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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주택난에 허덕이던 젊은이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도움으로 정부의 주택공약과 집 없는 가족들의 삶이 '화합하는' 연극을 준비 중이다.

날선 유머로 무장한 연극 <젊은 후시딘>은 센 유머가 늘 그러하듯, 작품이 보여주는 세상은 회색빛이다. 이 작품은 집 때문에 발생하는 사랑 이야기이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모든 조건을 극복하지만, 결국 경제적인 것은 극복할 수 없었던 후시딘 가족의 사랑이야기. 공연를 앞둔 작가 윤미현씨와 연출 윤한솔씨를 만나 작품의 제작 과정과 연극을 하는 태도에 대해 들어보았다.

<젊은 후시딘> 공연 포스터
▲ <젊은 후시딘> 공연 포스터
ⓒ 그린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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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후시딘>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윤한솔 : "윤미현 작가가 제게 의뢰를 했어요. 작가가 판단의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까요. 작가가 제게 작품을 의뢰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제가 한 작업들이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과 함께 하는 비중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지 않아요."

윤미현 : "윤한솔 연출은 텍스트 분석 능력이 탁월해요. 제 텍스트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데, 윤한솔 연출은 그 부분을 텍스트 안에서 가장 잘 보는 것 같아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제가 쓰는 작품들마다 중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떤 곳에서는 쓰레기였다가, 또 어떤 곳에서는 쓰레기가 아닐 수도 있고. 희곡뿐만 아니라 대부분 제가 썼던 작품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어요. 그런데 윤한솔 연출은 텍스트를 잘 안 가리는 것 같아요. 다른 연출들의 경우는 일단 작품을 보고 난 후 결정을 하는 편인데, 이 부분에서 윤한솔 연출은 다르죠."

-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어떤 이슈들이 있었나요?
윤한솔 : "윤미현 작가의 희곡에는 작가가 줄곧 천착하고 있는 게 있어요. 얼핏 보기에 말도 안 되는 가족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주제와 소재가 있어요. 그 일관된 흐름을 읽어내야 했죠. 주제는 집 같은 어떤 '공간'에 관해, 또 '소유와 점유'에 관한 부분,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가족'이에요. 모두 가족 이야기들이에요.

3개의 작품을 함께하다 보니, 작가가 일관되게 가져가는 것을 읽어내야 했어요. 작가가 개인적으로 왜 그런지가 아니라, '집'이라는 것과 '가족'이라는 것을 가지고 '뭘 하려는지' 읽어내야 했던 거예요.

많은 공연들이 모든 사건의 해결 지점이 가족을 향하거나 가족 안에서 화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와 닿지 않아요. 저는 일일연속극을 보지는 않지만 일일연속극의 문법은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요. 일일연속극은 주말에는 하지 않으니까, 항상 금요일 방영분에 좋은 일이 생기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끝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것으로 마무리되거든요."

윤미현 : "그건 미적분 같은 드라마 공식이잖아요?"

윤한솔 :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면서 뭔가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은 분위기인데, 전화가 오는 등 끝에 사건이 생겨요. 이어서 전화기를 들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끝나죠. 그게 흥미롭다는 것은 작법상, 책에 나와 있는 작법처럼 그런 결말이 우스꽝스럽다는 거예요.

제 생각에 '고통의 시간'이 있고 '망각의 시간'이 있어요. 제가 궁금한 건 고통의 시간과 망각의 시간 사이의 시간, 고통은 끝났지만 아직 망각은 시작되지 않은 시간이에요. 드라마, 영화, 연극 등 그 시간이 없는 것처럼 세상을 이야기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거죠. 많은 경우에 이 시간이 생략되는 것 같아요.

작업할 때 어디가 딱 그런 부분이고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하고 그런 걸 확정하기보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2시간을 살고 있는 인물들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고통은 끝났으나 망각이 시작되지 않은 시간을 사는 사람들. 고통으로부터 끊임없이 침입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 고통 받고 아픈 시간이랑 망각이 시작되기 전의 사이, 나는 그 시간이 궁금해요. 그걸 구체적으로 얘기했던 작품은 <의붓기억 – 억압된 것의 귀환>이 대표적이죠."

- 그런 내용을 객석에서 어떻게 포착하던가요?
윤한솔 : "제가 얘기한 것처럼 관객들이 느낀다면 작품을 이상하게 만든 거겠죠.(웃음) 작품에 대해 긍정적으로 '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은 후지다거나 반감이 동반되는 게 아니라, 다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어떤 '감각적인 동요'가 있었다는 것이죠.

일부 평단에서 이를 두고 새로운 글쓰기라고 표현을 했는데, 우리가 '글쓰기'라는 작업을 명명하기 전에는 공연에서 글쓰기라는 표현이 많지 않았어요. 2009년부터 우리의 공연 프로그램북에는 글쓰기라는 역할이 들어갔는데, 그건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예요.

