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한북누리길
 한북누리길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일상에 쫓겨 길 위로 쉽게 나서지 못했다. 이럴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길은 '고양힐링누리길'. 경기도 고양시가 조성한 이 길은 접근성이 아주 뛰어나다. 배낭을 메고 기차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로 달려가지 못할 때, 고양힐링누리길을 찾는다. 도심에서 가까우면서 자연의 숨결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다리가 묵지근해지도록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다는 비명을 지를 정도로 걷고 싶던 참이었다. 이럴 땐, 길 위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그 마음이 풀린다.

지난 19일, 고양힐링누리길을 걸었다. 고양힐링누리길 7개 코스 가운데 한북누리길과 서삼릉누리길을 이어서 걸었다. '한북누리길'은 삼송역에서 북한산 입구까지 가는 길로 전체 길이는 6.5km. '서삼릉누리길'은 원당역에서 삼송역까지 이르는 길로 전체 길이는 8.28km. 두 코스를 더하면 15km 남짓 된다. 두 코스를 다 걸으려면 4시간~5시간 정도 걸린다. 이 정도라면 걸었다고 할 수 있을 터.

날씨가 참 좋았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다. 예년에는 2월이나 3월에 두어 번은 늦추위가 찾아들곤 했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 것 같다. 날씨가 이렇게나 포근하니 말이다.

한북누리길과 서삼릉누리길을 이어서 걷다

 한북누리길
 한북누리길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오전 10시, 구파발역에서 함께 걷기로 한 일행을 만났다. 고양시 녹지과 김평순·안보선 팀장과 정창식·최한범씨가 함께 걸었다. 길이라는 게 그냥 만들어 놓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은 툭하면 망가져 있기 일쑤였다. 부서지고 망가지고 사라지는 표지판들. 왜 사람들은 멀쩡한 길 안내판에 화풀이와 분풀이를 하는 것일까? 

한북누리길 입구에 세워진 표지판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이번에 걸으면서 확인했다. 부서지거나 망가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 것이다. 누군가 고의로 표지판을 훼손한 게 분명했다.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길을 알려주는 소중한 이정표인데, 대체 누구 짓이냐?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것이니 소중하게 지키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녹지과 직원들은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고양힐링누리길을 걸으면서 이런 상황을 확인한다. 부서지거나 망가진 것은 보수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 넣기 위해서다. 길 역시 사람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한북누리길의 장점은 고양시의 대표적인 명산 '북한산'의 자태를 아주 가까이 보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힐링누리길을 걷기 전에는 몰랐다. 북한산이 보면 볼수록 가슴을 뛰게 하는 산이라는 것을, 보면 볼수록 마음을 사로잡는 산이라는 것을.

 한북누리길
 한북누리길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한북누리길은 지금까지 대여섯 번은 족히 걸었다. 한데 재미있는 것은 걸을 때마다 보는 것이 다르고 보이는 것 또한 다르더라는 것.

'허브하우스' 앞을 지나다가 걸음을 멈춘 것은 그 앞에 놓인 조형물들 때문이었다. '허브하우스'가 아닌 '러브하우스'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어느 미대 교수의 작품이라는 게 정창식씨의 귀띔. 다음에 올 때는 허브하우스에 들러 "허브차 한 잔, 마시리라" 하면서 그 앞을 떠났다.

이번에 찾은 한북누리길의 테마는 '예술'인 것 같다. 비닐하우스 앞을 지나는데 안보선 팀장이 안을 기웃거린다. 평범한 비닐하우스가 아니었던 것. 슬쩍 들여다보니, 뭔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 드러난다. 백발을 휘날리는 쥔장이 들어가서 보라면서 은근히 권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다양한 나무조각 제품들이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 100여 개 이상은 족히 돼 보이는 조각품들이었다. 액자형 부조도 있지만 부처님을 조각한 작품들도 많았다. 죄다 나무로 깎은 것들이었다.

한북누리길, 목련나무에 꽃이 피려나... 봄이 왔네

 한북누리길에서 만난 운담거사의 작업장 풍경
 한북누리길에서 만난 운담거사의 작업장 풍경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운담거사라고 밝힌 백발이 성성한 작가는 "50년 동안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팔린 작품은 전혀 없단다. 한쪽에 펼쳐진 조각도들은 범상치 않은 느낌을 자아낸다. 사포질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작품들. 한북누리길을 걸으러 가거든 운담거사의 비닐하우스를 꼭 기웃거려 보길.

북한산 온천 비젠 앞을 지났다. 늘 온천 건물 앞을 지나가기만 했지 온천에 가본 적은 없다. 늘 다음을 기약할 뿐. 아마도 다음에도 마찬가지로 다음을 기약할 게 뻔하다. 그래도 좋다. 걸을 수 있어서 좋다. 길이 있다는 게 좋다.

"우와, 목련이다."

