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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가 창간된 지 십년도 넘었다지만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겨우 3개월 전이었다. 그것도 우연히 어느 지역기자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방식을 소개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이제 <오마이뉴스>는 나에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기사를 올려놓고 채택여부와 등급판정을 기다리는 시간은 건조한 일상에서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오름'에 오를 때, 홈런이 이런 맛일까

나는 나름대로 재미를 더하기 위하여 내 기사에 대한 기록을 프로야구처럼 정리하며 혼자 게임을 즐긴다. 현재까지 나의 기록은 타율 0.775 장타율 1.250이다. 이정도면 전성기 시절 이승엽 선수 부럽지 않은 기록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사를 가지고 무슨 타율이니 장타율이니 해서 독자들이 약간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방식에 따르면 총 기사 중 생나무는 아웃, 잉걸은 1루타, 버금은 2루타, 으뜸은 3루타, 오름은 홈런 이런 식이다. 나는 지금까지 총 40편의 기사를 송고하였다(기사보러 가기).

그리고 현재까지 생나무 9회, 잉걸 18회, 버금 9회, 으뜸 2회 그리고 오름 2회의 결과를 얻었다. 처음 버금에 올랐을 때의 흥분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몇 회 만에 찾아온 오름의 순간은 흡사 프로야구 선수가 홈런을 쳤을 때 느낀다는 '손맛'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지역에서 시민단체를 이끌며 교육과 문화 양극화 해소 운동을 하고 있다. 줄곧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쓴 기사 대부분은 교육 정책과 관련이 깊다. 특히 대학입학사정관의 경험으로 수시로 변하는 대입정책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기사를 써왔다.

또한 사는 이야기를 통해 일상의 소식을 기사로 쓰면서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다른 신문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이 <오마이뉴스>에서는 버젓이 기사로 재탄생되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면서 어느 순간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인 내가 빨갱이?

나는 지난 추석 고향을 다녀와서 9월 20일자로 "고춧값 얼마나 떨어진지 알어? 에휴"라는 기사를 송고하였다. 그리고 당당히 2루타를 날렸다. 하지만 나는 이 기사를 송고하기 전 몇 번이나 망설였다. 기사 내용 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예년에 비해 반값 이하로 폭락한 고춧값 때문에 농심은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기사에 등장하는 시골촌부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고춧값이 폭락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농민들 다 죽이고 있어"라며 대통령 이름을 함부로 불렀다.

하지만 초보 시민기자인 내가 배짱 좋은 기자들처럼 대통령의 이름을 함부로 기사화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마침내 내가 내린 결론은 그 시골촌부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자였다. 그리고 여든이 가까운 노인에게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호칭 없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자유정도는 대한민국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 기사가 네이버 뉴스스탠드에도 실린 덕분인지 조횟수는 만 건이 넘었고 교육 기사에는 하나도 없던 댓글이 달렸다. 자신의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댓글을 보는 것은 흡사 강의평가 결과를 받았을 때의 기분이었다. 그리고 기대와 다른 평이 있을 때의 기분이란 평가를 받아본 사람만이 느낄 것이다.

'미친xxx님'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씨발 빨갱이 세끼들 용공분자들 이제 갈곳 없으니까 오마이에 다 모였구나. (중략) 올해 날씨가 좋아서 작황이 잘 되어서 과잉생산으로 고추값이 내려간 것이지, 대통령이 잘못이냐? 고추값 폭락하는게 농민들이 무지해서 죄다 고추 심어서 그런 거지. 참 빨갱이 새끼들 어지간히 한다. 그리고 고추밭 엎은놈, 기자한테 매수 당하고 연출한 거 모르는줄 아나? 몇 십만 원에 고추밭 몇평 갈아 엎고, 기사 만드는 놈이나, 갈아엎은 놈이나 죄다 빨갱이"라고.

'돌아온 xxx'님은 "멘위사진 오른쪽을 보니 이번 이석기사건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통진당의 프랑카드가 보이네. (중략) 국정원이 아니면 니네들의 실체가 드러났겠어? 그리고 혹시, 이 글을 쓰신 분은 통진당 회원?"이라며 나를 통진당 회원으로 의심했다.

나는 명색이 제16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이다. 지난 7월 1일자로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았다.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으며, 자문위원들은 평화통일을 위한 자문을 대통령에게 할 수 있다. 물론 평 자문위원이야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상징적으로나마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확고한 안보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민주평통 자문위원인 나를 보고 '빨갱이'라니 섬뜩한 순간이었다. 또한 단순히 <오마이뉴스>에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올렸다고 해서 빨갱이 취급하는 세태가 안타까웠다.

세상을 바꾸는 '게릴라'가 되고 싶다

나는 며칠 전 <오마이뉴스> 본사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3개월 동안 버금 5회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한 결과다. 그리고 명함에는 '뉴스게릴라'라는 직함이 찍혀있다. 물론 이것은 시민기자와 뉴스게릴라 중 내가 선택한 것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본사로 부터 받게 되는 기자명함이 기사를 쓰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만든다.
▲ 이제부터 나는 '뉴스게릴라'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본사로 부터 받게 되는 기자명함이 기사를 쓰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만든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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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기자 명함이 있고 없고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굳이 내가 <오마이뉴스> 명함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시민기자로서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그동안 취미 수준의 기사쓰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세상의 부정과 추악함에 맞서는 진정한 게릴라 정신을 작은 네모난 종이에 담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막상 명함을 받고 보니 기사쓰기가 두려운 것은 무슨 이유때문인지 모르겠다. 반드시 어떤 대상을 타격해야만 하는 것이 게릴라의 임무는 아닐 것이다. 세상의 어둠과 밝음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평화를 사랑하는 게릴라가 되어 변화해야 할 대상은 변화 시키고 보존해야 할 것은 지켜주는 게릴라가 되도록 마음 속에 깊이 새겨야 하겠다.


태그:#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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