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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수덕사 대웅전 전경.
 지난 9월 26일 수덕사 대웅전 전경.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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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49호 수덕사 대웅전을 품고 있는 덕숭산(충남 예산군 덕산면) 주봉에 통신탑(이동통신주)이 박혔다.

덕숭총림 수덕사는 "국보로 지정된 천년고찰 문화재와 도립공원의 경관을 훼손하는 통신탑을 다른 위치로 이전하지 않으면 물리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주도 "덕숭산 지역의 이동통신 서비스 향상을 위해선 현재 위치에 이동통신주를 설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허가권자인 예산군이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주목된다.

충남 예산군에 따르면 한국전파기지국㈜은 최근 산림청 소유인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덕숭산 정상 부근 15㎡ 부지에 높이 15m의 통신탑을 설치한 뒤 외피(위장재)를 입히는 마무리 공정만을 앞두고 있다.

한국전파기지국㈜은 "음영구간 해소와 이동통신서비스 향상을 위해 이동통신주를 설치하는 최적의 장소로 현재의 위치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탑이 모습을 드러내자 도량의 스님들은 발끈했다.

수덕사는 "산 밑이나 사찰에서 덕숭산을 바라봤을 때 인공 구조물인 통신탑이 국보가 있는 도립공원의 경관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수덕사 관계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덕숭산과 소중한 문화유산인 수덕사를 보기 위해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찾고 있다. 그동안 산중에 인공적인 구조물이 없었기 때문에 가치가 있었던 것"이라며 "휴대전화를 조금 편하게 쓰자고 환경이 최상의 상태로 유지된 경관을 파괴할 수는 없다. 산꼭대기에 도깨비뿔을 달아 놨다. 시대의 죄악"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협의나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추진한 일방통행식 통신탑 설치공사도 논란거리다. 사업자와는 별도로 법적인 하자가 없더라도 허가과정에서 통신탑 설치로 불거질 수 있는 경관 훼손 논란을 예상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 행정은 아쉬운 대목이다.

수덕사 관계자는 "사업자나 예산군 쪽에서 사전에 통신탑에 관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협의나 논의도 없었다. 공사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스님들이 보고 통신탑이 설치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나중에 공사 관계자가 '반대쪽 등성이에 설치해 절쪽에서는 통신탑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해 믿고 있었는데 추석 전 헬기로 자재를 날라 절쪽에서도 훤히 보이는 덕숭산 꼭대기에 통신탑을 설치했다"며 "산림청 땅에다 통신탑을 세웠다고 들었다. 수덕사의 반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교묘하게 절땅이 아닌 곳을 찾아내 통신탑을 설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전파기지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전에 수덕사와 충분한 상의가 있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그동안 사찰측에서 통신탑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사전 협의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며 "앞으로 시간을 두고 수덕사와 교감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산군 관계자는 "당초 자연공원법에 통신기지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고, 공익을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허가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사업주가 이동통신주의 높이를 15m에서 20m로 높이기 위해 신청한 변경허가는 경관 훼손이 심할 것으로 판단해 사업주와 협의해 취하토록 했다"며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에 사업자에게 수덕사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기 전까지 공사를 중지하라고 했다. 또 사찰쪽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통신주의 위치를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수덕사, #덕숭산, #국보, #통신탑,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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