기들을 토대로 고흐의 삶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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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수 백여 통의 편지들에 얽혀있는 그림 속 이야기들을 토대로 고흐의 삶에 주목한다. 고흐 사후 6개월 뒤 시력과 기억은 물론, 거동조차 점점 불편해지는 테오가 형의 유작전을 직접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극은 지금껏 조명하지 않았던 고흐의 사랑과 아버지와의 관계, 그림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일상을 차근차근 풀어가면서 그의 그림과 삶을 일직선상에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덕분에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별이 빛나는 밤>이나 <꽃 피는 아몬드 나무>, <해바라기> 등의 유명작품을 나열하기보다는 물감이 부족해 그림 위에 그림을 덧댄 그림이나 모델료로 지불할 돈이 없어 정물화를 그리고, 이후에는 거울을 보며 그린 다양한 자화상들을 소개함으로써 단순한 감상 차원이 아닌 고흐가 그림을 그릴 당시 느꼈을법한 배고픔과 외로움 등의 감정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다.

 중앙만이 아닌 좌우 양옆으로 확장한 무대와 이를 캔버스 삼아 그려지는 그림들, 이 그림들은 다시 여러 개의 액자 프레임에 채워져 고흐의 그림이 걸린 전시장을 방문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중앙만이 아닌 좌우 양옆으로 확장한 무대와 이를 캔버스 삼아 그려지는 그림들, 이 그림들은 다시 여러 개의 액자 프레임에 채워져 고흐의 그림이 걸린 전시장을 방문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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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의 방사형 구조를 십분 활용한 무대 연출은 심플하면서도 효율적이다. 중앙만이 아닌 좌우 양옆으로 확장한 무대와 이를 캔버스 삼아 그려지는 그림들, 이 그림들은 다시 여러 개의 액자 프레임에 채워져 고흐의 그림이 걸린 전시장을 방문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고흐의 평면적인 그림들은 3D 프로젝션 맵핑 기술 등을 통해 사람이 움직이거나 색이 덧칠해지는 장면으로 연출되어 관객들은 차원이 다른 공연 영상을 만날 수 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천재 화가로서의 고흐가 아닌 우리와 다름없이 평범한 한 남자, 한 사람으로서 고흐를 바라보고 있다. 고단했지만 사람들을 위로하는 진심이 담긴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념 하나에 기대어 희망의 끈만은 끝내 놓지 않았던 고흐의 모습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묘하게 겹친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천재 화가로서의 고흐가 아닌 우리와 다름없이 평범한 한 남자, 한 사람으로서 고흐를 바라보고 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천재 화가로서의 고흐가 아닌 우리와 다름없이 평범한 한 남자, 한 사람으로서 고흐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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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 떠나고 귀를 자른 고흐를 쫓아내려는 마을 사람들에게 테오는 울부짖는 목소리로 외친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 입니까?" 객석 분위기가 일순간 숙연해진다. 테오는 형의 이름을 따서 지은 아들 고흐에게 "기억해줘"라는 짧지만 여운이 긴 한 마디를 남긴다. 이는 우리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에 영감을 받고 감정을 느끼는 우리 모두가 결국은 고흐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니. 고흐를 기억해야한다. 불행한 삶을 살았던 비운의 천재 화가만이 아닌, 누구보다 치열한 생을 살았기에 불행마저 행복이었던 한 사람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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