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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츨근길을 걷다보면 자연과 동화되는 듯하다
▲ 걸어서 출근하기 봄비가 내린 츨근길을 걷다보면 자연과 동화되는 듯하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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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렸다. 떠나는 겨울의 뒷자락을 넉넉한 마음으로 챙겨주는 봄비가 살갑다. 계절이 바뀌도록 채 삭지 못한 낙엽들 위로 비의 훈훈함이 더해진다.

나무는 낙엽과 비를 자양분 삼아 여름날의 무성함을 꿈꾼다. 비를 실어다 준 얄밉지 않은 구름 사이로 햇살이 맨살을 드러낸다. 햇살과 구름과 약간의 바람 그리고 대지 위에 내려앉은 봄비와 나무의 체취와 더불어, 나는 걷는다.'

지난 회에서 운동에 대한 나의 태생적인 거부감과 그 원인에 대해 너무 장황하게 설명한 감이 있다.

짧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나는 운동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식이조절만으로는 물렁물렁한 뱃살을 걷어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운동해야만 한다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는 거다.

먼저 하루 일과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 운동할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을 찾아보는 것이다. 나의 하루는 아침에 차로 출근하여 종일 일하고 저녁때 차로 퇴근하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그것이다. 점심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잔다. 운동과 맞바꾸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출·퇴근 시간 이용한 걷기 운동 

그 첫 번째로 우선 걷기로 했다. 허나, 걸어서 직장까지 출근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벚꽃 가득 핀 어느 봄날, 술 마시고 새벽에 걸어오는 데 세 시간쯤 걸렸다. 물론, 그때는 벚꽃이 자꾸 수작을 걸어와 발걸음을 쉬 뗄 수 없었지만, 맨정신에 걸어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왕복 두 시간의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한다는 건, 다음 세상에 이봉주로 태어나기 전에는 불가한 얘기다. 그래서 일단, 직원들이 사는 아파트까지 걸어가서 직원 차로 카풀을 하기로 했다. 직원의 집까지는 버스로 네 정거장 거리.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25분쯤 걸린다. 지치지 않고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아침저녁, 한 시간을 걷는다.

이틀간 시행해 보았다. 몸살이 났다. 안 쓰던 근육을 써서일까, 아니면 노화한 체력 탓일까? 하루를 몸살로 앓아 누웠다가 이튿날부터 재도전한다. 그런데 뭔가 좀 허전하다. 그냥 무작정 걷기에는 아침 출근길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뭔가 재미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본다.

나의 클래식한 휴대폰에 있는 자랑할만한 기능, 만보기. 우측 상단에 찍힌 걸음수가 그날 걸어서 번 돈이다.
▲ 만보기 나의 클래식한 휴대폰에 있는 자랑할만한 기능, 만보기. 우측 상단에 찍힌 걸음수가 그날 걸어서 번 돈이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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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은 게 있었다. 나의 클래식한 휴대폰에는 만보기 기능이 있다. 걸은 걸음만큼 화면에 숫자가 찍힌다. 소모된 칼로리와 함께. 아침저녁으로 여덟 정거장쯤 걸으면 5천에서 6천 걸음 정도 걸을 수 있다. 그 숫자를 보다 보니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다. 그때부터 아내와의 협상을 시작한다.

"내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당신 옆에서 살았으면 좋겠지?", "남자의 평균 수명이 여자보다 짧고, 내가 당신보다 나이도 많으니까 분명 내가 먼저 죽을 거야. 내가 건강해야 당신을 끝까지 지켜주지 않겠어?", "차 놓고 걸어 다니면, 기름값도 아끼고..." 

아내의 약한 곳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그렇게 해서 나는 내가 하루에 걸은 걸음만큼 용돈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5천 걸음을 걸으면 5천 원을 받는 거다. 그렇게 모은 돈을 소중한 곳에 쓴다면?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다거나, 북한 쌀 보내기 등에 그 돈이 쓰인다면 당신의 한 걸음은 단순한 걸음이 아니라 매우 뿌듯한 걸음이 될 것이다.

거창하게 나눔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면, 늘 부족할 수밖에 없는 용돈에 보태도 좋다. 하루에 5천 걸음이면 한 달에 10여만 원의 돈을 모을 수 있다. 운동도 하고 용돈 혹은 보람도 생기는 일이니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는 격이다.

