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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지원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드라마 복귀작인 MBC <기황후>가 일찌감치 20%대 시청률을 넘어 30%대 시청률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반면, 야심차게 선택했던 영화 <조선미녀삼총사>는 누적 관객수 50만조차 채 넘지 못하고 개봉 2주 만에 VOD 시장에 나오는 굴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믿기 힘들만큼 극과 극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30%대 노리는 <기황후> 승승장구...문제는 영화

 하지원 주연의 드라마 <기황후>

하지원 주연의 드라마 <기황후> ⓒ MBC


그동안 하지원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둔 몇 안 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비밀><다모><발리에서 생긴 일><황진이><시크릿 가든><더킹 투하츠> 등의 드라마를 흥행시켜온 그는 충무로에서도 <폰><색즉시공><신부수업><1번가의 기적><해운대><내 사랑 내 곁에> 등의 히트작들을 꾸준히 배출하며 '믿고 보는 하지원'의 브랜드를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견고하기만 했던 하지원의 커리어에 최근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흔히 말하는 '대박'과 '쪽박'을 넘나들면서 흥행세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이다. 물론 TV 드라마에서의 흥행력은 여전히 파괴적이다. <황진이> 이후, 7년 만에 선택한 사극 복귀작 <기황후>는 하지원의 물 오른 연기력에 힘입어 승승장구 중이다. 오랜만에 주중 드라마 30%대 시청률도 노려볼만 한 성적이다.

역사 왜곡 논란 등 방영 전부터 홍역을 앓기도 했지만 높은 시청률은 이 모든 것을 용서해 주는 모양새다. 드라마작가 장영철의 박진감 넘치는 대본에 하지원의 농익은 캐릭터가 더 해지며 돌아섰던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고 있다. 이 공을 인정받아 하지원은 지난 해 MBC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성적으로 주변의 비난을 불식시켰다.

문제는 충무로다. TV에서의 맹활약과 달리 하지원의 영화는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해운대>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세의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이다. 부진의 시작은 2011년 <7광구>다. 한국 최초 3D 영화를 표방하며 개봉한 <7광구>는 어설픈 CG와 유치한 스토리라인으로 관객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1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제작비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배두나와 손을 맞잡은 차기작 <코리아> 또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1991년 지바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남북단일팀의 감동실화를 극화한 영화 <코리아>는 '탁구판 우생순'으로 대내외의 기대를 모았지만 최종 관객수는 200만을 넘지 못했다. 식상한 스토리와 판에 박힌 캐릭터가 별 다른 힘을 쓰지 못한데다가 <어벤져스><내 아내의 모든 것> 등 대진운도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2014년 개봉작인 <조선미녀삼총사> 또한 흥행에 실패하면서 하지원의 흥행불패 신화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조선미녀삼총사>는 손익분기점인 250만에 5분의 1도 안 되는 48만 관객을 동원한 채 VOD 시장에 나왔다. 여기에 "보는 내내 시간이 아깝다"는 평단과 관객의 혹평이 쏟아지면서 원맨쇼를 벌인 하지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기황후>의 높은 시청률조차 <조선미녀삼총사>의 처참한 실패로 빛이 바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원의 영화는 왜 관객의 외면을 받았나

 하지원 주연의 영화 <조선미녀 삼총사>

하지원 주연의 영화 <조선미녀 삼총사> ⓒ MBC


그렇다면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왜 하지원의 영화는 관객의 외면을 받는 것일까. 1차원적으로 생각한다면 하지원이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최근 드라마 히트작이 많아지면서 '하지원=드라마배우'라는 대중적 인식이 공고해졌고, 이 때문에 굳이 그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기황후>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사극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극 영화인 <조선미녀삼총사>를 보는 것은 관객 입장에선 피곤한 일이다. 영화는 내 돈을 주고 직접 구매하는 콘텐츠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한데 그렇다면 당연히 그동안 접하지 못한 '희소한 작품'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드라마의 흥행이 영화에는 그리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셈이다.

대진운도 좋지 않았다. <7광구>의 경쟁작은 800만 관객을 동원한 <최종병기 활>과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 <블라인드>였고, <코리아> 역시 앞서 말한 것처럼 <어벤져스>와 <내 아내의 모든 것> 사이에서 고전해야 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천만 관객을 노리고 있는 <겨울왕국>이 돌풍을 일으켰고 나문희-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가 가족단위 관객들을 싹쓸이했다. <조선미녀삼총사>가 설 자리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 부수적인 것일 뿐,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작품 내부적으로 찾는 것이 마땅하다. <7광구><코리아><조선미녀삼총사>의 공통점은 영화적인 만듦새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7광구>는 홍보만 요란했을 뿐, 기자 시사회에서조차 마무리 작업이 미진했을 만큼 말이 많았고 <코리아>는 그동안의 흥행 공식을 지겹게 답습했을 뿐 제대로 된 자기 색깔을 보여준데 실패했다. 50만 관객도 모으지 못한 <조선미녀삼총사>는 말할 것도 없다.

흥행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소문'이 중요한데 하지원의 최근작들에서는 입소문을 퍼뜨릴만한 작품 자체의 매력을 발견키 어려웠다. 액션과 몸쓰기에 능한 여배우 하지원의 이름값에 의존한 전형적 '치고 빠지기' 영화라는 인식을 지우기 힘들었다. 새로운 비전이나 자기 스토리 없이 배우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영화를 관객들이 사랑하기란 힘든 법이다.

하지원이 스크린에서의 명예 회복을 노리고 싶다면 그 어느 때보다 차기작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작품성이 월등해야 함은 물론이고, 장기 흥행을 노려볼만한 스토리 또한 필수적이다. 후속작으로 선택한 하정우 연출, 주연의 <허삼관 매혈기>에서 하지원이 지금의 악몽을 털어 버리고 관객의 사랑을 다시 쟁취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하지원 기황후 조선미녀삼총사 허삼관 매혈기 7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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