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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 한달 간 EBS <스페이스 공감>이 축소편성 논란으로 후끈 달아올랐다가, 석연찮게 협상이 되어 일단락되었다. 음악인들이 축소편성 반대 입장을 알리는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2일부터는 '공감하고 싶어요'라는 릴레이 콘서트가 매주 수요일마다 총 6회 열린다.

요는 이렇다. 지난달 27일 공영방송 EBS의 신용섭 사장은 2014년 편성 개편안을 통해 낮은 시청률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스페이스 공감>의 무료 공연 횟수를 주 5회에서 2회로 줄이고, 제작 PD도 3명에서 2명으로 감축시킨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제작진과 EBS 노조는 이 같은 결정이 정식절차를 밟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됐다고 지적했다.

 EBS <스페이스 공감> 편성축소에 반대하는 릴레이 콘서트 '공감하고 싶어요'가 오는 22일부터 2월 26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총 6회 열린다.

EBS <스페이스 공감> 편성축소에 반대하는 릴레이 콘서트 '공감하고 싶어요'가 오는 22일부터 2월 26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총 6회 열린다. ⓒ 공감하고 싶어요


이에 <스페이스 공감>을 유일한 공중파 소통의 장으로 삼고 있는 국내 밴드와 애청자들도 들고 일어났다. 페이스북에 'EBS <스페이스 공감>의 독단적 축소 개편에 반대하는 예술인들의 서명 페이지'를 개설해서 이 사태를 알리고 축소를 반대하는 공연을 계획한 것. 앞서 12~13일에는 재즈 베이시스트 최은창의 제안으로 '공감을 지켜주세요'라는 공연이 홍대 라이브카페 벨로주에서 열렸다.

그리고 14일경 협상 소식이 들렸다. 축소편성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EBS는 무료 공연을 주2회에서 주4회로 회복하고 제작진은 3명에서 2명으로 감축을 유지하되 프리랜서 PD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주 2회 공연을 기준으로 책정된 예산은 그대로인데, 이에 대해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축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축소를 비난하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공감하고 싶어요'에 참여하기로 한 음악인들은 노 개런티로 공연을 하게 되었고, 관객들은 머쓱하게 최소한의 진행을 위한 5천원을 지불하며 락페스티벌 급의 공연을 맘껏 즐기게 되는 시원찮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어쩌다가 밴드들이 이렇게 발 벗고 나서게 되었을까. 이번 사태에 대한 뮤지션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스페이스 공감>은 밴드와 관객의 통로 역할"

 EBS <스페이스 공감> 편성축소에 반대하는 릴레이 콘서트 '공감하고 싶어요'에 참여하는 밴드 해리빅버튼의 이성수.

EBS <스페이스 공감> 편성축소에 반대하는 릴레이 콘서트 '공감하고 싶어요'에 참여하는 밴드 해리빅버튼의 이성수. ⓒ 해리빅버튼


3인조 락밴드 해리빅버튼의 이성수는 "<스페이스 공감>은 밴드가 라이브 연주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는 몇 안 되는 상징성이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작년 여름 Mnet <쇼미더머니>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때를 언급했다.

"<쇼미더머니>는 힙합 뮤지션을 위한 무대였고 해리빅버튼은 한곡의 피처링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최적의 라이브 무대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면서까지 신경을 썼다. 그것은 이후에 그 어떤 밴드가 다시 라이브를 하게 되더라도 그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었다.

<스페이스 공감>과 같은 무대가 줄어든다면 우리는 또 하나하나 처음부터 더디게 만들어 가야하는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아마 그것이 처음 <스페이스 공감>이 축소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발 벗고 나선 이유 중에 하나 일 것이다."

또한 이성수는 "공연의 횟수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예산은 축소되었던 것에 머물러 있어 앞으로 공연의 질적인 측면이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 등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로큰발렌타인의 보컬 반은 "라이브클럽 공연은 관객들이 밴드를 찾아오는 것이라면 매스컴을 통한 공연은 밴드가 관객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그러한 통로의 역할을 <스페이스 공감>이 톡톡히 해냈으며, 이번에 축소개편 된다는 소식을 처음에 들었을 때 그 통로가 막힐 것이라는 생각에 답답해 릴레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이스 공감>은 개인적으로 평소에 좋아했던 할로우 잰이라는 국내밴드에서부터 제이슨 므라즈와 같은 글로벌 뮤지션까지도 접할 수 있는 풍부한 프로그램이었다"며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3호선버터플라이의 멤버 성기완은 "이 프로그램의 PD와 작가들이 앨범이 나왔을 때 미리 연락해 축하하며 공연을 제안할 만큼 밴드와 공감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알려주려 진심으로 노력하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시청률 아닐까? 그래도 EBS는 명색이 '교육방송' 아닌가? 교육방송도 시청률 운운하나? 예전에, 시청률 10%면 대략 400만 명이 봤다는 뜻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럼 시청률 1%면 40만 명 아닌가? 어디다 40만 명 모아놔 봐라. 인산인해 구름떼다. <스페이스 공감> 시청률이 2.5% 나왔다고 들었는데, 결코 적은 게 아닌 것이다. 공영방송은 바로 그 2.5%의 시청률을 위해서도 존재해야 한다."

