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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에일리

가수 에일리 ⓒ YMC엔터테인먼트


지금 이 기사도 그녀에게 독이 될까 망설여진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시피 가수 에일리에 관한 얘기다. 지난 11일, 에일리의 과거 누드 사진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각 매체는 이를 잽싸게 퍼다 날랐다. 각 매체의 일사불란한 보도 행태는 사실을 알리려는 목적보다는 매체 인지도 높이기, 광고 수익 올리기 등의 사익 추구가 먼저인 듯 보였다. 그녀가 그렇게 이용당하고 있었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내용은 삽시간에 재생산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살이 붙고 이상한 의혹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기사보다 댓글에 관심이 많은 누리꾼은 댓글 게시판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거나 보며 기사에 반응하고 있다. 댓글 게시판에는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자,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자가 있고 그 와중에 광고를 하는 자들도 있다. 기사의 생산 자체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댓글 놀이의 현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도마 위에서 날 선 키보드의 공격을 받는 것은 안타깝게도 에일리다.

기사는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하려면 마땅한 근거가 필수다. 그런데 지금 그녀에 관한 기사를 보면 어떤 의혹이 근거가 되어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소속사가 공식입장을 내놓았으나 이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면서 누리꾼은 사진에 대한 공격과 더불어 사진을 찍은 경위 등을 마음대로 추측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의 또 다른 주인공인 그녀의 전 남자친구에 대한 추측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그녀를 매개로 '네티즌 수사대'가 되어 한 사람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그녀를 도와준답시고 역성드는 기사가 쏟아졌다. 좋은 의도일 수 있겠지만 과연 이런 기사가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금 그녀를 돕는 것은 이 사건으로부터 그녀를 탈출시키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 그녀를 바라봤던 시선으로 당당하게 노래할 수 있게 응원하는 일뿐이다. 잦은 언급 자체가 지금 그녀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기사도 그런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과거에도 우리는 이런 자극적인 스캔들에 휩쓸렸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는 형언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냈고,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재기에 성공했다. 그런데 방송과 신문, 누리꾼은 아직도 그녀의 과거를 우려먹고 있다. 우려먹을 수 있는 명분은 '대중의 알 권리'라는 핑계다. 한 사람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계속 건드려 상처를 내는 일이 이를 핑계로 계속 부유한다. 방송은 이를 통해 시청률을 올리면 그만이지만 자꾸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당사자는 그때마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잊을 만하면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그것이 사건이든 해프닝이든 '연예인의 스캔들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되겠구나' 싶다.

연예인도 사람이다. '그럴 수 있다'라는 관용의 시선은 연예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작은 배려가 된다. 지금 우리가 도박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가수 에일리의 기사에 관심을 집중한 사이 정작 세상이 알아야 할 누군가의 잘못은 이 기사를 방패 삼아 숨어버렸을 수 있다. 음모론을 제기하겠다는 게 아니다. 본래 진실은 그렇게 또 다른 진실 뒤에 숨는다.

더 이상 그녀의 이야기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보도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진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을 보도하라는 이야기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본질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에일리 연예인 도박 스캔들 확대 재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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