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에서 광수 역을 맡은 연기자 최웅.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에서 광수 역을 맡은 연기자 최웅.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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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라는 용어의 뜻은 '일의 형세가 반대로 되다'이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반전은 의외의 효과를 나타내기 마련이다. 다들 알다시피 <비밀>이라는 드라마는 처절한 사랑을 그린 격정 멜로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드라마에서 웃음코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단지 <비밀>에선 웃음코드가 극의 중심을 흔들어 놓을까 염려되어 조심스럽게 표현했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비밀>에서 이따금씩 선보이는 웃음코드는 의외의 반전효과를 일으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마치 매사에 진지했던 사람이 의외의 개구진 모습을 보이면 더 웃긴 것과 같은 효과이다.

<비밀>에서 이따금씩 터지는 웃음폭탄을 볼 때마다 시종일관 무거운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숨통을 막아버린 유보라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마저 들 때가 있다. 매회 숨 쉴 틈 없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비밀>에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 주인공은 최광수 역을 맡은 연기자 최웅이다.

드라마 자체가 주로 주인공들의 사랑과 복수에 대한 내용을 그리기에 광수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이 알려진 것이 없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살펴보자면, 광민(이승준 분)과 광수 형제가 조회장(이덕화 분) 집안의 가문을 수호하는 중책을 맡아 왔다는 것 정도다.

이들 형제는 도박꾼 아버지에게 버림 받아 고아가 된 자신들을 거두어 준 조회장의 충직한 심복이 되어 주어진 일을 묵묵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수행한다. 형인 광민은 명석한 두뇌를 활용하여 K그룹을 관리하는 동시에 조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동생인 광수는 괴팍하고 변덕스러운 조민혁(지성 분)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특히나 언제나 단답형으로 "예" "아니오"라고 말하는 광수의 중저음은 그를 중용하는 조민혁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조민혁의 과묵한 그림자...가끔은 인간적인 면도 있네?

광수는 주로 드라마를 진중하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존재만으로도 진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존재감을 선보였다. 여러 명의 조폭을 혼자서 상대할 정도로 다양한 무술을 섭렵하며 조민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조민혁의 연인 서지희(양진성 분)가 뺑소니를 당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걸 가장 먼저 조민혁에게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때 서지희를 죽인 범인이 광수가 아니냐는 설이 퍼지기까지 했다. 광수는 안도훈(배수빈 분)과 강유정(황정음 분)에 대한 뒷조사를 직접 담당하며 비밀의 열쇠를 푸는 단서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광수는 조민혁과 관련된 모든 일에 연루되어있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시키는 일이면 어떤 일이든지 척척 해결하는 만능해결사, 목각과 같은 부동의 자세로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냉혈한 인간, <비밀>에서 광수가 보인 이미지이다. 하지만 광수에게 이런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인간적이고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앙팡테리블' 조민혁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광수는 강유정의 친구들만 만나면 순한 양이 돼버린다. 과묵하고 무시무시한 청년 광수는 평상시에는 어리바리한 이웃집 동생과도 같았다.

조민혁과 강유정이 모처럼만에 여느 연인처럼 데이트를 즐긴 사이 광수는 강유정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심리테스트를 당하게 된다. 딱 봐도 자신보다 한참 누나인 산드라 황(황석정 분)의 달변에 넘어간 광수는 무인도에서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고민을 한다. 누나들에게 둘러 싸여 봉변(?)을 당하고 있는 광수의 모습을 보며 조민혁은 웃고 만다.

광수의 인간적인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장면은 조민혁의 생일파티. 조민혁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강유정은 이벤트의 일환으로 고객에게 생일파티를 해주곤 했다. 이를 지켜 본 조민혁은 강유정에게 생일 축하를 받고 싶었지만 애써 속마음을 감추고 만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광수는 "사장님, 생일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조민혁이 "선물은?"이라고 물었지만, 그는 "죄송합니다"라고 영혼 없는 멘트를 던졌다.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민혁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강유정을 지켜보며 리듬을 타는가 하면, 조민혁이 '생일빵'을 맞게 되자 이에 가담하려하다 조민혁에게 걸리고 만다. 뿐만 아니라 얼어붙은 표정으로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라고 노래 부르는 광수의 모습 역시 웃음을 선사했다.

광수역을 맡은 연기자 최웅은 2011년 CF '박카스-국군장병편' 모델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웅의 반전 매력은 CF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최웅은 CF를 통해 허당 이등병을 연기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후 특별한 작품 출연 없이 무명의 세월을 보낸 최웅은 드라마 <비밀>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를 갖추고 <비밀>에서 조민혁을 향한 충성심과 반전 매력이 있는 광수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그가 조만간 차세대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밀>을 시청하다 보면 광수라는 이름은 강유정과 신세연, 안도훈보다 많이 언급될 때가 있다. 조민혁은 무언가 고민거리가 있거나 일을 지시할 때 언제나 "광수야"를 외친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광수라는 존재는 주인공 이상으로 각인되어 있다.

격정 멜로 속 깨알 같은 재미, 비밀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준 배우 최웅을 보고 있으면 훈훈함이 진동한다. 이쯤하면 드라마 <비밀>의 최대수혜자는 최웅이 될지도 모르겠다. <비밀>에서 훈남 바이러스를 전달하며 여심을 사로잡은 그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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