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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우 학우님. 당신의 글이 제 마음을 너무나도 울려 잘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써봅니다. 마지막 학기를 맞아 기말시험 공부하다가 당신의 글을 보았습니다. 뭔가 울컥했습니다. 사람을 나이로 판단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와 별로 차이 나지 않는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하는 마음이 엄습했습니다.

사실 안녕하지 못한 것은 모두가 압니다. 누가 이 '하수상한 시국'에 안녕할 수 있겠습니까. 다들 안녕한 척 하는 것이지요. 안녕하지 않아도 안녕하게 보여야 합니다. 현우 학우의 첫 대자보가 실린 기사 중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안녕 못합니다. 그렇다고 나갈 용기도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함부러 나섰다가 기득권 눈밖에라도 나면 취직도 못하고 목숨줄이 그들에게 있으니 어찌 대항하겠습니까. 용기없는 자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이 문구에 백 배 동감합니다. 왜 우리는 안녕하지 못한 걸 알면서도 그냥 묵묵히 살아갈까요. 솔직히 말해볼까요. 어른들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움직이지 못 하냐구요? 당신들 때문입니다.

모두 다 어른 탓이라 말하면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겠지요. 진보라 자처하고 예전에 독재세력과 싸웠노라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어른들은 말합니다. 너희는 왜 '짱돌'을 들고 움직이지 않느냐고. 우리는 또 되묻습니다. 당신들은 우리가 외치고 짱돌을 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냐고. 그렇게 독재세력과 싸워 당신들이 얻은 것은 고작 지금 당신이 위치하고 있는 사회적 '자리' 그 하나뿐이겠죠.

전 사실 저희를 억압하는 기득권 세력들보다도 그 사람들이 더 원망스럽습니다. 우리 20대는 항상 그들의 혓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존재였습니다. 언제는 '20대 개새끼론'을 이야기하며 또 언제는 20대가 희망이고 세상의 변혁의 중심이란 말을 늘어놓았지요. 선거 때마다 혹은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그들의 도마 위에서 이리저리 요리되어지는 재료에 불과했습니다.

과거 촛불집회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요. 그때는 무언가 세상이 변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를 억압하는 사람들은 더 악랄해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뻔뻔히 나와서 내가 무슨 잘못이냐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불법인 행동들이 아무렇지 않게 기득권에 의해서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이 나라 도처에서 사람들이 '나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혹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민들이 제대로 이 나라에서 살도록 하게 위함이 아닌가요. 그들은 국민들을, 아니 20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요. 쓸만한 노동력? '열정노동'에 의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을 조금만 줘도 되는 그런 존재?

우리들의 외침이 일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기를

먹먹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무슨 행동을 해야 할까. 과연 우리가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패배적인 생각이 저를 감싸고 돕니다. 정치 이야기, 사회 이야기만 나오면 불만을 터뜨리며 울분을 토했지만, 무언가 해볼 생각은 못했습니다. 작게나마 해보려 합니다. 예전에 김여진씨가 강연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세상이 변할 거라고. 그 말을 다시금 꺼내 믿어보려 합니다. 우리들의 이 외침이 연말에 있는 해프닝 정도로 끝나지 않기를.

현우 학우의 울림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학생운동의 고루함과 당위성이 아닌 정말 친구가 혹은 선배가 읇조리는 듯한 글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덕분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런 일들을 하고 있나, 나는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었습니다.

많이 울고 많이 느끼고 갑니다. 과연 언제쯤이나 우린 안녕해질까요. 대통령이 바뀐 뒤? 우리가 취직한 뒤? 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때가 다가오든 안녕하다고 당당히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앞으로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안녕하냐 되물으며 울먹일 것 같습니다.

-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건국대학교 양태훈 드림.


태그:#안녕, 대자보, #고려대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주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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