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단풍과 어울린 운해와 산맥들. 운해에 걸린 산봉우리는 땅위의 섬이었다. 이를 보면 지상낙원 만들기도 가능할 듯합니다.
 단풍과 어울린 운해와 산맥들. 운해에 걸린 산봉우리는 땅위의 섬이었다. 이를 보면 지상낙원 만들기도 가능할 듯합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차가 왜 이리 막히지?"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더이다. '단풍'이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더이다. 도로가 짜증 날 정도이더이다. 짜증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려는 마음이 아니더이다. 단풍 구경. 이는 잠시 자연을 잊고 지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더이다.

"단풍 보러 갈까?"

단풍 구경은 정해진 시간 속에 잠시의 움직임. 이 시간 요긴하게 쓰는 게 최선이더이다. 산 중에서 익어가는 감이 여유를 주더이다. 이렇게 지난 3일, 낙남정맥 중 경남 창원과 함안을 아우른 여항산 단풍 나들이를 갔더이다.

여항산에 퍼질러 앉으려는 단풍이 나그네에게 세 가지 마음 준비를 요구하더이다. 창원 성불사 신도들 착착 마음 준비를 하더이다. 산행 길 입구에서의 단체사진이 그것이더이다. 사진 찍을 때의 우왕좌왕과 긴장, 그리고 올바른 몸가짐은 단풍에 요구에 부응하는 몸짓이더이다.

가을 단풍이 나그네에게 요구한 세 가지는?

경남 창원 여항산 오르는 초입에서 단풍으로 물든 산은 나그네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요구했다.
 경남 창원 여항산 오르는 초입에서 단풍으로 물든 산은 나그네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요구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수수한 여항산의 단풍은 자연의 섭리를 보는 법을 보시했다.
 수수한 여항산의 단풍은 자연의 섭리를 보는 법을 보시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마음을 열고 단풍으로 물든 산에 오르니 행복이 보였다.
 마음을 열고 단풍으로 물든 산에 오르니 행복이 보였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첫째, 자연에 귀의할 마음가짐이더이다. 마음이 열려야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강조하더이다.

둘째, 자연을 보는 눈이더이다. 자기 방식대로 감상하지 말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보는 무위자연을 요구하더이다.

셋째, 자신을 되돌아보라 하더이다. 지나 온 과거를 잊지 말고, 과거에서 배움을 구해 현재와 미래의 삶을 영위하라 하더이다.

가을 단풍이 나그네에게 요구한 세 가지 방법에 따라 산을 올랐더이다. 그랬더니 나그네가 되더이다. 가파른 비탈길을 오름에 있어 '헉헉'거림은 고단한 육신이 내뱉는 뱃고동 소리로 들리더이다. 항구에 도착을 알리는 굵은 저음의 뱃고동 소리는 마음이 열렸음을 의미하더이다.

마음이 열린 후, 자연을 보는 눈이 다르더이다!

단풍은 뭇 시름을 잊게하고 웃음을 선사했다.
 단풍은 뭇 시름을 잊게하고 웃음을 선사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운해에 걸린 산봉우리는 지상의 섬이자, 극락정토였다.
 운해에 걸린 산봉우리는 지상의 섬이자, 극락정토였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가을 단풍은 곱디 고운 옷으로 나그네를 반겼다.
 가을 단풍은 곱디 고운 옷으로 나그네를 반겼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스님 : "'불이(不二)'는 뭔고?"
나그네 : "제 아호(雅號)입니다."

스님 : "유일무이(唯一無二)의 무이(無二)도 있는데 왜 부리(不二)로 했을꼬?"
나그네 : "무리(無二)보다 부리(不二)가 좀 더 깊음이 있는 것 같아서요."

스님 : "둘이 아니지만 하나란 의미도 아니야."
나그네 : "그래도 하나지요."

스님 : "…?"
나그네 : "…!"

산에 오르자 운해가 피었더이다. 경치가 감탄을 자아내더이다. 마음이 열리니 자연을 보는 눈이 정말 다르더이다. 지하세계와 인간계, 천상계 구분이 생기더이다. 세상을 이 삼계로 나누자 구름이 걸린 산봉우리가 산 중의 섬처럼 보이더이다.