4층 건물, 엘리베이터 타지 않고 오르기

생활 속 운동, 그 두 번째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나의 직장은 4층이다. 3층 정도면 계단으로 올라가는 게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4층이라는 위치는 참 애매하다. 순간의 번뇌에 휩싸였다가도, 간사한 인간인지라 결국 엘리베이터의 오름 버튼을 누르게 된다. 이제 그 간사함을 걷어 내야 한다. (10층 이상에서 근무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잠자리에 들기전에 계단을 오르며 외울 시조를 미리 수첩에 옮겨 적는다. 중고등학교때 외웠던 시조들인데도 다시보니 새롭다.
▲ 한국의 옛시조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잠자리에 들기전에 계단을 오르며 외울 시조를 미리 수첩에 옮겨 적는다. 중고등학교때 외웠던 시조들인데도 다시보니 새롭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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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까지 걸어 올라가는데 총 67개의 계단이 존재한다. 평지를 걷는 것보다 물론 힘들고 따분하다. 나에겐 모든 일에 재미가 필요하다. 그래서 계단을 오르며 할 일을 또 생각한다. 67개의 계단... 그래, 글자수로 따졌을 때,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시조를 한 편 외우자.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다음이 뭐였더라?"

날이 갈수록 흐릿해지는 기억력을 일깨우고, 더불어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아침마다 시조 한 편을 외우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 얼마나 운치 있는가? (시조 한 편이 버거운 분들은 하루에 하나씩 사자성어 공부도 좋다)

잠자기 전 딱 10분만 근육운동

마지막으로 잠자기 전 딱 10분 동안만 근육운동을 한다. 아무리 책을 안 읽는 집이라 해도 몸짱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근육만들기 책 한 권쯤 굴러다니기 마련이다. 나처럼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세 권의 책이 있다. 그중 제일 얇고 만만한 책을 골라잡는다.(혹시 책이 없는 분들은 인터넷으로 뱃살빼기 운동 몇 가지만 검색해 보라). 간단한 스트레칭 후에 10여 분 정도 근육 운동을 시행한다.

나처럼 운동에 문외한인 사람 집에도 근력운동 관련 책들이 세권이나 있다. 이중 제일 얇고 가격도 저렴한 책을 골라잡는다. 그리고 쉬워보이거나 맘에 드는 운동 몇가지만 따라하면 된다. 우리는 봉도사나 간고등어 코치가 될수 없다!
▲ 근력운동 관련 책들 나처럼 운동에 문외한인 사람 집에도 근력운동 관련 책들이 세권이나 있다. 이중 제일 얇고 가격도 저렴한 책을 골라잡는다. 그리고 쉬워보이거나 맘에 드는 운동 몇가지만 따라하면 된다. 우리는 봉도사나 간고등어 코치가 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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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같은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초콜릿 복근도 관심 밖이다. 나의 목표는 구질하게 들러붙은 뱃살을 빼는 것이므로 그와 관련된 운동 몇 가지만 자기 전에 해치우면 된다. 간단한 것 몇 가지만 살펴보자.

누워서 무릎 당기기, 서서 상체 옆으로 굽히기, 몸통 둥글게 말아 올리기 등등. 하루에 한가지씩만 눈 딱 감고 10분간 진행한다. 물론 힘들면 중간중간 쉬어라. 괜히 몸 만들려다가 몸 축난다.

이상으로 요즘 내가 생활 속에서 큰 부담 없이 행하고 있는 몇 가지 운동법에 대해 적어보았다. 새롭고 특별한 것은 전혀 없다.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간단한 복근 운동 정도로 운동이라는 거대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감을 맛보며 동시에 뱃살을 뺄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무리해서 한꺼번에 시행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몸져눕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나씩 차근차근 자신의 몸 수준에 맞추어서 진행해보자. 퇴근 후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 걷는 일도 좋다. 미라 상태의 근육에게 숨결을 불어넣자. 그 시작은 미비할지 모르나, 결과는 심히 창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5편에 계속)


태그:#계단오르기, #복근운동, #뱃살빼기, #만보기, #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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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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