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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를 담아야 하는데 뒤늦게 나타나신 할아버지께 할머니의 지천이 여간 아닙니다.
 조개를 담아야 하는데 뒤늦게 나타나신 할아버지께 할머니의 지천이 여간 아닙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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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자."

이 말 무섭지 않습니다. 씩씩대며 뒤에 보자 해도 시간과 세월 흐른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딱 하나 조심해야 할 게 있지요. 역시, 예외는 있는 법이나 봅니다.

"당신 힘없을 때 봐!"

젊어서 당한 여자들의 한 맺힌 절규입니다. 철없는 남자들은 이 말의 깊은 의미를 모릅니다. 현실로 닥쳐봐야 알지요. 젊어서 한 가닥 했던 남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여자에게 한 맺히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행동하는 분들이지요. 이런 분들은 훗날….

"꼭 당해봐야 아나~"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알지요. 어쩔거나~. 나이 들어 된통 당하는 현장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그것도 바닷가에서. 할아버지의 공개(?) 망신이 남 일 아니데요. 빨리 반성하고 가족과 아내에게 공을 들이는 게 최선이라는…. 여기서 얻은 교훈.

30대라면 가정 방관 마세요!
40대라면 더 살갑게 하세요!
50대라면 팍 기죽어 사세요!
그래야 60대 이후를 보장할 수 있지요.

물론 이도 장담 못합니다. 아직 정신 못 차렸다면 바닷가에서 할머니께 구박당하는 할아버지 현장 이야기 들어 볼래요?

하마터면 "할머니 구박 좀 어지간히 하세요!"라고 참견할 뻔 했다는...
 하마터면 "할머니 구박 좀 어지간히 하세요!"라고 참견할 뻔 했다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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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 "(기세당당하게) 어디 갔다 이제 와."
할아버지 : "(완전 미안한 투로) 저~~~기…."

할머니 : "(화난 투로) 나 옆에 붙어 있어라 했는디, 혼자 싸돌아 댕겨."
할아버지 : "(말 돌리며) 조개 많이 캤는가?"

할머니 : "(힐난조로) 눈으로 보믄 몰러. 각시는 조개 캐느라 힘들어 죽것구만. 혼자 싸돌아 댕겨."
할아버지 : "(풀죽어) 내 잘못했네."

노 부부 대화에서 상황 파악 끝. 할아버지가 조개 캔 것 챙겨야 하는데 그걸 않고 놀다 온 겁니다. 머리 하얀 할아버지, 할머니 구박 앞에서 아무 말 못합니다. 온 몸으로 미안하다 표현하며 고개 푹 숙인 채 쪼그리고 앉아 조개만 주워 담습니다. 꼭 저승사자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쓴 웃음이 납니다. 서로에게 당당해야 할 부부가 이게 뭔 꼴인가 싶습니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 같습니다. 아니, 생쥐보다 못합니다. 아마, 자초한 일일 겁니다. 할아버지 젊은 날에 할머니 속 많이…. 아내 웃으며 한 마디 던집니다.

"당신 저거 잘 봐 둬요. 늙어서 편히 살려면 지금부터 알아서 잘 해요."

이건 학습 효과 백점짜립니다. 점령군이 따로 없습니다. '후환이 두렵지 않으냐?'는 경곱니다. 에고에고~, 저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직 만회할 여지가 남은 나이라서. 곁님에게 알아서 잘 해야겠네요.

그나저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구박받던 조개로 끓여주신 조개국은 맛있게 드셨어요? 부부, 남자가 도를 통해야 아름답고 당당하게 살아남는 관계지 싶네요. 남자들이 철나는 그날까지 고고~^^ 아내들이여, 남편들 기 살리는 방법도 강구하시길….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부부, #할머니, #할아버지, #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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