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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우체국예금, 우체국보험 등 우체국 서비스를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기관인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십수 년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을 들여다봤다. 우정실무원으로 우편집중국에서 14년째 일하고 김진숙씨의 하루, 그리고 재택위탁집배원 노동자들의 노동상태를 통해 우정사업본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과 착취를 고발한다... <기자말>

동서울우편집중국 소형계에서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우정실무원.
 동서울우편집중국 소형계에서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우정실무원.
ⓒ 전국우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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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씨(50)는 우체국 비정규직 노동자다. 우편집중국에서 우정실무원으로 일한 지 14년째. 2000년 4월 서울우편집중국에 입사해 2011년 7월 우편집중국이 통폐합되면서 동서울집중국으로 왔다.

지난 12일, 아침 일찍부터 노동조합 일을 본 후 김진숙씨는 낮 1시 40분경 동서울우편집중국으로 출근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맨손 체조를 한 후 오후 2시경 소형계에서 일을 시작한다. 우정실무원 노동자들은 우편집중국 작업장에서 소형계와 대형계로 나뉘어 일한다. 소형계는 크기가 작은 편지같은 우편물을, 대형계는 대형 우편물을 분류한다.

소형계에는 우편물을 분류하는 기계가 있다. 기계에서 분류된 우편물을 우정실무원들이 맞은편 박스에 옮겨 담는다. 우편물 분류 기계가 A에서 D까지 있는데 바닥에서 한 계단 밟고 올라서서 기계에서 나온 우편물을 다시 바닥으로 가지고 내려와 맞은편 박스에 옮겨 담는다.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얻은 건 무릎통증과 하지정맥류

올라갔다 내려섰다를 하루에도 수없이 계속해야 하므로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간다. 소형계와 대형계를 불문하고 우편물을 분류하려면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과 하지정맥류 등 온갖 질환으로 고생한다. 기계에 들어가지 않거나 기계가 분류하지 못한 우편물은 다시 수작업 구분대로 옮겨 수작업을 해야 한다. 작업장 안에서 돌아다니는 차에 치이거나 부딪쳐 다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중간에 있는 20분 휴식시간. 김진숙씨는 이 중간 휴식시간을 틈타 집중국 소형계 여기저기 붙여놓은 성명서와 선전물을 떼러 다닌다. 관리자들이 전국우편지부 간부들이 붙인 선전물을 떼라고 며칠 전부터 계속 성화다.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저녁식사 시간이 돼서 동료들과 함께 한숨 돌리며 식사를 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식사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중간에 한 차례 20분간 휴식을 제외하고 우편물 분류작업을 한다.

14년차 우정실무원, 52시간 연장근로에 받은 임금 130만 원

우편물이 많을 때는 연장근로도 한다. 밤 11시까지, 연장근로를 할 때는 막차를 겨우 타고 퇴근할 만큼 심야노동에 시달린다. 저녁시간에 지인을 만날 약속은 꿈도 못꾼다. 아침시간을 후딱 보내고 쌍문동 집에서 나와 1시간 걸려 출근을 하면 오후 2시부터 꼬박 밤 늦게까지 우편물 분류작업에 매달린다. 김진숙씨는 지난 2월 총 52시간이나 연장 근로를 했지만, 임금으로 받아 손에 쥔 돈은 130만 원이었다.

우정실무원 이중원씨는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야간근로를 한다.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배달해야 하는 우편물이 있기 때문에 우편집중국은 24시간 작업을 한다. 밤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야간근로를 하면 임금을 1.5배로 계산한다. 이중원씨는 지난 2월 연장근로를 12시간 했으며 공제 후 139만여 원을 받았다. 아래 사진은 이중원씨 2월 급여명세표.

이중원 씨의 2월 급여명세표. 그는 임금이 1.5배로 계산되는 야간노동을 하고 있으며 연장근로를 12시간이나 했지만 지난 2월 139만원을 받았다.
 이중원 씨의 2월 급여명세표. 그는 임금이 1.5배로 계산되는 야간노동을 하고 있으며 연장근로를 12시간이나 했지만 지난 2월 139만원을 받았다.
ⓒ 전국우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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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보다 시급이 200원 올라 올해 시급은 5340원이다. 우정실무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을 한 결과 2012년부터는 복지포인트 연간 35만 포인트, 경영평가성과급 연 60만~120만 원을 받는다. 명절보조금이 지난해 신설됐지만 1년에 1회 총 20만 원이 고작이다. 정규직과 너무 차이가 난다.

"정규직에게 받던 모멸감, 사라져 좋다"

우정실무원으로 오랜 기간 일한 한 노동자가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한 말은 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동안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를 조금이나마 짐작게 한다.

