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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오픈테이블 : 일상폴폴2014'에서 열리는 테이블들 중에서 시민이 관심가질 만한 테이블들을 소개한다. 주거나 일자리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공간에 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간다. '오픈테이블' 행사는 오는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등록하고 카페 등 일상의 공간에 모여 정책을 만들어보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자주>

박형일, 그는 농부로 살기 이전에 교사였다. 교사와 농업. 얼핏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그가 하는 일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영역의 이름은 조금 생소하다. 바로 '진로농업'이다. 진로농업이란 청년들이 농업을 기반으로 농촌에서 삶의 다양한 진로를 찾아나가고 일구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정해지고 짜여진 진로외에 삶에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그의 마음이야말로 어찌 보면 천상 교사의 마음이 아닐까.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7일 협동조합의 마을이라는 홍성을 찾았다. 

- 고향이 홍성은 아닐테고, 홍성에 온 지는 얼마나 되었나?
"홍성이 고향은 아니다. 홍성 온 지 8년 되었다. 사실 전에는 홍성이란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일종의 2년제 전문대 과정이기도 한 풀무학교 전공부에 오면서 인연이 되어 지역에 남게 되었다."

- 교사를 하다 농사를 생각한 이유가 궁금하다. 쉽지 않은 전환일텐데.
"교사로 5년 동안 있었는데, 부적응했다고 해야 하나 잘 안 맞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보다 여기서 이렇게 농사 짓고 사는 게 더 좋아서 그런 거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래도 이 이야기를 하자면 상윤이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 가르쳤던 학생인가?
"그렇다. 왜 학교 선생을 그만 두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럴 때 보통은 상윤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얘도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담임때 만났던 아이였다. 유독 형제가 많은 아이였는데,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중학생인 형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내신관리에 힘들어하고, 고등학생인 누나는 대학입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큰형은 대학 가서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고민이 생겼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는 아버지가 직장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어머니에게 토로하는 것을 보고 나에게 질문을 하더라.

'지금 이렇게 학원 다니는 것도 힘든데, 중학교 가서는 고등학교 가는 것 때문에 힘들고, 고등학교 가서는 또 대학입시 준비해야 하고, 대학 가서도 취업 준비해야 하고, 취업을 해도 우리 아버지처럼 힘들면, 그러면 난 언제 행복질 수 있냐'고 물었다. 그 순간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더라. 왜냐하면 나 역시도 아무런 의심없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군대-취업'이라는 삶만 살아왔지 그 밖의 삶을 상상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때의 질문과 관심이 지금의 진로농장과 연결이 된 것 같기도 하다."

- 그럼 처음부터 진로농장을 기획했나?
"아니다. 처음엔 개인 농사를 짓는 한편으로 '교육농'이라는 이름의 교육농장을 하게 됐다. 농업을 교육적으로 접근해 보면 좋겠다는 권유가 있었고, 학교 선생을 했다는 꼬리표 때문에 반강제로 하게 됐다. 또래의 풀무학교 전공부 창업생(졸업생)들은 농업을 하는 한편으로 지역에 필요한 공적인 일에 참여하는데 나에겐 교육농이 그런 공적인 일에 하나였던 셈이다.

교육농장을 하다 보니 인연이 되어 만나게 된 청년들이 제법 적지 않았는데, 삶을 옮겨와 살아보겠다는 청년이 생겨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이들은 당장 땅도 없고, 돈도 없고, 농촌에 아는 사람도 없고, 농사도 지을 줄 모른다. 이들이 농촌에서 살아가고 뿌리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했던 것이 청년들을 위한 진로농장, 협동조합 청촌(靑村)이다."

- 귀농학교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나?
"뿌리내리도록 도움을 준다는 데서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농촌을 프로그램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살아보고 겪어보는 '삶의 경험'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발을 디딜 현장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에서만 살아온 청년들이 다른 정서와 문화를 가진 농촌에 들어가 산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일종의 완충지랄까 중간지로서의 역할도 생각하고 있다."