예를 들어 작가들이 어딘가에서 혼자 작업을 하게 되면 글을 쓴다는 노동보다는, 작가의 영감이나 글을 쓰게 되는 직전까지의 과정에 방점이 더 많이 찍히거든요. 그에 대한 결과물이 종이 위에 글씨가 되어 나온다고 여기는 거죠.

그런데 공동창작을 하다 보니 '누군가 그것들을 종이에 옮길 필요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아무나 종이에 옮기는 것과는 다른 작업일 필요가 있었죠. 배우들과 다 같이 앉아서 이 과정들을 옮겨 쓰는 행위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거기에 글을 쓰는 사람의 글 쓰는 감각에 의해 첨삭되거나 보태지는 과정을 중요시했고요. '글쓰기'의 방법은 작업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게 돼요. 다음 작품인 <1984>의 경우는 작가가 초고를 던지고 나면 배우들과 같이 초고에서 공동창작을 시작하죠." 

- 초고로 제공된 작품과 연습을 진행하며 수정된 작품 사이에 내용적 차이가 있나요?
윤미현 : "저는 기본적으로, 공연할 때 연출의 대본 수정 요청을 제일 잘 반영하는 작가 중 한 명일걸요. 어차피 공연은 공연대로 무대에 올리면 되고, 나는 작가로서 애초에 썼던 대로 오롯이 희곡집을 내면 되요."

윤한솔 : "장면을 추가해서 써 달라고 했는데, 작가가 수정을 하고 안하는 것은 나중 문제예요. <젊은 후시딘> 연습 중, 장면 마지막에 쌍둥이가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렇다면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장면들을 써보자고 해서 쓴 거예요. 작가가 써 준 것들을 배우들과 읽어보고 해보고, 또 읽어보고 해보고, 아니면 "빼자", "빼자", "이것만 가져가자"라고 하면서 연습하다가, 결국 그 중 하나가 남은 거예요. 그게 어제 연습한 마지막 장면이에요.

작가가 그걸 써줬고 그걸 배우들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으니까 가능했던 거죠. 그 과정 중에 작가가 이 작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느 부분에 방점을 찍으려는 건지 어렴풋하게 보게 되요. 대본 수정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전체적으로 작품을 읽어내고 풀어내는데 도움이 되는 거죠."

윤미현 : "공연된 내용은 이미 작가와는 별개인 것 같아요. 저 또한 공연된 내용에 대해 일체의 호불호를 갖지 않겠다고 하고 시작한 게 희곡이기 때문이에요."

- 공연용 작품과 출판용 작품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윤미현 : "애초 희곡이 그대로 간다면 문학적 텍스트가 되는 것이고, 문학적 텍스트와 같지 않게 하는 게 공연본이기 때문에 두 개의 버전은 전혀 달라야 해요."

윤한솔 : "공연본은 작가가 쓴 것에 대해 몇 차에 걸친 작가의 해석이 들어간 것이고, 그게 공연본이라면 공연할 때마다 공연본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원 텍스트를 갖고 하는 연출이나 배우들이 거기에 대한 해석을 해야 하는 문제일 테니까. 작가가 공연본을 싣을 이유는 없죠.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공연 중에 공연본을 완성체로 보고 싣는 작가들도 있어요. 작업하는 방식이나 인식 등이 다 다른 거죠."

- 장면을 구성할 때, 작가로서 연출로서의 시각적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윤미현 : "그렇지는 않아요. 제 작품 읽어보신 분들이 제 작품은 재밌고 웃길 것 같은데, 막상 계속 보다보면 뭔지 모르는 시점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하세요."

윤한솔 : "장면을 구성할 때 특별할 게 없어요, 텍스트 갖고 하는 작업은 텍스트대로 해요. 저는 텍스트대로 하는데, 작가가 쓸 때는 텍스트대로 하지 않죠. 모든 작가가 그럴 걸요? 예를 들어 A가 퇴장해서 어딜 갔다온다고 하면, 대본상 대화 안에 '거기가 어디고', '걸리는 시간이 얼마다'라고 하면, 저는 이런 것들을 생략하지 않아요. 가능하면 그걸 실시간으로 만들어요. 그럼 여기에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은 말 안하고 A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하는 거죠.

대본이라는 것은 어떨 때는 그 시간을 생략하는 거거든요. 해석은 그런 거예요. 어떤 때는 해석을 해서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이걸 실시간으로 가는 것. 거기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이 말 안하고 기다려야 한다면 그 동안 대사가 없는 거죠. 그럴 때는 극사실주의처럼 그대로 가요. 뭐, 전 이런 식의 해석들을 해요. 곧이곧대로 한다는 것. 그러다보면 결이 달라지죠."

