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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오픈테이블 : 일상폴폴2014'에서 열리는 테이블들 중에서 시민이 관심가질 만한 테이블들을 소개한다. 주거나 일자리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공간에 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간다. '오픈테이블' 행사는 오는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등록하고 카페 등 일상의 공간에 모여 정책을 만들어보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자주>

일자리, 숫자늘리기가 아니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을 사고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계속 줄어들고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무한경쟁은 취업전 스펙쌓기 열풍을 가져왔지만 스펙을 쌓아도 취업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취업자 수를 늘려야 하는 정부는 통계상의 숫자늘리기에 매달리고 그 때문에 일시적 일자리를 양산하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하자센터에서 오랜 시간 청소년들의 다른 길찾기를 응원했던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의 전효관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일자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전효관 센터장
 전효관 센터장
ⓒ 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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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청년 실업 해결할 수 없어"

-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를 낯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기관인가요?
"청년의 위기는 사회의 위기, 미래의 위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당면의 문제해결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청년들의 아지트 같은 것이 필요하고. 그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뭔가 해볼 수 있는 경험과 활동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시 청년허브는 청년들의 자발적 모임, 활동, 실험을 지원해요.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는 사업을 합니다. 청년들에게 새로운 학습과 경험을 제공하는 학교도 운영하고 있고요."

- 전 센터장이 청년허브 학교 담임을 하라고 해서 1년간 했어요.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기회로 좋았는데 한편으론 그들의 경험이 일자리로 바로 연결되지 않았어요. 앞으로 학교의 경험과 일자리 연결에 대한 구상이있는지요?
"학교는 '둥지'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새들이 둥지를 튼다고 할까 뭐 그런 느낌이에요. 담임제를 도입한 이유도 기존 학교나 사회와는 다른 관계를 경험해 보게하는 장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청년들이 내적 힘을 신뢰하고 동료와 사람에 대한 신뢰를 하게 되면 청년들의 능력은 비약, 도약할 수 있다고 믿어요. 통상적인 학교는 지식을 쌓게 하지만, 청년허브의 학교는 경험과 프로젝트를 통해서 경험을 쌓게 하는 데 초점이 있어요. 과거 하자센터의 경험으로 보면 프로젝트를 통한 경험, 자기 기획을 해 본 경험이 일을 찾는 데 충분한 힘을 줄거라고 확신해요. 올해부터는 청년허브에 다양한 활동이나 사업들과 연결되는 지점도 많이 생길 것이고요."

청년일자리허브의 청년들의 행사장면
▲ 전효관 청년일자리허브의 청년들의 행사장면
ⓒ 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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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일자리허브를 기획한 배경일 수도 있을 텐데요. 청년실업에 관한 문제의식, 원인과 진단 이런 이야기를 좀 더 해볼 수 있을까요?
"청년실업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는 패턴이 있어요. 예를 들면, '청년실업률이 심각하고 점차 고용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식으로. 이런 지표를 단순하게 해석하면 고용 문제가 심각하니까 일자리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쪽으로만 접근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어떤 중요한 지점을 망각하게 하는 함정이 있어요. 통계상으로만 보면 아주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가 포함되지 않았고, 또 이 내부에는 매우 이질적인 다양한 청소년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만 있으면 일을 할 청년들도 있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보려는 사람도 있고 좌절상태에 있는 청년들도 있겠지요. 양적인 일자리창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다양한 지점들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사회통념적으로 보면 정규직·고임금 일자리를 의미하고 있어요. 청년들 중 상당수는 고연봉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적은 연봉을 받더라도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런 지향이 문화적 일자리를 원하는 것에 투영돼 있다고 봐요. 지금의 청년세대는 장년·노년세대와 달리 빈곤의 시대를 살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욕구가 분명히 있지요."

- 일자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맥락인 듯하네요. 사회변화와 청년들의 욕구 변화에 주목해서 다시 짜봐야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대략 창업이든, 사회적기업이든 일을 만들어보겠다는 청년들의 제안 중 50% 이상이 문화나 지식기반서비스와 관련돼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이 스스로 기획하고 관리하는 쪽에 많기 때문인거 같아요. 청년들이 아주 선호하는 회사가 제니퍼소프트 같은 직장이라고 해요. 개인의 동기를 존중하는 회사문화 때문이 아닐까 해요. 언론 보도를 보니, 1인 채용에 몇만 명이 응모했다고 해요.