진로농장에서 일하는 청년.
 진로농장에서 일하는 청년.
ⓒ 박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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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모집하지 않았는데... 농촌으로 내려오는 청년들

- 진로농장에 청년들이 많이 오나?
"의외로 많이 온다. 청년들이 도시에서의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전망이 보이지 않아 그러는 게 아닐까? 그리고 청년들이 도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전망해 보려는 것은 현상을 넘어 일종의 흐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금 진로농장은 따로 모집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재 10명 정도 청년들이 함께 하고 있다. 또 오랜 기간이 아니더라도 일 주일이고 한 달이고 단기간 머물다 가는 친구들도 있다."

- 다 농사짓겠다고 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꼭 모두가 농업'만'을 하는 전업농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정 기간이라도 농업을 익히고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농촌의 리듬과 정서를 익히고 지역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업에 대한 이해 속에서 농촌에서의 다양한 진로를 모색했으면 한다."

- 도농순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대개는 도농교류라 하고 도농순환이란 말은 많이 쓰이지는 않는데 무슨 차이가 있나?
"서울의 청년일자리허브와 함께 농(農)적 진로에 관해 함께 사업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느 쪽에 잘못이 있다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어긋남'이 있었다. 그래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류하게 되었는데, 다른 한편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도농은 교류보다 순환이라고 이야기하고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원이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간에 '순환'되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대개 우리는 도시와 농촌을 분리해 바라본다. '순환'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시에는 일자리가 없고, 농촌은 일 할 사람이 없는 것은 각기 다른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문제다. 도시와 농촌을 분리해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보고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

순환이 둥근 원을 떠올리게 한다면 교류는 일직선의 흐름 아닌가? 그래서 교류라고 하면 농산물직거래 이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직거래 장터나 체험 프로그램이 나쁘다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만 있는 것이라 아니라 그걸 포함해 더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관계가 복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한편 도시의 유기 자원도 순환되면 좋겠다. 도시에서는 음식물 자원도 종량제 형태로 버리는 데 돈을 낸다고 들었다. 지금 시골에선 유기농에 필요한 유기물들을 많은 부분 사다 쓰고 있는데 도시에서 나오는 유기물들이 농촌으로, 다시 흙으로 순환되지 않고 쓰레기로 폐기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런 자원들도 효과적으로 순환되도록 하면 좋겠다."

그물코 헌책방
 그물코 헌책방
ⓒ 박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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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정책적 지원이나 제도적 변화가 뒷받침돼야 하나.
"도농순환센터가 실현되기 위해 사람이 핵심 아닌가 싶다. 그 사람 중에 핵심은 일할 수 있는 젊은 청년이다. 농촌에서의 '일'이나 '진로'라고 하면 농업만을 생각하는데, 농촌은 단지 농업을 하는 곳이기 이전에 사람이 사는 곳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농촌에는 '농업'만 남은 것이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모든 게 필요한 곳이 농촌이다. 기자도 필요하고, 목수도 필요하고, 장사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교사도 필요하다.

도시를 재생 시킨다고 표현하던데 농촌도 재생되고 회복되어야 한다. 농촌도 똑같은 삶의 장소니까,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취업이 아닌 창업이 필요하고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고 재생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 가는 것이다. 지역의 이런 필요들과 청년들의 재능과 흥미, 관심사가 만나면 창조적 일자리가 생겨난다. 우리지역에 목공실이나 마을카페, 마을빵집, 헌책방 등이 그런 예라고 생각한다.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자원을 배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청년들의 창업과 농촌살이를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나 중간조직이 필요하다. 도시에는 창업에 관한 각종 중간지원기관이나 지원시스템이 다양한데 상대적으로 농촌은 부족하다. 물론 도시의 것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옮겨오자는 것은 아니다. 농촌이라는 장소성을 잘 이해하고 농촌과 지역에 적합한 형태나 방식이어야 한다."

- 진로농장에서의 이런 고민을 다른 기관들이나 단체들도 갖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시도가 있었나?
"진로농장은 아무래도 청년들에 관심이 있다 보니 청년들의 진로, 일자리 등에 대한 것을 고민하게 된다. 다른 단체들도 자신들의 주된 관심이나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도시와 연계한 인문-생태 교육프로그램 운영이나, C.S.A 농장 등 농촌체험이나 직거래를 넘어선 새로운 관계의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픈테이블:일상폴폴2014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태그:#오픈테이블, #진로농장, #박형일, #홍성, #도농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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