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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국내에서 유료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등에 올리는 개인 개발자들은 사실상 통신판매사업자 등록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22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플은 유료 앱을 만들어 한국 '앱스토어' 계정을 통해 판매하는 개발자들에게 사업자등록번호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자 의무를 지킨다는 이유다.

애플과 함께 앱스토어 양대 산맥을 구축하는 구글 역시 같은 상황이라 조만간 사업자등록번호 수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인해 직장에 다니면서 '틈새 앱'으로 대박을 노리던 개인 개발자들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무료 앱 개발자는 사업자 등록 필요없어"

애플은 지난 21일 한국개발자용 아이튠즈 앱 등록 사이트에 새로운 의무기입란을 만들었다.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등록번호 등 개발자의 사업자격을 증명하는 개인정보를 넣는 칸이었다. 국내 앱 개발자들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자 애플은 같은날 오후 3시께 의무기입란을 삭제했다.

애플이 공식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등 업계 관계자들은 이 해프닝의 원인으로 전자상거래법을 지목했다. 전자상거래법을 보면 통신판매중개자는 소비자에게 판매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진다. 이 의무 때문에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사업자등록증 번호를 입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앱스토어에 앱만 만들어 올리면 모두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소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무료 앱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다만 무료 앱을 올리더라도 이름, 전화번호 수준의 개인정보는 애플 측에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료 앱 판매자들은 얘기가 다르다. 현행법규에 따르면 개인 개발자들은 유료 앱을 판매해서 6개월 내 6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거나 10회 이상 다운로드가 발생했을 경우 통신판매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사실상 유료 앱 개발을 염두에 둔 개발자라면 누구나 통신판매자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유료 앱 개발자와 무료 앱 개발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사업자등록번호를 기입하도록 조치했던 것은 실수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어 "어차피 현행법상 의무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분리해서 개발자들에게 개인정보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진짜 문제는 '사업자' 지위"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 개발자에게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가 따라붙는다. 6개월에 600만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면 납세 대상이 된다. 매년 4만 5000원의 면허세도 내야한다. 그러나 IT업계 종사자들은 "진짜 문제는 '사업자'라는 지위"라고 입을 모았다.

앱 판매를 통한 '투잡'을 꿈꾸며 틈틈이 앱 개발을 익혀온 직장인 한승호(가명)씨는 "우리 회사를 포함해서 적지 않은 IT업체들이 계약서를 통해 개발자들의 겸업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직장에 다니는 개발자들은 앱 개발 능력이 있어도 상품 출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씨는 "직장인 개발자들은 거의 비슷한 사정일 것"이라면서 "사업자로 등록을 해야 유료 앱을 올릴 수 있게 된다면 나는 헛공부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IT 업체에서 일하는 유기중(가명)씨는 "법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앱 개발을 배우려는 일반인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돈 벌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니 자연히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질 좋은 신규 앱의 탄생을 막는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시간 버스 안내 어플인 '서울버스'를 운영하는 (주)서울버스모바일의 한 관계자는 "서울버스는 (지금은) 사업자 등록이 된 상태지만 처음부터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사업자 등록을 요구했다면 서울버스를 만들어 올릴 생각을 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태그:#애플`, #앱스토어, #전자상거래법, #사업자,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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