한국사회가 이후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삶, 좋은 일에 대한 지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 그럼 이런 변화에 조응해서 어떤 패러다임의 전환과 실질적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처음 청년허브 만들 때 (우리나라) 일자리정책만으로는 청년문제를 개선하고 청년의 미래를 준비해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일자리정책과 사회정책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봐요.

다음으론, 일자리정책과 산업정책의 연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면 서울시가 전통산업을 살리는 일에 열심이에요. 성수동 수제화 산업이나 도시자영업 활성화 같은 일이죠. 하지만 청년들이 수제화 단지에 가서 도제식으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봐요. 청년과 장인의 결합이 가능하려면 서로의 장점을 결합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하죠.

청년들의 감각을 결합해 보는 산업정책이 있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 관광의 문제도 그렇지 않나 싶어요. 천만 관광객이 오지만 대부분은 청년들과는 무관한 일이지요. 이런 분야에 청년들이 원하는 작은 창업을 가능하도록 한다면 관광인프라도 다양화하고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새로운 투어를 만들고, 재밌는 게스트하우스를 활용해 볼 수 있지요."

- 한가지 의문이 듭니다. 대개 일자리 정책은 산업정책이나 사회정책과 연결되어 있지 않나요?
"물론 형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공의 일자리는 아주 단순한 일시적인 일자리 제공에 그치고 있지요. 재정 투입에 의존한 일자리 창출과 후속 대책의 부재 등이 단적인 모습 아닌가 싶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 변화와 사회의 위기 속에서 정책이 새로운 전망과 구상을 그려내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산업사회에서 사회간접자본은 철도, 도로 이런 것을 의미했지요.

하지만 현재의 사회간접자본은 창조적 공유지대, 사회적 돌봄 시스템, 시민의 자율공간··· 이런 것이 아닐까요? 새로운 시대의 사회간접자본을 만드는 일에 청년이나 여성이 대거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급과 차량 배기량으로 평가 말아야"

- 방향과 지향을 구체화해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수단이라면.
"서울시에 국한해서 보면 좀 특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용훈련을 할 때도 자격증 취득 대신 현실이 필요로 하는 일을 분석해서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수적이지요. 창업의 경우도 서울이 풀어야 할 문제들을 중심으로 해서 그 문제에 대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오면 정책과 사업, 일자리로 연결하는 프로세스를 새로 디자인하는 별도의 트랙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사업 간 연계를 높이고 전략적인 설계가 된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 정리해 보면 숫자 중심의 일자리 정책에서 일자리창출 기반의 강화라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는 것이네요. 그리고 공급 중심의 사고에서 대상의 특성과 욕구에 기반한 정책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더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년실업과 같은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책수단의 효과와 한계를 검토하면서 새로운 구상을 제대로 해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곤란과 공백이 있습니다. 이것을 드러내는 것이 전환의 시작입니다. 사회변화도 고려해야 하고, 사회를 재구성하는 전망도 고려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비경제활동인구에 대한 분석, 대상들에 대한 파악도 필요합니다. 시급하다고해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일자리 자체를 제공하기 보다는 일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이후 정책을 실행해나갈 주체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삶과 좋은 일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심화되었으면 합니다. 청년들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현실의 조건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와 동시에 청년들, 더 나아가 사회의 미래에서 정책의 전환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양질의 일자리가 단지 고연봉을 의미한다면, 좋은 일에 대한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퐁피두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프랑스 중산층 기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중산층의 기준으로 스포츠를 즐겨야 하고, 요리 하나 정도는 잘 만들어야 하고, 공적인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합니다. 월급과 차량 배기량으로 중산층을 정의하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하고, 좋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삶과 좋은 일은 사회가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가치 아닐까요? 좋은 삶과 좋은 일을 만들어나갈 기반을 창출하는 사회정책과 일자리 정책으로의 전환, 하나의 과제인 셈입니다."

덧붙이는 글 | 오픈테이블:일상폴폴2014( opentable.or.kr) 홈페이지에도 게시됩니다



태그:#오픈테이블, #일자리, #청년일자리허브, #전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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