"노동조합이 생겨서 임금을 올리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우리가 그동안 정규직들에게서 받아온 모멸감과 인격침해가 많이 사라진 것이다. 그게 정말 정말 고맙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는 지난해 자신들의 평균 연봉이 1457만9440원이라며 연봉 2천만 원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공무직화), 등급제 폐지 및 호봉제 도입, 생활임금 보장, 신분에 따른 차별적 업무 분담 제고,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내 비정규직 간 차별적 임금제도 개선 및 형평성 제고, 우정사업본부 통합적 예산편성을 통한 비정규직 예산확보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든 전국우편지부를 인정하지 않는다. 전임자와 노조사무실도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의 우편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체신부→ 정보통신부→ 지식경제부→ 미래창조과학부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옮겨다니는 수모를 겪었다. 우정사업은 우편사업, 예금사업, 보험사업 등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물류산업이 추가되는데 전반적으로 앞의 3개 사업이 주된 사업니다.

우편사업은 공공영역, 정부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해야

우편사업은 2010년 이후 우편물량이 감소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국가가 직접 경영하는 공공사업의 영역이기도 하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는 "정부가 흑자 논리를 내세우기 전에 공공성을 감안해 우편사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체국에는 총 5개의 복수노조와 비대위 1개 조직이 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이 최대 규모 노조이고,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을 상급단체로 한다. 별정우체국(민간) 사무원과 집배원 150명이 상급단체 없는 별정우체국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는 2011년 8월 설립 후 2012년 2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우편집중국 우정실무원, 우체국 비정규직 전체와 재택위탁집배원 240명이 전국우편지부에 가입했다. 이밖에 전국우체국노조,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있다.

우정사업본부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하늘과 땅 차이

우정사업본부에서 일하는 노동자 4만3676명 중 정규직 공무원이 3만1300명, 비공무원과 기간제 비정규직을 합쳐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1만2376명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과 처우가 하늘과 땅 차이다.

IMF 사태 이후 정규직 업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에게 전가됐고, 정규직은 일괄 관리자로 전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우편지부에 의하면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수배에 달하는 임금과 복지혜택을 누린다고 한다.

우정실무원들은 1년 일하나 10년 일하나 근속수당이 전혀 없다. 가족수당과 식대조차 없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고 싸워 그나마 나아졌다는 게 명절보조금 1년에 10만 원씩 두 번, 복지포인트, 경영평가성과급 일부다.

우정사업본부는 소위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부문에서 왜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상식적으로 채용해 착취하는가. 그들은 노무사집단을 통해 자문을 받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 저들의 비정규직 사용 행태를 두고 우체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까도까도 껍질이 계속 나오는 양파와 같다"고 표현한다.

우정사업본부 재택위탁집배원, 특수고용직으로 분류

그 대표적 사례가 재택위탁집배원이다. 사업자 등록을 강요받는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 재택위탁집배원들은 집에서 편지와 등기 등 우편물을 받아 분류해서 각 가정에 배달한다. 우정사업본부는 2002년부터 재택위탁집배원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우체국장과 합법적 노예계약서를 쓰며 신용보증증권을 제출해야 한다.

우편물이 분실되거나 훼손되면 노동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우편물을 집에서 분류해 배달하는 것 말고는 정규직 집배원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 우체국 제복을 입고 공무원 준수사항을 지키며 일하는 이들을 민원인들은 일반 집배원으로 안다.

재택위탁 606명, 통상위탁 82명 등 총 688명의 재택위탁집배원들이 전국에서 일하고 있다. 재택위탁집배원 노동자들은 하루 6시간 기준으로 시간당 5300원(2013년)을 받는다. 노동시간은 4~7시간(6시간 기준으로 임금 80만 원 내외)다.

시간당 담당세대 수 250세대를 기준으로 2013년 5300원을 적용했다. 우편물이 1톤이든 2톤이든 마찬가지다. 이들의 시급은 지난 13년간 850원이 올랐다. 임금 외 별도급여가 없으며, 지난해부터 설과 추석에 각각 10만 원을 명절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유아 재택위탁집배원지회장은 "우정사업본부가 우리를 개 부리듯 부려먹는다"고 말한다.

우정사업본부가 비정규직을 채용해 착취하는 구조는 너무나 방대하고도 복잡하다. 우정실무원 노동자들에게서 미리 자료를 받아 읽은 후 그들을 만나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우정사업본부의 비정규직 실태 등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비정규직 우정실무원으로 십수 년 일한 노동자들조차 집요하게 관심을 갖지 않는 한 알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온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우체국, #비정규직, #우정사업본부, #우정실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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