아직 온전하게 겨울인 줄 알았더니 양지바른 곳에 서 있는 목련나무가 꽃을 피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으면 목련이 툭툭 세상을 향해 터져 나올 기세였다. 아,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저절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된다. 하늘 어디쯤엔가 봄이 머물고 있는 것 같다.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가오는 봄을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한북누리길을 함께 걸은 네 남자들. 포스가 멋지다.
 한북누리길을 함께 걸은 네 남자들. 포스가 멋지다.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같이 걷는 네 명의 남자들, 호기심 천국이다. 선인장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안을 기웃거린다. 나보다 더 하다. 얼핏 보니 원숭이 비슷한 게 보인다. 선인장 위에 원숭이가 올라앉은 것 같다. 선인장 온실에서 원숭이를 키우나?

온실 한 가운데서 선인장을 손질하는 쥔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원숭이가 아니라 원숭이를 연상하게 하는 선인장이었다. 고양시는 화훼농가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고양시에서는 매년 꽃박람회를 연다. 꽃박람회에는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도 선을 보인다.

"저 꼬물거리는 선인장, 꼭 애벌레 같다."

최한범씨가 말한다.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귀여운 애벌레 '라바'가 생각난다.

드디어 숲길로 접어들었다. 예년 같으면 잔설이 곳곳에 쌓였을 텐데, 올해는 눈이 내렸다하면 포근한 날씨 탓에 죄다 녹아 거의 흔적이 남지 않았다. 은근히 아쉽다.

옥녀봉으로 가는 갈림길. 일행은 둘로 나뉘었다. 옥녀봉을 가 본 사람과 가지 않은 사람. 안 팀장과 한범씨가 옥녀를 만나러 가고, 나와 김 팀장, 창식씨는 갈림길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옥녀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잘 다녀와요. 옥녀한테 안부 전해주시고."

진짜 옥녀를 만났냐고?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만나러 갔으니 만났겠지?

 한북누리길을 걸었다.
 한북누리길을 걸었다.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한북누리길, 중고개
 한북누리길, 중고개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겨울 숲은 황량하다. 간간이 바람이 불었지만, 마른 나무 사이로 이른 봄볕이 눈부시게 쏟아졌다. 마를 대로 마른 활엽수 잎은 발밑에서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 예전에 스님들이 많이 다녔다 해서 '중고개'라 이름이 붙은 고개를 지나고, 바람에 날리는 노란 리본을 매단 나무 앞도 지난다. 숲길을 걷는 걸음은 날아갈 듯 가볍다.

이따금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숲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어디선가 새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여운이 길게 남는 소리다. 참 좋다,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일행은 일영로로 접어들기 전에 다시 만났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정오에 임박한 시간, 종일 걸을 예정이라 배를 채우려고.

아구찜으로 유명한 식당에 들러 맛난 점심을

 맛나면서 푸짐한 아구찜을 먹고, 다시 한북누리길을 걸었다.
 맛나면서 푸짐한 아구찜을 먹고, 다시 한북누리길을 걸었다.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길을 따라 한참을 걸으니,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 나온다. 그리고 내가 자주 가는 아구찜이 유명한 식당이 거기에 있다. 어, 이 식당이 한북누리길 중간에 있었단 말이지?

아구 내장을 얹은 푸짐한 아구찜을 '아구아구' 먹었다. 새우튀김도 살짝 곁들여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즐겁게 걷고 맛난 음식을 먹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콧노래라도 나올 기세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 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삼송역까지 이르는 길은 '한북누리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걷기 좋은 숲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싸리나무 쉼터를 지나면 북한산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나온다. 잠시 쉬면서 카메라로 내 신발을 찍으면서 논다.

여석정에서 내려가는 길. 길이 사라졌다. 배수지 공사 때문에 길을 확 밀어버린 것. 그렇다고 길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가파른 언덕을 미끄러지듯 내려가야 한다. 자칫하면 굴러 떨어질 것 같아서 종종걸음으로 내려간다. 발이 흙 속으로 푹 박힌다. 그래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 내려갔다.

 한북누리길
 한북누리길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삼송역으로 가기 전, 한북누리길 표지판이 아주 크게 서 있던 곳을 찾으니, 표지판이 사라져 버렸다. 누군가 뽑아 버렸다는 건데, 대체 누구냐고요. 이런 짓을 한 사람이. 부서지고 망가진 표지판이나 이정표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길을 걸었는데, 아예 사라져 버리다니.

표지판이 사라져 처음 오는 사람들은 한북누리길 입구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북누리길] 거리 6.5km. 소요예상시간 2시간 10분.
삼송역 - 여석정 - 오동나무 쉼터 - 북한산 전망대 - 싸리나무 쉼터 - 옥녀봉 - 중고개 - 북한산 입구

삼송역에서 갈 때  육교를 건너 올라가다 보면 주유소가 나옵니다. 그 옆을 잘 보면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습니다. 길을 알려주는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릴 겁니다. 잘 보세요. 못 찾겠다 싶으면 고양시 녹지과로 전화하면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서삼릉누리길 기사 이어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