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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처음 오디션 열풍을 불러일으킨 '슈퍼스타 K'는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한다. 케이블을 통한 공개 오디션은 분명 획기적인 아이디어였고, 전국 각지에서 수백만 명의 지원자들을 받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벌써 네 번째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마다 지원자의 수는 더욱 늘어나기만 한다. '노래가 좋다, 가수가 되고 싶다, 음악은 내 삶의 이유다…'와 같은 절절한 이유와 함께 노래하는 수많은 참가자들은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늘 아침 당신과 같은 버스를 탄 사람이 며칠 전 방영한 '슈퍼스타 K'에서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다. 오디션이라 하면 합격자와 탈락자가 있는 법, 누가 합격하고 탈락하게 될지, 마음 졸이며 다음 주를 기다리는 것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묘미다. 말하자면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장르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케이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되자, 공중파 방송사는 허겁지겁 비슷한 맥락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위대한 탄생(MBC)', 'K-POP STAR(SBS)', '불후의 명곡2(KBS)', '나는 가수다(MBC)'등의 방송들이 이러한 예다. 오디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유행처럼 번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공개 방송 오디션이 굉장한 성공을 이루는 데에는 어떤 이유 때문일까. 오디션 방송 자체가 하나의 자극제가 되어준 탓이 크다. 개인의 사정이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선뜻 꿈을 펼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공개 방송 오디션은, 참가자에게도, 심사위원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일종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노래를 위해 모여든 수십만 명의 사람들, 수십만 개의 사연, 수천만 곡의 음악…. 그 속에서도 우열과 경쟁은 존재하고, 감동과 사랑이 깃들어 있다. 노래라는 하나의 장치를 이용해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부모님이 쓰러지시고, 막노동 일을 하지만 끝까지 가수의 꿈을 놓지 않았던 사람, 어릴 때부터 작곡과 악기 연주에 능해 음악 천재라는 수식어를 받게 된 사람 등 참가자의 색깔은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이 중 누가 1등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많은 참가자들 중 자신의 취향대로 한 참가자를 응원하는 것도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재미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 나이와 성별의 무분별함, 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열정과 패기는 보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가수 한 사람이 나와 노래부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오디션'이다. 반복적인 대결 방식, 작위적인 대본과 편집, 동정표를 유발하는 뻔한 사연 등의 논란을 피할 수는 없지만, 이제껏 스타성을 숨기고 살아온 평범한 인간을 TV를 통해 보면서, 스스로가 직접 가수를 발굴해내는 듯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는 이들에게 자신을 대입하고 대리만족 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그램 하나를 보는 방법,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노래를 듣는 것도, 부르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전국민이 다보는 앞에서 오디션을 볼만한 용기는 나지 않는다. 음악에 대한 사랑과 가창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탈락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두 개의 다른 음악을 섞어보기도 했고, 존경하는 가수 앞에서 노래를 불러보기도 했고, 만족스러운 실적을 내지 못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만일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하는 상상을 자연스레 하다 보면, 프로그램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된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오디션에서 조금 벗어난 사례를 보자면, MBC 주말예능프로그램으로 큰 화제를 낳았던 '나는 가수다'는 말 그대로 가수와 가수가 맞붙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대진표를 정하고, 선곡을 하고, 공연 순서를 정하는 등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의 무대는 가슴을 콩닥이게 만든다. 몇 번이고 가슴을 가다듬고, 프로답지 않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두근거림을 통해, 우리는 가수의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이소라,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BMK 등등 실력파 가수만을 고르고 골라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관심거리가 된다. 심지어 이들의 무대를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아주 대단한 '기회'다. 우리는 이렇게 '기회'와 '보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뻔한 대중음악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들에게 '가수가 되려는 사람들'과 '가수'들의 떨림은 우리를 고조시킨다. 휴대폰이나 MP3를 이용해 손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요즘, 난잡한 전자음 대신 진심이 담긴 호흡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단순한 다큐멘터리나 휴먼 드라마 이상으로, 대중들에게 자극이 아닌 휴식을 주는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들이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왜 이제야 나타난 것이냐'는 마음에서의 반발심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에 가수는 많고, 가수 지망생도 많고, 음악은 더더욱 많다.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음반 가게에 찾아가 레코드판을 사는 극단적인 음악 처방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태그:#칼럼, #오디션과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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