시나위의 리더인 신대철은 "이익을 목표로 하는 타사 공중파와 같은 경우 이익이 남지 않는 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 다면 그것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지만, EBS는 공영방송의 사명감을 가지고 문화의 씨앗을 뿌리고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저조한 시청률이 밴드 때문?..."충분히 경쟁력 있다"

 EBS <스페이스 공감> 프로그램 설명.

EBS <스페이스 공감> 프로그램 설명. ⓒ EBS


이렇게 뮤지션들은 공영방송의 역할과 문화의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중지를 모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스페이스 공감>의 시청률이 낮은 이유 중에 하나가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는 밴드 음악을 다루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밴드들의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를 모토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밴드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조명하고 있기에, 밴드 음악이 저조한 시청률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례로 제이슨 므라즈까지 출연하는 데도 시청률이 낮다면 목요일 밤 12시라는 취약한 시간대에 방영하는 편성 문제도 한번 생각해봐야하는 것 아닐까?

게다가 한국 락시장은 더 이상 마니아들만이 아닌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 관객 수 10만 명에 육박하는 인천펜타포트·지산·안산밸리와 같은 글로벌 락페스티벌을 차치하고라도 잔다리페스타·그랜드민트·그린플러그드 등 국내 락페스티벌들 또한 수만 명의 알짜 고객들을 모객하며 선방하고 있다. 국카스텐이나 시나위, 장미여관 등 밴드들은 공중파에 출연해 대중성에 대한 검증을 받고 있다. 그리고 <스페이스 공감>은 2004년 첫 방송 이래로 그들을 오롯이 음악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지난 해 해체한 락밴드 바닐라시티의 팬이었던 스페인인 쏘냐는 한국 밴드의 이름을 줄줄 읊을 정도로 전문가다. 그녀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접하는 것도 좋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완성도 높은 음악 공중파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것이 아쉽다"며 "한국 K-Rock이 홍보가 많이 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4년 전에 처음으로 바닐라시티를 알게 되었을 때 '와! 이게 진짜 음악이지!' 신선한 공기 같았다. 저는 아무래도 K-POP 보다는 K-Rock 쪽이 훨씬 더 좋다. 그래서 벌써 한국에도 다섯 번이나 갔었다. 좋아하는 밴드는 엑시즈, 바닐라시티, 에드워드9 등 정말 많다. 그런데 한국 밴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통로라고 해봐야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정도다."

 밴드 브로큰 발렌타인의 'Noname(노네임)' 뮤직비디오에 폴란드어로 자막이 입혀져 있다.

밴드 브로큰 발렌타인의 'Noname(노네임)' 뮤직비디오에 폴란드어로 자막이 입혀져 있다. ⓒ 브로큰 발렌타인 M/V 화면갈무리


브로큰발렌타인의 'Down(다운)'과 'Noname(노네임)'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했던 조승우 감독은 "뮤직비디오가 인도네시아나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폴란드나 스페인과 같은 유럽의 다른 언어들로 번역되어 퍼지는 것을 보면서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현 정부에서 창조경제의 모범으로 가수 싸이를 거론했다는데, 그것은 전략적인 접근이나 장기적인 안목이 아니라 로또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싸이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한국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강박증을 버리고, 가진 예술성과 재능을 한껏 발산 할 때 진정한 승부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충분이 그런 잠재력을 가진 밴드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밴드를 노출할 수 있는 매체로서의 장치가 더 많이 마련된다면 더 빠르게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페이스 공감>과 같은 프로그램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BS는 현재 KBS 수신료 2500원 중에서 2.8%에 불과한 70원을 할당받고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페이스 공감>과 같은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수신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KBS는 최근 전체 직원 절반이상의 연봉 1억 원 이상이라는 점과 하위직 인력은 줄고 고위직은 늘어나는 역피라미드 식 인력구조의 폐해 등으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KBS는 지난 15일 수신료 인상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몇 가지 자구책을 내놓았다. 그 중에는 명품 프로그램으로 한류를 확산시키고 사회적 약자 배려를 통해 대국민 소통을 확대할 것이며 EBS 지원을 확대하는 등 공영방송사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스페이스 공감>와 같은 양질의 프로그램에 대한 안일한 사고와 모순되는 행보는 대중이 신뢰를 잃고 등을 돌리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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