-주로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나 소수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있나요?
윤미현 : "특별한 동기는 없어요. 제가 생겨먹은 자체가 그런가 봐요."

윤한솔 : "결국에는 손이 쓰는 거 아닐까요? 그 매커니즘은 이해가 가요. 의식이 100% 개입되면 글을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이 작품을 제작한 그린피그는 꼭 사회적인 얘기를 해야겠다고 하는 단체는 아니에요. 그런 이슈에 관한 작업들은 막상 몇 개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보는지 전 알아요. 그건 태도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읽히는 만든 사람들의 태도'. 건방지고 불손하고 삐딱한 그런 태도. 선생님들이 얘기하는 태도가 그런 것 같아요.

복합적이긴 한데, 공연 내용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형식에서도 오고 우리는 이렇게 한다는 그런 태도에서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시선을 신경 쓸 틈이 없어요. 너무 바빠요. 또 그런 걸 신경 쓰면 작업을 할 수가 없어요. 평가가 신경 쓰이면 하지 말아야죠. 후배들에게 가끔 얘기해요. 그거 신경 쓰이면 작업하지 말라고. "너는 너에 대한 그런 평가나 평판을 100% 신뢰한다는 얘기냐?" 이런 질문을 해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전 제가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을 해요. 제가, 우리가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을 아무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하는 거예요."  

-관객들에게 읽혀지는 면들이 어떤지 궁금하지는 않나요?
윤한솔 : "물론 궁금하죠. 이건 제가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을 하는 동시에, 누군가 와서 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결정할 수는 없잖아요? 짜장면과 짬뽕 먹는 것과 뭐가 달라요? 짜장면을 좋아하면 그걸 먹고 짬뽕을 먹고 싶으면 그걸 먹는 거죠. 저는 짬짜면을 하진 않겠다는 거예요. 저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동시에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생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회에 기생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요. 사실 우리는 모두 룸펜(lumpen)이죠. 우리가 농사를 해서 쌀을 만들어, 공산품을 만들어? 기본적인 삶의 조건과는 상관없거든요. 그러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고, 개인의 삶을 예술로 성장하게 할 수는 있죠. 그러나 없어도 돼요. 그래서 우리는 사회에서 얻어먹고 사는 사람들인 거예요.

거기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기억되어야 하는 것들, 목소리가 필요한 부분들을 외면하지 않는 거예요. 며칠 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판결이 있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축하한다고 카톡을 보내왔어요. 왜 나한테 축하를 할까요? 그 부분들, 내가 정치를 하거나 앞으로 나가거나 그런 걸 하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런 책임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런 얘기를 안 하면 무슨 얘기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뭘 하든 지금 얘기한 어떤 책임, 혹은 외면하지 않으려는 노력들은 무슨 작품들을 하든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 함께 작업하는 식구들이 있어 더 적극적으로 그런 얘기들을 할 수 있는 것인가요?
윤한솔 : "그렇죠. 일일이 구성원을 픽업해서 하면 어렵죠. 정치적 혹은 의식적으로 적극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태도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지금 이야기한 것들이 어떻게든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들인 거죠.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생각들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면, 예술 단체로서의 형태는 극단이든 뭐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특정 관계에 종속되지만 않는다면 단체의 형태는 문제가 안 돼요."

- 객석에는 어떤 사람이 앉아 있을 것 같나요?
윤미현 : "글쎄요. 마음이 복잡해요. 이번 작품은 작가로서의 제 작업에 어떤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윤한솔 : "그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해요. 단순히 빈 객석을 채울 의향으로 사람들을 초대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하고 그걸 보여주는데, 누가 올지 그런 건 상관없어요. 그런데 객석의 반응은 궁금해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젊은 후시딘>  컨셉 사진
▲ <젊은 후시딘> 컨셉 사진
ⓒ 그린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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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후시딘>의 가족은 세를 살던 집에서 쫓겨난 후, 가족이 함께 한 집에서 살기 위해 '집 테이크아웃 사업'을 벌인다. 집을 테이크아웃 한다는 이 사업은 달랑 창문 하나 손잡이 하나 등을 갖추고는 집이라고 우기는데, 노숙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공연 중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정부의 주택 공약은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하지만, 배경으로써만 등장한다. 이 가족은 국가정책의 실패와 집이 없는 삶의 불안 사이에 방치되어 있으며, 능동적 복지라는 이상적 국정기조와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자가주택이라는 꿈과 현실의 괴리에 익숙해져 있다. 

대한민국연극대상을 수상한 <두뇌수술>과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로 혁신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주목받았던 그린피그가 본질적인 삶의 공포를 다룬 새로운 체홉극 <공포>에 이어, 연극 <젊은 후시딘>을 통해 2월부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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