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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실이든 다인실이든 환자의 경제적 능력에 맞게 원하는 병실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1인실이든 다인실이든 환자의 경제적 능력에 맞게 원하는 병실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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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환자들이 처음 겪게 되는 불편함이 바로 병실 선택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보험 혜택이 가능한 다인실을 선호하지만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급병실에 배치되어 고액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특히 수술을 위해 입원하는 중증질환자들의 상급병실 거쳐가기는 이미 공공연한 관례가 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상급병실료 현황 및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10~12월 병원급 이상 입원 환자와 보호자 52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원 환자의 59.5%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급 병실에 입원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1일 평균 63명이 2.8일 정도 대기해야 일반병실로 옮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위 5개 병원(일명 빅5 병원)에서는 1일 평균 118명이 최대 5.2일까지 대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병실료 폭탄에 환자는 한숨만
 
김내원씨(가명)는 50여 일의 입원기간 동안 특실 1일, 1인실 6일, 2인실 9일을 거쳐 다인실로 옮길 수 있었다. 김내원씨는 본인부담금 950여만 원 중 병실료만 400여만 윈이 부과되었으며 치료를 위해 다시 입원해야 하지만 상급병실료 부담에 집에서 일반병실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황인우씨(가명)는 입원 기간 30일 중 특실 2일, 2인실 20일을 보낸 후에야 다인실로 옮길 수 있었고 본인부담금 620여 만원 중 병실료는 500여 만원 정도가 부과되었다. 김내원씨와 황인우씨는 중증질환자로 분류되어 본인부담금은 5%에 지나지 않지만 상급병실료의 차액을 비롯한 비급여부담금에 대해서는 본인이 100% 책임을 져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외부의 후원금으로 심장수술을 받게 된 한 아기는, 수술을 위해 정해진 입원날짜에 갔지만 일반병실이 없으니 하루 70만 원 하는 특실에 들어가라는 대답을 들었고, 그나마 외부의 후원금으로 수술을 받기에 그럴 여력이 없다고 하자 입원이 안 된다며 다시 날짜를 정해 입원하라는 통보를 받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외에도 일부 병원은 처음 입원할 때뿐만 아니라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한 후에 일반병실이 아니라 우선 상급병실에서 지내다가 일반병실로 가야 하고 일반병실에서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특별한 이유 없이 무조건 상급병실로 옮겨 생활을 하다 다시 일반병실로 내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상급병실료 개선을 위한 두 가지 방안

  일반병상 확대방안 비교(1, 2안)
 일반병상 확대방안 비교(1, 2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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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실로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질료비, 간병비 등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3대 비급여'의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된 첫 번째 시간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일반병상(다인실) 확보비율을 현행 50%에서 75%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실 확보와 병실간 가격 편차를 완화하는 장점이 있다.

둘째, 현행 5인 이하의 병실로 규정되어 있는 일반병상 기준을 종별로 2~4인실(종합병원&병원급 4인실 / 상급종합병원 3인실 / 빅5 병원 2인실)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종별의 일반병상 평균 비율이 80% 이상을 달성하게 되며 기본 4인실까지 확대함에 따라 병원과 종합병원의 수용성 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상급병실료 개선, 갈길 멀어

▲ 상급병실료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정책토론회'에서는 의료이용자와 의료공급자간의 입장이 확실히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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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실료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의료이용자와 의료공급자 간의 입장이 명확히 갈렸다.

이날 토론패널로 참석한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부회장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상급병실료개선안을 논의할 때 의료공급자인 병원계의 목소리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며 "1안이나 2안의 내용도 파악할 수 없어 의견도 없다. 입원료 수가 등의 보상이 선행되지 않는 한 상급병실료 개선방안은 어느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의료공급자 패널들은 대부분 "현 상급병실이 일반병실로 전환될 경우, 누가 다인실에 입원하려 하겠느냐, 결국 대형병원의 쏠림현상만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을 피력했다.

고려대 의과대학 윤석준 교수는 "국민들 대다수는 병원이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의료기관 내부를 들여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각 병원의 병실정보를 공개해 얼마나 기다리면 환자가 입원을 할 수 있고 병실을 옮길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후에 일반병실의 확대 등의 대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병원의 공정성이 높아져야 함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비급여개선팀 권병기 과장은 "3대 비급여 개선책은 4재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더불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 포함, 확정된 사안이며 오늘 나온 보완 대책과 실태조사 결과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관계자들의 이해와 협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환자단체연합회 "환자 우선하지만 상생 방안도 필요"
  
10월 10일 열린 상급병실료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10월 10일 열린 상급병실료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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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용자를 대표한 환자단체연합회 안상호 정책이사는 "상급병실을 없애자는 것도,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세 가지 내용을 통해 상급병실료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상급병실의 문제점은 상위 15개 상급종합병원과 10개 종합병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종별로 차등하는 것이 맞으며 종별로 4인실에서 2인실까지 일반병실 기준을 확대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종별로 일반병실을 확대한다면 병실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달리 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각각 20, 30, 40%의 본인부담금 보다는 조금 낮춰서 중증질환자들의 입원비 부담이 줄었으면 좋겠다"며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보탬이 될 만한 두 번째 안에 힘을 실었다.

두 번째 안으로 방향이 잡히게 되면 상위 5개 병원의 경우, 보험적용이 되는 일반병실 비율이 88%로 확대되며 상급종합병원은 77%, 종합병원과 병원은 84%까지 늘어나게 된다.

둘째, "의료적으로 퇴원해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퇴원 결정 후 입원기간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차등화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했으면 좋겠다"며 일방적인 요구가 아닌 상생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일반환자들의 경우, 병원에 줄이 닿아 있거나 힘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보다 수월하게 자신이 원하는 다인병실에 우선적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병원의 병상정보 공개를 통해 이러한 오해가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2년 기준, 상급병시로 차액 규모가 1조147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중증질환자들은 상급병실료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어쩔 수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상급병실료 개선'을 통해 1인실이든 다인실이든 환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맞게 원하는 병실에 들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기자봉사자입니다.



태그:#상급병실료, #병원비, #종합병원, #보건복지부, #3대 중증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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