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영화의 주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폴리스 스토리 2014 종 반장(성룡)이 범인 차량에 총을 겨누는 장면

▲ 폴리스 스토리 2014 종 반장(성룡)이 범인 차량에 총을 겨누는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성룡이 돌아왔다. 그것도 우리에게 익숙한 '폴리스'의 모습으로.

성룡을 빼고 명절을 얘기할 수 있을까. 3040세대들은 해마다 한 번씩은 티비 속 성룡을 만나며 성장했다. 그 뿐이랴. 그들의 부모세대에게도 그는 명절마다 만나는 반가운 친척 같은 존재다. 그런 성룡이 설을 맞이해 신작인 <폴리스스토리 2014>를 선보였다.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는 28년이란 긴 역사를 지닌 액션 영화 시리즈다. 1985년 1편을 시작으로 장만옥, 임청하, 양자경 등 당대의 미녀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배우 '성룡'의 대표작으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안전장치 없는 맨몸 액션은 성룡이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그만의 필살기로 자리매김했다. 달리는 이층 버스에 매달리고, 기차위에서 격투를 벌이며, 헬기에 매달려 날아가는 모습은 '역시 성룡이다!'라는 찬사를 주저 없이 던지게 만들었다.

그랬던 그가 올해로 환갑이 됐다. 거침없던 액션도 세월 앞에 조금은 힘을 잃었지만 그런 모습에 실망하거나 몸을 사린다고 비난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의 얼굴에 생긴 주름 개수만큼이나 열정은 더해졌을테니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의 왕성한 작품 활동과 감독과 배우라는 두 가지 역할을 전부 소화할 수 있었을까.

세월은 그에게만 흐른 것이 아니다. 그의 영화를 보고 자란 수많은 팬들 역시 함께 나이 먹었다. 덕분에 극장에는 젊은이들 못지않게 중년 관객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어쩌면 관객은 여태껏 그가 보여준 익살스럽고 몸을 사리지 않는 거친 액션을 중년의 지금도 유감없이 발휘해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물을 머금은 성룡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첫 장면에서 알 수 있듯, 젊은 시절의 익살스러움은 어느새 내면의 깊은 감정을 담아내는 인간미로 탈바꿈되었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던 다혈질 신입경찰은 일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한 죄책감을 가슴에 품은 형사반장이 되었다.

폴리스 스토리 2014 종 반장(성룡)이 딸을 구하기 위해 범인의 요구대로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다

▲ 폴리스 스토리 2014 종 반장(성룡)이 딸을 구하기 위해 범인의 요구대로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하지만 전작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정의로운 사나이는 이번에도 사랑하는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던졌다. 딸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이 인질이 되는가 하면 범인의 요구대로 자신의 머리에 총부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폴리스 스토리2>에서 연인 아미(장만옥)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시한폭탄을 지니고 사투를 벌이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만 홍콩 전역을 종횡 무진하던 예전에 비해 이번 작품은 공간적 배경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전하려는 메시지는 반대로 깊어졌다. 악을 응징하고 정의를 지키는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 한 명의 범죄자에게마저 연민과 공감을 갖는 인간적 고뇌를 보여주니 말이다.

혹여 성룡의 액션이 끝난 거냐고 실망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그의 액션은 여전히 건재하다. 다만 공간적 한계로 인해 고공낙하 같은 아찔한 혈투 장면이 없을 뿐 이번에도 그는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린다. 전작인 <차이니스 조디악>(2013)만 봐도 그의 액션이 녹슬지 않았다는 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단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유쾌하고 시원한 액션보다는 연륜만큼이나 깊이 있는 액션을 보여주고픈 마음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볼 뿐이다. 성룡의 액션은 분명 변화가 느껴진다. 관객인 우리는 그 변화를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묵묵히 바라봐 줘야 하지 않을까. 새로움을 시도한 그는 역시 전설임이 틀림없다.

성룡 폴리스 스토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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