바다 위의 섬이나 운해 위의 섬이나 무에 다를까마는. 섬과 산봉우리는 본디 하나였더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아귀다툼에 몰두하는 바람에 이를 잊고 있었더이다. 천상계와 인간계, 지하세계가 하나일진대 그걸 지나치고 있었더이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피안은 나그네에게 삶의 지혜를 안겨 주더이다. 그제야 웃음이 피어나더이다.

웃음꽃이 수줍은 얼굴 단풍으로 변하더이다!

바라만 보아도 미소짓는 이 부부처럼 살게 해 주소서!
 바라만 보아도 미소짓는 이 부부처럼 살게 해 주소서!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항산 단풍 산행에 함께한 창원 성불사 신도들. 성불하소서!
 여항산 단풍 산행에 함께한 창원 성불사 신도들. 성불하소서!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가져 온 음식들을 공터에서 펼쳤더이다. 저 마다 솜씨를 발휘한 음식을 공양했더이다. 배려와 나눔의 장터이더이다. 맛있는 공양은 부처님이 중생에게 나눠 주신 진리의 법문으로 씹히더이다. 그 씹힘이 어찌나 달달하던지 놀랍더이다.

"보증 때문에 재산 차압당하고 쫄딱 망해 너무 힘들게 살았어요.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술집까지 했으니 말 다했죠. 어떤 사람은 이런 일 할 것 같지 않은데 왜 이 일 하냐고 묻기도 했고요. 그 고충을 어찌 말로 다할까. 아이 셋 대학 보내려면 아직 멀었어요. 그래도 지금은 살만해요. 힘들 때 스님이 중심을 많이 잡아주셨어요."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는 그녀의 얼굴에 점차 웃음꽃이 피더이다. 웃음꽃은 홍조로 변해 수줍은 얼굴 단풍으로 변하더이다. 그 모습이 자연 단풍보다 더 예쁘더이다. 이 어이 보살이 아니리오!

"사진 찍는 표정이 왜 그래요. 내 남편 보듬는다 생각 말고, 마음에 그리던 정든 님 보듬는다 생각하세요."

그제야 여인네들 입과 얼굴에서 "호호호~" 웃음이 피어나더이다. 부부, 이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꼬. 그렇지만 현실은 정든 님 어디가고, 웬수만 남았을까. 이래서 산에 오르는 길은 수행 길이더이다.

'어이~, 동자승아. 죽비 어디 없을꼬?'

"스님 뭐하세요"..."보믄 모르나"..." 쓰레기 줍는군요"
 "스님 뭐하세요"..."보믄 모르나"..." 쓰레기 줍는군요"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가을 단풍은 첫사랑 같은 설렘입니다.
 가을 단풍은 첫사랑 같은 설렘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스님, 뭐하세요."
"니는 보믄 모르나?"

봐도 보이지 않는 게 중생의 길. 그래서 스님을 따르는 것. 단풍 구경 온 중생들이 버린 마음 속 쓰레기를 줍고 계시더이다. 쯔쯔쯔쯔~, 가련한 중생의 길은 언제나 끝날꼬.

스님, 내려오던 길에 자작 시조 한 수 읊더이다. 웃음이 배시시 묻은 얼굴에서 승무의 춤사위처럼 나오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단풍을 뚝뚝 물들이는 청음의 워낭소리로 들리더이다.

단  풍
                                 청강스님

가을 산 단풍 빛이 몹시도 아름다워
오르는 사람마다 탄성이 잦다마는
아소서, 저들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해학이 덕지덕지 묻어나더이다. 삶과 죽음은 하나. 스님에겐 그렇다손 치더라도 중생에겐 가당찮은 깨달음이더이다.

'어이~, 동자승아. 어디 죽비 없을꼬?'

산행은 걸어왔던 인생길을 되돌아보며, 나를 찾기 위함이다.
 산행은 걸어왔던 인생길을 되돌아보며, 나를 찾기 위함이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가을 단풍, #여항산, #성불사, #운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