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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로 세계 1등으 하는 나라들의 비밀을 찾아 떠난 타임지 기자의 르포르타주. 압력밥솥 같은 한국 교육, 유토피아적인 핀란드 교육, 환골탈태한 폴란드 교육에서 미국 교육의 현재를 통찰한다.
▲ 도서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공부로 세계 1등으 하는 나라들의 비밀을 찾아 떠난 타임지 기자의 르포르타주. 압력밥솥 같은 한국 교육, 유토피아적인 핀란드 교육, 환골탈태한 폴란드 교육에서 미국 교육의 현재를 통찰한다.
ⓒ 우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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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학력 미국 교육의 대안을 찾는 저널리스트의 통찰

어느 부모든, 어느 나라든 제 가정의 자녀, 제 나라 국민이 좋은 교육을 통해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어떤 아이들은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우고, 다른 어떤 아이들은 거의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이다. 그것이 어디 미국 교육의 문제이기만 할까. 지금 우리 한국 교육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하다.

취업난이 심각한 불황에도 공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동료에게 자신이 근무하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전달할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 일이 어렵고 인간 관계가 영업의 전부인 시대가 끝나고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변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을, 그것을 만든 엔지니어와 맞먹는 수준으로 파악하여 설명할 수 있는 영업 사원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미국 교육의 현실이란다.

저자는 미국 청소년의 4분의1이 고등학교 학업을 중단한다는 사실에서 이와 같은 미국 교육의 위기를 진단한다. 저자 자신이 직접 문제를 접해본 국제학업성취도평가(피사)는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경제가 급변하는 세상에서 내가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내 가족을 돌보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임을 확인하고 경제 대국이고 창의력 강국이라고 믿어 의심지 않았던 미국의 낮은 학력의 원인을 진단한다.

그리고 피사를 통해 교육 강국으로 알려진 핀란드와 한국, 강력한 추진력에 의한 교육 개혁에 성공하고 급부상한 폴란드, 이 세 나라 교육 시스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교환 학생으로 교육 강국을 찾아 간 킴, 에릭, 톰 세 아이들의 경험과 수많은 교육관계자들을 만나 취재하고 피사의 결과에 대한 양질 분석,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온 200여 명의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등 저널리스트다운 문화인류학적 관찰 경험, 충실한 객관적 데이터 등을 통해 미국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통찰하고 있다.

미국의 학교는 첨단교육 장비를 갖추고 있고, 스포츠가 수학보다 더 중요하고 어린이에게 숫자는 놀이의 대상도 되지 않았고 분수와 소수를 지루하도록 오래 배운다. 교육학은 매우 쉬운 전공에 해당되고 교사되기가 어렵지 않으며 필요보다 많은 수의 교사가 배출된다. 시험을 보는 중에도 교사의 도움을 받고 시험 점수는 매우 후하게 부여되며 졸업을 통과하지 못하는 표준화된 시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되도록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자유를 누리며 목표를 원대하게 세우지 않고 현실적이고 소박한 꿈을 가지며 자존감을 키워주는 교육, 부모는 자녀의 치어리더이면서 열렬한 팬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교육을 해왔다.

핀란드로 간 킴, 한국으로 간 에릭, 폴란드로 간 톰과 함께 저자가 얻은 통찰은 무엇일까? 교육 강국에는 엄격한 목적의식이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와 학생, 교사가 삼위일체로 교육의 가치에 동의한다. 교사의 권위가 존중되고 교사의 자율성에 근거한 열정이 교육력을 좌우한다. 부모는 교육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자녀의 코치 역할을 한다. 다양성과 빈곤이 미국 저학력의 원인이 될 수 없다. 빈곤층에서부터 부유층까지 모든 계층의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 미국도 평등과 엄격함을 갖춘 교육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고, 개혁에 의해 학습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미국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미국의 새로운 세대가 나아갈 길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을 모색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길을 낙관할 수 있다.

2. 한국의 교사와 학부모에게 주는 함의

저자 아만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로서 면밀한 취재와 분석으로 미국 교육의 문제를 날카롭고 예리하게 진단했고 결과적으로 미국 교육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아만다의 진단과 낙관이 미국 교육에만 해당하지만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배움의 기쁨이 있는 교육, 배움을 통해 아이도, 부모도, 교사도, 그리고 지역사회도, 국가도 성장하는 교육, 배움을 통해 나를 존재하게 하는 세계와 소통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을 꿈꾼다. 우리도 한국 교육에 대해 국제적이고 객관적인 잣대로 들여다보고 우리 나름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성찰을 하게 한다.

공교육 현장의 교사인 나는 한국이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상위권 국가라는 사실에 대해 그리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학력을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었을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깊이 있는 독서와 토론, 문제해결과 창의 지성을 몸으로 익히는 공부보다는 제한된 시간에 빨리 주어진 문제를 읽고 정답을 고르는 공부에 익숙하고, 개인적인 성취가 협동적인 문제 해결보다 우선되는 학습 풍토, 게다가 다수 학생들이 수포(어려운 수학 교과 포기)자가 되고 선택하지 않은 교과 수업 시간에는 배움 자체를 포기하고, 에릭이 놀라워마지 않았듯이 대부분 아이들이 수업시간에는 잠을 자고 심지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교사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성적 경쟁과 입시 중압감,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 등으로 인해 학업 동기와 행복 지수는 최하위인 한국이 피사에서 높은 성적을 내는 교육 강국이라는 데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 아만다가 직접 참여했던 평가 문제의 사례와 평가와 더불어 시행된 다양한 조사 내용 분석을 통해 적어도 피사가 단순한 사실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고 문제해결과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고 각국의 교육 문화 현상을 분석하는 정보로서 유의미함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외세에 지배 받은 약소국, 전쟁과 빈곤의 후진국이었던 한국의 놀라운 속도의 성장에서 실력있는 인재의 성취 경험은 엄격한 기준과 목표의식,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었음은 분명한 듯하다.

그러나 한국 교육은 여전히 유토피아 핀란드와는 달리 압력밥솥, 아동 철인경기, 쳇바퀴 등으로 표현되는 왜곡된 교육 문화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피사 상위권의 현재 수준은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도 핀란드, 폴란드, 미국 교육에서 한국 교육을 진단해야한다. 배움의 기쁨이 있는 교육, 모두가 함께 배우는 교육을 실현하는 교육을 꿈꾸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뼈를 깎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개혁의 주체는 무엇보다 교사들 스스로여야 하고 교원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교원 양성 시스템이 전면 재검토되어야한다.

한편 한국의 중산층 이상의 학부모들은 조기 영어 교육, 조기 유학으로 자녀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수학을 어려워했던 아이들은 미국에 가서 수학 천재가 되고, 성취욕과 목표의식이 뚜렷하다면 스포츠를 일상으로 즐기고 서열 경쟁의 압박에서 해방된 자유를 누리면서도 줄곧 상위 점수를 받아 자신감을 갖게 되고 적어도 한국 학부모들이 느끼는 영어 조급증만큼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기러기 아빠의 외로움, 가계 비용 부담까지도 감수할 수 있는 성취감이다. 그러나 한국 학부모 가운데 자녀를 미국에 조기 유학시키고 미국의 대학에 진학시키고 미국 현지의 직업을 갖게 되기까지를 염두에 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의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게 되고, 그러하기에 또 다시 한국의 어려운 수학 시험을 준비해야하고 글로벌 전형 등에서 자기네들끼리 또 다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희생했건만 아이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 그러고 보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이 부모되기 이전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년 시기의 학교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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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혁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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